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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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 긴축정책을 시장 예상보다 오랜 기간 유지한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급부상하고 있다. 민간 고용 수치도 예상을 밑돌면서 뉴욕 월가에선 소프트랜딩(경기 연착륙) 기대감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국채 금리 급등에 따른 채권 가격 폭락이 기업의 자금조달부터 개인의 주택 매매에 이르기까지 시장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노동시장 급격히 위축

4일(현지시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에 따르면 9월 민간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8만9000 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1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의 증가 폭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 16만명과 전달 기록한 18만명 증가보다 적은 수준이다. AD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넬라 리처드슨은 “일자리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며 “지난 12개월 동안 임금도 꾸준히 줄었다”고 전했다. 오는 6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하는 비농업 부문 신규 취업자 수도 전달 18만7000명보다 줄어든 17만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고용 둔화는 채권 금리 급등으로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린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DP에 따르면 500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한 대기업의 일자리가 8만 3000개 줄었다.

실제 최근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미 국채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미 회사채 금리는 더 높이 오르고 있다. 안정성이 높은 회사채와 미 국채 간 금리 격차를 나타내는 ‘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지수 옵션조정 스프레드’는 3일 2bp(1bp=0.01%포인트) 커져 평균 128bp로 벌어졌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하이일드 채권 투자금액도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중이다. JP모간 체이스에 따르면 하이일드 채권 펀드에서는 지난 2일 7억1700만 달러에 이어 3일 8억16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개인, 이자부담 커져

기업뿐 아니라 개인들의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에 연동된 모기지 금리가 급등하면서다. 미국의 30년 만기 모기지의 평균 고정금리는 지난달 28일 기준 연 7.31%로 이달 들어선 연 7.7% 이상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고금리로 주택 수요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가 발표한 모기지 신청 지수는 지난주에 앞선 주 대비 6%, 전년 동기 대비 22% 하락했다. MBA의 조엘 칸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급등으로 잠재적 주택구매자들이 시장에서 밀려나면서 주택구매 시장이 199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둔화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저금리 당시 대출로 집을 구매했던 사람이 신규 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을 우려해 새집으로 갈아타기를 망설이는 것도 주택시장 위축에 한몫하고 있다. 기존 주택 매물이 줄어서다.

일각에선 미국인의 소비지표가 여전히 강세인 점을 두고 미국 경제가 건재하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서 이같은 현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높은 이자율과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미국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여야 하지만, 통계상 가계 지출은 여전히 강세를 보여서다. 다만 미국인들의 신용카드 대금은 지난 2분기 사상 처음으로 1조 3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신용카드 대금이 1조 달러를 넘긴 건 사상 처음이다. 미국의 신용카드 평균 이자율을 9월 연 24.4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