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같은 자리 지킨 책방…강연·낭독회 문화활동 다채
[인천책방] ⑥온기 가득한 문화사랑방…부평 미래문고
[※편집자 주 = 동네책방은 책을 유통하고 공급하는 본연의 기능뿐 아니라 누구나 푸근하게 머물며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정서적 안식처 역할도 합니다.

연합뉴스는 300만 시민이 살아가는 인천이라는 삶의 공간에서 정겨운 문화활동 주체로서 명맥을 이어가는 동네서점과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려 합니다.

모두 10편으로 구성된 이번 기사는 매주 토요일 1편씩 송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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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1호선 부개역 인근에는 주변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동네책방 '미래문고'가 있다.

2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미래문고는 4년 전부터는 책과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책방에서는 북 콘서트부터 손글씨 수업, 영화·독서 동아리 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다.

[인천책방] ⑥온기 가득한 문화사랑방…부평 미래문고
◇ "책이 좋아서"…20년 전 문 연 책방
이애숙(59) 미래문고 대표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남편과 함께 1999년 부개역 근처 상가건물 1층에 책방을 열었다.

책이 좋아 결혼 전 직장생활 때도 늘 서점을 찾았었는데, 당시 초등학생이던 아들에게 원 없이 책을 읽게 하려고 책방 운영을 결심했다.

책 유통과정 등 서점 운영에 필요한 실무는 당시 서점을 운영하던 지인에게서 배웠다.

이 대표는 "결혼 전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퇴근 때면 꼭 서점에 들러 책을 봤다"며 "평소 책을 좋아해서 결혼 후 창업을 준비하면서도 다른 고민없이 서점을 선택했다"고 회상했다.

개점 초기에는 IMF 외환위기가 한창이었으나 참고서·베스트셀러·만화책 매출이 좋아 서점 운영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당시 신설역사로 유동 인구가 많았던 부개역 주변은 서점 자리로 최적지였다.

주변에 초·중·고교도 많아 개학 시기만 다가오면 참고서를 구매하려는 학생들로 서점은 북적였다.

당시 이 대표와 남편으로도 일손이 부족해 별도 직원까지 뒀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직장인들도 출퇴근 시간이면 단행본이나 월간지·계간지를 사러 서점을 찾았다.

이 대표는 "책방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아들에게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습관이 생겼다는 것"이라며 "결혼한 지 2년 된 아들은 육아를 하면서도 틈틈이 독서할 정도로 책을 좋아한다"고 웃었다.

[인천책방] ⑥온기 가득한 문화사랑방…부평 미래문고
◇ 강연·낭독회·공연…문화공간 역할 톡톡
지금 자리인 부개역 인근 건물 지하 1층에는 2003년 정착했다.

서점 면적도 처음에는 66㎡(20평) 남짓했지만 지금의 건물로 이사하면서 165㎡(50평) 규모로 확장됐다.

그러나 미래문고도 온라인 서점과 스마트폰의 출현이라는 직격탄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젊은 층의 도서 구매량이 급감하면서 책만 팔아서는 서점을 운영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서점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이 대표는 4년 전부터는 책방에 문화공간을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2019년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지원을 받아 동화작가 북 콘서트를 열고 이를 계기로 이후 서점에서 다양한 문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오후 방문 당시에도 미래문고에서는 부평구의 평생학습 지원사업인 캘리그래피(손 글씨) 수업이 한창이었다.

돋보기안경을 쓴 백발의 노인과 중년 여성 등 수강생들은 신중한 표정으로 종이 위에 붓글씨를 써 내려갔다.

수강생 김지영(58)씨는 "일주일에 한 번은 수업을 들으러 미래문고에 오는데 이곳은 단순한 책방 이상의 의미가 있는 곳"이라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만남의 공간이자 문화를 배우는 장소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미래문고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사업 공모에도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지난 8월부터는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지원으로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에 '심야책방' 행사를 열고 있다.

참석자들은 그림책을 릴레이 방식으로 낭독하거나 그림을 따라 손 글씨를 쓰면서 책과 함께하는 저녁의 낭만을 만끽한다.

미래문고는 부평구의 문화도시 사업인 '부평별곳'이나 인천시 주최 인천독서대전의 일부 행사 장소로도 활용된다.

책방에서는 작가 강연, 클래식·재즈 공연, 독서·영화 주제 동아리 활동도 펼쳐진다.

[인천책방] ⑥온기 가득한 문화사랑방…부평 미래문고
◇ 주변 서점 폐업 속 고군분투…"문화사랑방 역할 소망"
그러나 이들 문화사업만으로는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소액의 보조금만 받을 수 있어 서점 운영비를 충당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최근 서점에서 책이 아예 팔리지 않는 날이 많고 판매량이 많을 때도 10권 미만에 머물고 있어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추세 때문에 부평에서 명성이 자자하던 서점들도 하나둘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부평구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인 부평문고가 30여년 역사를 뒤로하고 지난 7월 폐점했고, 2020년에는 부평역 씽크빅문고까지 문을 닫았다.

그나마 문화사업을 병행하며 고군분투하는 미래문고가 부평 서점의 명맥을 힘겹게 이어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네서점을 살린다는 취지로 가끔 책을 구매해 주는 지역 도서관들은 적지 않은 힘이 된다.

도서관 이용자들이 서점에서 도서를 빌리고 반납하는 희망도서 바로대출 서비스도 서점 운영에는 도움이 되고 있다.

이 대표는 "매년 연말이면 '그만해야지' 생각하다가도 책과 문화를 같이 공유하는 공간을 사라지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계속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형 문화센터가 많이 생겼지만 발걸음 가볍게 들를 수 있는 문화공간은 많지 않다"며 "앞으로도 책과 문화 사업을 같이하는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