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는 여자의 친구"...마릴린 먼로 '핫핑크' 드레스, 여의도에 오다
"키스는 황홀할지 몰라도 아파트 집세를 내주진 않죠. (…) 다이아몬드야말로 여자의 베스트 프렌즈(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

눈부신 금발 머리, 화려한 핫핑크 드레스 차림의 여자가 손을 쭉 뻗자, 그 옆에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화려한 보석을 대령한다. 여자는 관능적인 몸짓으로 춤을 추며 외친다.

"티파니! 까르띠에!"

1953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속 이 장면은 할리우드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장면이다. 새파란 신인배우였던 마릴린 먼로를 단숨에 스타덤에 올려놓은 장면이라서다. 이 영화에서 먼로는 돈을 밝히는 쇼걸 로렐라이를 완벽하게 연기하며 할리우드에 '눈도장'을 찍었다.

그로부터 3년 뒤, 영화 '7년 만의 외출' 속 '환풍구 씬'은 먼로를 세계적인 '섹시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환풍기 바람에 한껏 부푼 드레스 자락을 요염한 표정으로 누르고 있는, 바로 그 유명한 장면이다.

◆70년 지나도 '핫한' 먼로 드레스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친구"...마릴린 먼로 '핫핑크' 드레스, 여의도에 오다
마릴린 먼로를 대표하는 두 장면에는 공통점이 있다. 먼로의 미모만큼이나 그녀가 입었던 드레스가 화제가 됐다는 것이다.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속 핫핑크 드레스, '7년 만의 외출' 속 하얀색 홀터 드레스는 지금도 많은 이들의 오마주 대상이다. 1990년대를 풍미한 영국 걸그룹 스파이스걸스부터 팝스타 마돈나, K팝 걸그룹 아이들까지, '먼로 오마주'는 시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먼로를 상징하는 두 드레스가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개봉 70주년을 맞아 이랜드그룹이 연 '마릴린 먼로 특별전'이다. 이랜드그룹이 해외 경매 등에서 낙찰받아 보유하고 있는 먼로의 소장품은 100여 점. 이 중 드레스를 포함해 오리지널 영화 포스터, 먼로의 와인잔 등 다섯 점을 수장고에서 꺼내 호텔 로비에 전시했다.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친구"...마릴린 먼로 '핫핑크' 드레스, 여의도에 오다
두 드레스는 먼로의 스타일리스트였던 윌리엄 트라비아가 만든 작품이다. 트라비아는 먼로를 스타로 만든 '일등 공신'중 한명이다. 먼로의 상징인 핫핑크 드레스와 하얀색 홀터 드레스가 모두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그는 먼로의 매력을 한껏 살리기 위해 디테일을 몇 번이고 바꿨다고 한다.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 중 하나. 먼로가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에서 핫핑크 드레스와 함께 입었던 이브닝 장갑과 힐은 원래 검은색이었다고. 하지만 트라비아가 먼로의 금발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장갑과 힐을 모두 드레스와 같은 색으로 통일했다고 한다. 전시장에 있는 드레스는 먼로가 영화에서 실제 입었던 옷은 아니지만, 트라비아가 당시 의상에 약간의 디테일 변형을 추가해 직접 만든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친구"...마릴린 먼로 '핫핑크' 드레스, 여의도에 오다

◆먼로가 남긴 말 "인생은 아름다워"

먼로는 단순한 '섹시 아이콘'을 넘어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먼로의 일거수일투족은 언제나 화젯거리였고, 그가 언급하는 아이템은 바로 '완판 행진'이었다. 와인도 그 중 하나였다. 한 인터뷰에서 기자가 '미모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먼로가 이렇게 답한 건 유명한 일화다.

"나는 샤넬 넘버 파이브를 입고 잠이 들고, 파이퍼 하이직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해요." 먼로가 즐겨먹었던 파이퍼 하이직과 먼로가 직접 쓰던 와인잔이 두 의상 사이에 전시된 이유다.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친구"...마릴린 먼로 '핫핑크' 드레스, 여의도에 오다
먼로의 삶이 화려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어릴 적 친부모에게선 제대로 된 양육을 받지 못했고, 세 번의 결혼생활은 이혼으로 끝났다. 그는 결국 36살의 젊은 나이에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자택에서 홀로 숨을 거뒀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먼로를 '잊히지 않는 스타'로 만든 건 인생을 아름답게 바라보던 그녀의 태도였다. 톨스토이 책을 200권 넘게 보유한 독서광, 연기와 창작을 진지하게 탐구했던 예술가. '백치미 있는 섹시 스타'에 머무르지 않고 진정한 예술가가 되기 위해 먼로는 끊임없이 노력했다.

소장품 전시장 뒤에 새겨진 그녀의 말처럼. "계속 웃어라. 인생은 아름답고, 웃어야 할 일로 가득 차 있다."

전시는 11월 2일까지.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친구"...마릴린 먼로 '핫핑크' 드레스, 여의도에 오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