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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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장기화로 채권 시장의 가치가 축소하는 가운데 '대재해 채권(Catastrophe bond·캣본드)' 수익률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경기와의 상관관계가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최근 기후 위기로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경기 둔화가 계속되면 캣 본드 수익률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재해 채권이 올해 채권 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재보험사 스위스리가 발행한 '스위스리 캣본드 성과지수'는 올 초부터 지난 6일까지 수익률 16%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미국 기업 하이일드 채권(4.6%)이 뒤를 이었다. 다른 채권 수익률은 음수(-)값을 기록했다.

재해(catastrophe)와 채권(bond)의 합성어인 캣본드는 손해보험사가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 때 보험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을 채권 발행을 통해 자본시장에서 유동화한 일종의 보험 연계 증권(ILS)이다. 대형 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꼽힌다.

캣 본드에 대한 관심은 올 들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스위스리, 뮌헨리 등 글로벌 재보험사를 비롯해 금융권과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속속 캣본드를 발행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블랙스톤은 지난 7월 자연재해로 인한 부동산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캣 본드를 발행했다. 구글도 캘리포니아 데이터 센터에 지진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캣 본드를 시장에 내놨다.

앤디 파머 스위스리 채권 담당자는 "캣 본드 시장 분위기가 점점 활성화되고 있다"며 "올해 1~9월 발행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102억달러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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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 본드 수요가 커진 배경엔 자산운용사가 있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캣본드를 활용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보장받으려는 운용사가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 흐름에 따라 수익성이 좌우되는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캣 본드는 상대적으로 상관관계가 적다.

펀드 분석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스위스의 캠 인베스트먼트, 크레디트스위스, 아문디 자산운용, AXA 등 유럽 자산운용사들이 캣 본드에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캣본드 시장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재해를 체감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캣 본드 투자자들은 극심한 재난이 발생하지 않는 한 지속해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재해 빈도가 증가하면서 손해보험사들이 이 기준을 강화했다. 때문에 캣본드의 안정성이 덩달아 증가한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캣본드 시장이 2050년 말까지 5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파머 담당자는 "현재 캣본드 시장에선 성장 가능성에 굉장히 낙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다소 복잡한 금융상품이지만, 투자자들이 직관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라고 평가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