전쟁으로 열악한 인프라에 탈레반 집권 후 해외 원조 '중단'에 구조도 늦어져
강진에 '악몽' 반복되는 아프간…지각판 충돌에 '흙벽돌집' 허약
지난 7일(현지시간) 규모 6.3의 강진이 발생해 현재까지 4천5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아프가니스탄은 강진의 '악몽'이 반복되는 지역이다.

10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서부 헤라트주에서 발생한 이번 강진으로 지금까지 약 2천400명이 숨지고 2천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당국은 추정했다.

산악지대가 많은 아프가니스탄은 파키스탄과 경계를 짓는 바위투성이의 힌두쿠시 산맥 지역에서 특히 강진이 빈발한다.

힌두쿠시 산맥이 유라시아판과 인도판 등 지각판 충돌 지점 근처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도 카불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지역에서 강진이 발생하면 사망자 수가 크게 많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우선 시골 주택 상당수가 돌과 진흙 벽돌로 얼기설기 지어진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규모 7 이상의 초강력 지진이 아니더라도 건물이 충격파에 쉽게 무너지는 것이다.

특히 이번 지진은 진원 깊이가 14㎞로 비교적 얕아 피해가 더욱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 피해 지역 주민 네크 모하마드는 외신에 "집에 돌아왔을 때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모든 게 모래로 변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수십 년에 걸친 전쟁 등으로 사회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구호 및 구조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진이 발생해 사람들이 건물 잔해에 파묻히면 최대한 신속히 구조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구조작업이 지연될수록 사망자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번 헤라트주 강진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지난 2021년 8월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재집권한 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해외 원조가 중단됐고 심각한 인도적 위기에 처하면서 매몰자 구조 작업 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아프가니스탄은 앞서 여러 크고 작은 강진으로 크고 작은 피해를 보아왔다.

로이터 통신이 집계한 지난 30년간 아프가니스탄 주요 강진 목록에 따르면 우선 지난 3월 북동부 바다흐샨주에서 규모 6.5의 강진이 일어나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최소 13명이 숨졌다.

2022년 9월에는 동부 쿠나르주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해 8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해 6월에는 동부 파크티카주에서 규모 6.1의 강진이 일어나 1천36명이 사망했다.

2015년 10월에는 힌두쿠시 산맥에서 규모 7.5의 강진이 발생했다.

아프간에서 일어난 역대 최고 규모 중 하나였다.

이 때문에 최소 399명이 사망했고 사망자 대부분은 파키스탄에서 발생했다.

강진에 '악몽' 반복되는 아프간…지각판 충돌에 '흙벽돌집' 허약
당시 진동은 인도는 물론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탄에서도 감지됐다.

힌두쿠시 산맥 지역에서는 2002년 3월에도 두 차례 강진이 발생했다.

3월 3일 규모 7.4의 강진으로 최소 166명이 사망했다.

약 3주 뒤인 같은 달 25일에는 규모 6.1의 강진에 최소 1천200명이 목숨을 잃었다.

25일 지진의 경우 3일보다 규모가 작았지만, 사망자가 훨씬 더 많은 것은 진원 깊이가 지하 33km로 3일(256km)보다 현격히 얕은 점이 주요 원인의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1998년 2월 타지키스탄과 인접한 북동부 타카르주에서 규모 5.9의 지진이 발생, 2천300여명이 숨졌다.

타카르주에선 같은 해 5월 규모 6.6의 강진으로 4천700여명이 사망했다.

또 1997년 5월에는 이란 접경지역 카옌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일어나 양국에서 1천500여명이 숨지고 주택 1만여채가 파괴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