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수요 약세로 고군분투하는 금속 트레이더 "수퍼 사이클은 과대광고" [원자재 포커스]
산업 수요 약세로 고군분투하는 금속 트레이더들 "수퍼 사이클은 과대 광고"

지정학적으로 치열한 금속·광물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전세계 트레이더들은 수 년만에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최대 구리 트레이더인 트라피구라 그룹부터 최대 원자재 헤지펀드에 이르기까지 상당수 업체들이 작년 한해 손실을 봤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는 24~28일 열리는 연례 LME( London Metal Exchange)위크에 참석하기 위해 수천 명의 트레이더, 금융가, 투자자들이 영국 런던에 모인다. 각 정부가 에너지 전환에 중요한 구리, 니켈, 코발트 등 금속의 미래 가용성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지난 한 해 산업 수요 약세로 인해 금속 가격이 계속 압박을 받으면서 이들 트레이더들은 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 수요 약세로 고군분투하는 금속 트레이더 "수퍼 사이클은 과대광고" [원자재 포커스]
<자료=트레이딩 이코노믹스>

작년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콘코드 리소스의 최고 경영자(CEO) 마크 핸슨은 "업계 사람들 대부분 수퍼사이클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며 "광물 거래 시장은 가장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보고서에 따르면 최대 금속 헤지펀드인 오리온의 원자재 펀드는 지난 8월까지 1년간 4% 하락했다. 성과 부진으로 운용 자산은 지난 1년새 3분의 1 넘게 쪼그라들어 10억 달러에 그쳤다.

트라피구라의 금속 사업부도 대규모 니켈 사기 혐의로 6억 달러에 가까운 손실을 내 지난 3월까지 한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했다. 이번 반기 실적(9월)에선 더 많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들 업체들이 겪은 어려움은 글로벌 경기 부진만이 아니다. 금속광물의 최대 소비국인 중국을 포함해 글로벌 산업 수요가 기대에 못미쳤지만 아직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현재 시장이 수익성 있는 거래 기회를 창출할 만큼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미지근한 상태인 것도 문제다. 또 금리 상승으로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금리 상승 사이클이 시작되기 전 장기계약을 체결한 트레이더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산업 수요 약세로 고군분투하는 금속 트레이더 "수퍼 사이클은 과대광고" [원자재 포커스]
<자료=트레이딩 이코노믹스>

일부 대형업체들은 견고한 수익을 내긴했지만 이들도 수익성 하락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트라피구라와 경쟁관계인 글렌코어의 CEO 게리 내글은 "올해가 더 까다로운 한 해로 금속 거래로 낮은 마진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글렌코어의 금속 및 광물 거래 수익은 지난 6월까지 12개월 동안 전년대비 36% 감소한 15억 달러였다. 이는 2019년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3위 금속 트레이더로 꼽히는 IXM도 작년 약 19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내면서 10년 만에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올해 상반기 4000만 달러가 조금 넘는 수익을 기록해 회복세를 나타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