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진 기자
무주택자들이 내집을 사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오늘은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의 보고서 내용을 짚어보겠습니다. '3040 유자녀가구의 내집마련과 출산, 선택기준과 방해요인'이라는 보고서인데요. 쉽가 말해서 아이 키우는 가정들이 주택을 구매할 때, 그리고 육아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힘든지에 대한 설문입니다. 30~49세 가구 중 19세 미만 자녀를 키우는 3042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내집을 사야겠다' 마음먹는 순간은? [집코노미 타임즈]
먼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면 전국에서 아파트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 평균을 하회했는데요. 왜인지는 유추 가능하죠. 다른 지역보다 아파트의 가격이 높으니 연립·다세대 등 다른 유형에서의 거주 비율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내집을 사야겠다' 마음먹는 순간은? [집코노미 타임즈]
반면 소득은 서울이 압도적이었는데요. 월 7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가구의 비율이 다른 지역들에 비해 높았습니다. 고소득 직장이 많기 때문에 높은 집값에도 서울에 거주한다는 추론이 가능한 것이죠. 맞벌이 비율은 일반 도지역이 가장 높았습니다만 역설적이게도 소득은 해당 지역이 가장 낮았습니다.
'내집을 사야겠다' 마음먹는 순간은? [집코노미 타임즈]
가장 의외인 건 이 단락인 것 같습니다. 무주택가구들에게 왜 지금까지 집을 사지 않았나 물었더니 '돈이 부족해서'라는 응답의 비율이 가장 높았던 것이죠. 많은 분들이 '무주택자는 집값이 떨어지길 기다린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결과는 반대였던 것입니다. 실제론 주택 구매 의사가 있음에도 자금이 모자라 살 수 없었다는 응답이니까요. 특히 무주택가구의 12.6%는 단순히 무주택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기보단 꾸준히 청약 당첨을 노리고 있지만 당첨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값 조정을 기다리는 비율은 8.8%에 불과했습니다.

오른쪽의 그래프를 보면 무주택가구의 63.2%는 5년 이내 주택구매 계획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막연히 폭락을 기다리는 건 아니라는 것이죠. 또 이들의 대부분은 실거주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살다 보면 모를 일이죠. 아직은 3.1%에 불과한 '자산증식수단'이란 응답의 비율이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내집을 사야겠다' 마음먹는 순간은? [집코노미 타임즈]
무주택가구들의 자가 마련의 필요성을 느끼는 시기는 자녀를 출산할 때였습니다. 변곡점에 가까운데요. 결혼할 때도 딱히 내집에 대한 필요를 못 느끼던 이들까지 아이를 낳은 뒤엔 집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내집을 사야겠다' 마음먹는 순간은? [집코노미 타임즈]
실제로 첫 집을 마련한 시기도 자녀 출산 이후가 압도적이었습니다. 생애최초 주택마련 시점을 조사해보니 결혼 전 이미 내집을 마련한 비율은 전국 평균 34.4%였습니다. 하지만 첫째(29.3%)와 둘째(28.7%)를 낳고 내집을 마련했다는 응답은(58%) 이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결혼 이후~자녀 출산 전(7.6%)과도 큰 차이를 보였죠.
'내집을 사야겠다' 마음먹는 순간은? [집코노미 타임즈]
그렇다면 이렇게 마련하는 집을 고를 땐 어떤 걸 따져볼까요. 전국 기준으로 따져보면 교육 여건이 1위였습니다. 표본이 유자녀이기 때문에 얼핏 당연한 결과로 보이기도 한데요. 근묵자흑이란 말처럼 환경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모님들이 많다는 의미겠죠.

이 같은 결과는 소득이 높은 가구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소득이 낮은 가구에선 상대적으로 주택의 가격을 더 따져 본다고 응답했는데요. 인천과 경기 등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울에 거주하고 싶지만 주거비 부담 때문에 수도권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의 응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오늘 살펴본 보고서는 주택수요를 입체적으로 판단하는 데 많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인구통계와 더불어 생애주기로서의 주택수요를 읽는 데 힌트가 되리라 봅니다. 전문은 국토연구원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촬영 이예주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