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원주시 공무원노조가 8월 29일 민주노총 탈퇴를 결의한 경북 안동시 공무원노조를 지지 방문해 손을 맞잡은 모습.  /원공노 제공
강원 원주시 공무원노조가 8월 29일 민주노총 탈퇴를 결의한 경북 안동시 공무원노조를 지지 방문해 손을 맞잡은 모습. /원공노 제공
민주노총 소속 전국공무원노조를 탈퇴한 강원 원주시청 노조와 경북 안동시청 노조, 소방통합노조가 오는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反)민노 연대’의 닻을 올린다.

‘정치 투쟁’에 골몰하던 거대 노조의 품에서 벗어나 조합원 권익 증진과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한 대정부교섭에 직접 나서겠다는 것이다.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상급단체 탈퇴를 결심하게 된 구체적 이유에 대한 증언도 할 계획이다.

6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노총·전공노를 탈퇴한 3개 노조는 12일 국회에서 ‘반민노 연대를 통한 대정부교섭권 확보 촉구’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연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 주선으로 열리는 이날 기자회견에는 우해승 원주시노조 위원장과 유철환 안동시노조 위원장, 박해근 소방통합노조 준비위원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원주시노조는 전공노 원주시지부 시절인 2021년 8월 조합원 투표를 거쳐 민노총·전공노에서 탈퇴했다. 지난 8월엔 안동시노조와 경북소방지부를 주축으로 한 소방통합노조 조합원들이 민노총·전공노를 탈퇴해 독자세력화에 나섰다.

이들 노조는 상급단체를 탈퇴한 이유로 ‘지나친 정치 투쟁으로 인한 현장과의 괴리’를 꼽는다. 전공노가 민노총의 방침에 맞춰 ‘사드 배치 반대’ ‘윤석열 정권 퇴진’ 등 정치 구호를 외치는 동안 정작 악성 민원과 경직된 조직문화에 직면한 조합원의 어려움은 외면당했다는 문제의식이다.

‘거대 기득권 노조’인 민노총·전공노를 탈퇴하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원주시노조와 안동시노조는 산별노조를 집단탈퇴 해 기업별 노조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그러자 전공노는 이를 ‘반조직 행위’로 규정하고 해당 조합 임원의 권한을 정지하고, 제명 처리를 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섰다. 과반수 이상 조합원 찬성을 얻어 탈퇴를 강행하자 총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등 ‘무차별 소송’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집단탈퇴 금지 관련 규약을 철폐하라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입건된 전호일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뉴스1
집단탈퇴 금지 관련 규약을 철폐하라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입건된 전호일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뉴스1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자유로운 노조 가입과 탈퇴를 방해하는 관행을 ‘노조 부패’로 판단하고 개선에 들어갔다. 올해 2월엔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사무금융노조, 전공노, 화섬식품노조 등 산하 노조의 집단탈퇴 금지를 규약에 명시한 산별노조를 대상으로 철폐를 요구하는 시정명령 절차에 착수했다.

정부가 상급단체 탈퇴를 가로막는 독소조항 철폐에 나서자 탈퇴에 성공하는 개별노조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포스코지회가 금속노조를 탈퇴한데 이어, 지난 5월엔 롯데케미칼 대산지회가 화섬노조를 탈퇴했다. 안동시노조도 전공노 탈퇴 후 지난달 초 독자노조 설립신고를 마쳤다.

전공노 탈퇴 노조들은 노조 본연의 책무인 조합원 권익 향상과 복지 증진을 위한 단체 행동에 나설 뜻을 밝혔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전공노 등 거대 노조가 독점하고 있는 대정부교섭 참여를 요구할 계획이다.

문성호 원주시노조 사무국장은 “전공노가 20년 넘게 대정부교섭을 독점해왔지만 정치 투쟁 말고 공무원 권익 신장과 복지 증진을 위해 제대로 된 성과를 낸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이제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공무원노조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오는 10일부터 실시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상급노조 탈퇴 문제는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다뤄질 전망이다. 환노위에 따르면 유철환 안동시노조 위원장은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의 요청으로 17일 열리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및 고용노동부 소속기관에 대한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유 위원장은 “기회가 된다면 우리 조합원들이 민노총·전공노를 탈퇴를 결심한 이유와 탈퇴 과정에서 겪었던 여러 어려움, 앞으로 노동운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