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9월 학생부 발급건수 148만건…작년 동기 대비 3.2배로
SNS 게시 유행도…전문가 "위안거리 없는 청년층의 위로 찾기"
"예절바르고 호기심이 많으며…" 학생부로 위안찾는 직장인들
4년차 직장인 이재은(27)씨는 최근 초·중·고등학교 시절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읽고 큰 위안을 받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조금씩 성장해나가고 성적도 오르던 학창 시절의 자신과 어설픈 새내기 직장인에서 출발해 차차 사회생활에 적응해나간 지금의 자신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이씨는 "내가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놓여도 1년만 꾹 참고 버틴다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사랑스럽고 인간관계가 좋았다'는 담임선생님들의 응원은 덤"이라며 웃었다.

자신의 학창 시절이 고스란히 담긴 학생부를 찾아보고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어린 시절 가졌던 꿈을 되돌아보거나 학업에 열중했던 모습을 되새기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다는 이들도 많다.

초·중학교 시절 학생부를 떼본 이승열(30)씨는 "입시에 대한 부담이 없었음에도 여러 분야에서 수상한 걸 보면 그 시절에 성취욕이 아주 강했던 것 같다"며 "가족과 어린 시절에 대해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고 했다.

직장인 신모(30)씨는 "지금 보면 별것 아니라고 생각되는 활동도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며 "그때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도 이만큼만 살아보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예절바르고 호기심이 많으며…" 학생부로 위안찾는 직장인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렇게 학생부를 떼보고는 사진으로 캡처해 올리는 게 일종의 유행이 됐다.

이모(27)씨 역시 친구들이 SNS에 학생부 사진을 올리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껴 고등학교 시절 학생부를 뽑아봤다고 했다.

이씨는 "들었던 교과목별로 선생님들이 꼼꼼하게 평가를 남겨준 게 가장 인상적이었다.

학창 시절 생각이 새록새록 돋아나 아련해졌다"고 말했다.

SNS 인기와 더불어 학생부 발급 건수도 급증했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9월19일까지 정부24와 무인 민원창구 등을 통해 발급된 학생부는 148만3천877건이다.

지난해 7∼9월 사이 발급된 46만6천182건과 비교하면 3.2배로 늘었다.

사회생활이 쉽지 않다고 느끼는 2030 세대가 비교적 걱정거리가 없다고 느꼈던 과거를 더듬어보며 위안을 찾는 심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좁은 취업문이나 점점 더 옅어지는 인간관계 등 위안거리가 많지 않은 청년층이 과거의 모습을 회상하며 위로를 얻으려는 시도"라고 짚었다.

유명인들의 학교폭력 논란 속에 학생부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혹시 학생부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는지 확인도 해볼 겸 떼어보는 심리도 일정 부분 작용한다는 것이다.

직장인 나모(30)씨는 "학교폭력 이슈 이후에 학생부를 떼보는 게 유행이 돼 아예 친구들 모임에서 함께 떼보고 내용을 공유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