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긴축 장기화 우려에 금융시장 요동…주가 박스권·환율 상승 가능성
한글날 연휴 이후 시장 움직임 관심…"시장 안정화 시까지 신속 대응"
'9월 위기설' 넘겨도 여전한 불안…당국, 일별 모니터링 강화
'9월 금융 위기설'을 무사히 넘긴 한국 금융시장이 10월 들어서도 여전히 불확실성에 휩싸여있다.

미국의 긴축 장기화 전망 등 외부 변수에 따라 국내 주가와 환율이 출렁거리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연말 정기예금 만기 집중 등에 따른 '머니무브' 가능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자 부실 가능성 등도 쉽게 진화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전반적인 금융시장 상황이 안정된 것으로 판단하면서, 관계부처 합동 일별 모니터링을 통해 불안 요인에 대해서는 선제적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 당국 선제적 진화에 '9월 위기설' 무사히 넘겨
9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당초 '9월 금융 위기설'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코로나19 대출 상환유예 지원 종료, 부동산 PF대출 부실 가능성 등이 맞물리면서 제기됐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지원했던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가 9월에 끝나면서 자영업자의 빚 폭탄이 터진다는 시나리오였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돼 왔던 부동산 PF 시장도 위기설이 제기된 근거 중 하나였다.

여기에 중국경제 둔화 및 부동산 위기가 한국 수출을 비롯한 하반기 경기에 영향을 주면서 그동안의 '상저하고' 전망이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위기설이 확산되지 않도록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지난달 초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9월 위기설'은 없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최 수석은 "큰 틀에서 볼 때 위기라고 볼 상황은 절대로 아니다.

'9월 위기설'은 없다"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은 정상적으로 상환되고 있고, 부동산 PF 대출 역시 시스템 위기가 아닌 만큼 당국이 관리가능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하반기 경기와 관련해 10월 정도부터 수출 마이너스에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9월 위기설' 넘겨도 여전한 불안…당국, 일별 모니터링 강화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달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부동산 PF 금리도 올라가고 공사 상황도 좋지 않지만, 연체율이나 부도율이 아닌 미분양 주택, 취업 지표를 가지고 9월에 위기가 터진다고 하는 건 정확한 판단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만기 연장이 9월에 종료된다는 설에 대해선 "만기 연장은 팩트 자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9월에 만기 연장이 안 돼서 돈을 갚아야 하는 사람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확실성이 많으니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일부 언론하고 유튜브에서 제기하는 이유를 바탕으로 한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10월 들어 미국발 충격에 휘청…시장 변동성 확대될 듯
'9월 위기설'을 무사히 넘긴 국내 금융시장은 그러나 이달 들어서는 국내 요인보다는 해외발 충격에 휘청거리면서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 미국발 긴축 공포로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서 지난 4일 국내 금융시장은 '검은 수요일'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요동쳤다.

이날 코스피는 2.41%, 코스닥지수는 4%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14.2원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 역시 4.35%까지 오르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다음날인 5일 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추석 연휴 이후 긴축 장기화 우려 등에 따른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고유가 지속 등 대외 불안 요인이 일시에 국내 금융시장에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9월 위기설' 넘겨도 여전한 불안…당국, 일별 모니터링 강화
주식, 채권, 원화 가치의 동반 급락은 이튿날인 5일부터 6일까지 대부분 진정됐으나,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요인이 지속하는 만큼 시장 전반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 9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33만6천명 증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7만명 증가의 거의 두 배 수준을 기록했다.

고용 호조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고용 지표 발표 직후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4.86%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지난 4일과 마찬가지로 당장 한글날 연휴 이후인 10일 국내 금융시장에 이런 충격이 일시에 가해질 우려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의 고용 및 물가 지표 발표와 이에 따른 국채 금리 변화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도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는 2,400대에서 박스권이 예상되고 원/달러 환율은 1,400원까지도 오를 수 있다는 증권가 전망이 나온다.

금리가 급등하고 크레디트 스프레드(회사채·국고채 간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회사채 발행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10월 들어 금리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금리가 급등하고 크레디트 스프레드 또한 확대되는 분위기에서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 시기를 내년 1~2월로 이연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9월 위기설' 넘겨도 여전한 불안…당국, 일별 모니터링 강화
◇ 당국 "위기는 없다"…변동성 확대 가능성엔 선제 대응
금융당국은 최근 미국발 변수로 금융시장이 일시 휘청댔지만, 펀더멘털 자체가 불안한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시장이 불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회사채 스프레드가 조금 벌어지고 시장이 약간 긴축된 상황이긴 하지만 채권 발행도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미 연준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시장은 이를 믿지 않았다"면서 "이같은 괴리감이 조정되면서 지난 4일 국내 금융시장과 자금시장에 압축적 영향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체적으로는 연준 정책방향과 시장 기대감 간의 괴리감 조정이 끝났기 때문에 시장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면서 "다른 외적 요인이 없다면 지금 상황에서의 금융시장 흐름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9월 위기설' 넘겨도 여전한 불안…당국, 일별 모니터링 강화
한글날 연휴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는 미국의 각종 지표 발표 등 개별적인 이벤트가 생기면 국내 시장에 반영될 가능성은 있지만 큰 폭의 등락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은 매일 오전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시 신속한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5일 관계부서에 "국내외 금융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조금의 이상징후에 대해서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특별한 경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