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생전에 수용된 토지 … 유류분 가액 계산은 어떻게
어머니가 생전에 증여해준 토지가 국가에 수용됐다면 나중에 유류분 분쟁이 벌어졌을 때 해당 토지의 가치를 산정하는 시점은 언제로 잡아야 할까. 어머니의 죽음으로 상속이 개시됐을 때일까, 토지가 수용됐을 때일까.


대법원은 토지가 수용된 시점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토지가 수용됐을 때 매겨진 가치를 기준으로 증여가액을 산정하고 그 이후 상속이 이뤄질 때까지의 물가 변동률을 반영해야 한다고 봤다.

상속 개시 전 수용된 토지 자녀 간 유류분 분쟁 불거져


지난 5월 대법원 민사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의 자녀 B씨가 또 다른 자녀 C씨를 상대로 "유류분을 반환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상속 개시 시점으로 토지 가액을 산정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2019다222867).

A씨는 1995년 5월 보유 중인 시흥시의 밭 3필지를 자녀 C씨에게 증여하고 C씨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도 마쳤다. C씨는 이듬해 토지에 대한 형질변경 공사를 마치고 지목변경을 신청했다. 2필지의 지목이 답(논)에서 전(밭)으로 변경되며 토지의 가치도 올랐다.
어머니 생전에 수용된 토지 … 유류분 가액 계산은 어떻게
그러던 2005년 1월 C씨의 토지 중 일부가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돼 용도가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됐다. 정부는 2007년 11월 해당 부지에 택지를 개발하는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를 근거로 2009년 11월 해당 토지를 수용했다. C씨는 보상금으로 51억여원을 받았다.

그로부터 약 5년 후인 2014년 9월 A씨가 사망했다. 상속 절차가 시작되자 B씨와 C씨는 수용된 토지가 유류분인지를 두고 소송전에 돌입했다. B씨는 "A씨 생전에 C씨가 토지를 증여받았으므로 해당 토지는 유류분 반환 대상"이라며 "증여가액은 증여 당시인 1995년을 기준으로 하되, 그 외 부동산 가치는 상속 개시 시점인 2014년 12월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류분이란 사망한 피상속인(A씨)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상속인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말한다.

C씨는 "해당 토지는 아버지가 사업을 하던 중 많은 빚을 지게 되자 어머니 명의로 신탁한 것"이라며 "어머니가 증여한 재산이 아닌 만큼 유류분 반환 대상도 아니다"라며 맞섰다. 그는 "어머니가 증여한 재산이라고 하더라도 형질변경 공사 등 개발제한 구역에서 해제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토지 증여가액은 증여가 이뤄진 1995년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심 “상속 때 시가로 산정해야” … 대법 “토지 수용 때 시가에 물가변동률 반영”


1심과 2심은 모두 B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토지가 유류분 반환 대상이라고 판결했다. 증여가액도 상속이 이뤄졌을 때 토지의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봤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은 "C씨 노력으로 토지가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돼 가액이 상승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증여가액은 증여 당시를 기준으로 하되, 개발제한 구역 해제 등 부동산 가치 평가요인은 상속 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도 이 같은 판단을 유지해 분쟁 대상인 토지의 증여가액을 72억여원으로 정했다.
어머니 생전에 수용된 토지 … 유류분 가액 계산은 어떻게
대법원 판결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처럼 개발사업의 진행 경과에 따라 토지 모습이 완전히 달라지고 가격의 등락도 결정되는 경우라면, 개발에 따른 토지 가치 변화를 증여한 사람이나 받은 사람의 이익이나 손실로 반영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증여가액은 토지가 수용된 때인 2009년 11월을 기준으로 하되, 상속이 시작된 2014년 12월까지의 물가변동률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