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개막…켄 로치 '나의 올드 오크' 등 거장 작품 대거 상영

추석 연휴 바로 다음 날인 이달 4일 부산에선 영화 팬들의 축제인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한다.

영화 팬들에겐 세계적인 거장의 신작뿐 아니라 평소 접하기 어려운 외국 영화를 두루 볼 수 있는 기회다.

상영작이 269편에 달하는 만큼 영화제를 후회 없이 즐기려면 작품을 미리 체크하고 관람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

야외서 보는 고레에다 감독 '괴물'…부산영화제의 주목할 작품들
◇ '한국이 싫어서'로 문 여는 영화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막을 올리는 영화는 개막작인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한국에서의 삶에 환멸을 느껴 뉴질랜드로 떠나는 20대 여성 계나(고아성 분)의 이야기다.

이 시대 한국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고민을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젊은이의 감동적인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다.

폐막작은 중국 닝하오 감독의 신작 '영화의 황제'다.

영화 제작을 그린 영화로, 홍콩 스타 류더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배우 라우웨이치 역을 맡아 코믹 연기를 펼친다.

닝 감독 본인도 이 영화에 등장한다.

그는 라우웨이치의 연기를 나무라면서 웃음을 일으키는 감독을 연기했다.

야외서 보는 고레에다 감독 '괴물'…부산영화제의 주목할 작품들
◇ 고레에다 히로카즈·켄 로치·데이비드 핀처…거장의 작품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거장 감독의 신작들이 관객들과 만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은 거장 감독의 신작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됐다.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을 둘러싼 교사와 학부모의 갈등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사회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작품은 야외극장에서도 상영된다.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5일 기자회견에서 "거장 감독의 영화를 야외에서 선보이면 보다 많은 관객이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온 영국 거장 켄 로치 감독의 신작 '나의 올드 오크'도 눈길을 끈다.

영국 폐광촌에 시리아 난민들이 집단으로 이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로치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온 문제의식이 변주된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더 킬러'도 주목할 만하다.

길 건너편 건물을 주시하는 킬러를 그린 스릴러물로,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호평받았다.

빔 벤더스 감독의 '빔 벤더스의 알젤름 3D'는 독일 화가이자 조형 예술가인 안젤름 키퍼의 작품을 조명하는 3D 다큐멘터리다.

키퍼의 작품을 실제로 보는 것 같은 독특한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은 유아 수준의 지능을 가진 젊고 아름다운 여성 벨라와 함께 사는 해부학 교수의 이야기로, 그의 젊은 제자가 벨라에게 마음을 뺏기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왕빙 감독의 '청춘(봄)'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다.

상영 시간이 3시간 반에 달하는 이 작품은 중국 시골에서 상하이 인근 도시에 모여든 청년 노동자들의 일상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이 밖에도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바튼 아카데미', 난니 모레티 감독의 '찬란한 내일로', 미셸 공드리 감독의 '공드리의 솔루션 북',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의 '푸른 장벽' 등이 이번 영화제에서 접할 수 있는 거장의 작품으로 꼽힌다.

야외서 보는 고레에다 감독 '괴물'…부산영화제의 주목할 작품들
◇ '더 비스트'·'녹야'·'도그맨' 등 화제작들
놓치면 아까울 화제작들도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프랑스의 명배우 레아 세두가 주연한 '더 비스트'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이다.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헨리 제임스의 소설 '정글의 짐승'을 토대로 한 작품으로, 세 번에 걸쳐 다른 시대에 환생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레아 세두는 1910년대 프랑스의 부르주아 여성, 201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모델, 2044년 감정이 사라져버린 세상의 사람 등 세 인물을 연기했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의 또 다른 초청작인 한슈아이 감독의 '녹야'도 주목된다.

인천항 여객터미널 검색대에서 일하는 중국 출신 여성이 초록 머리를 한 여성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중국 배우 판빙빙과 한국 배우 이주영이 주연을 맡았단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레옹'(1994)으로 유명한 뤽 베송 감독의 신작 '도그맨'은 이런 시절부터 학대받아 개를 가족처럼 여기는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스릴러 영화다.

정윤석 감독의 '진리에게'는 2019년 세상을 떠난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의 마지막 인터뷰를 담은 다큐로, 영화, 일기, 사진 등을 토대로 설리에 대한 기억을 재구성했다.

이혁래 감독의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봉준호 감독의 첫 단편 '룩킹 포 파라다이스'를 소재로 1990년대 한국 영화광들의 열정을 재현해낸 보기 드문 작품이다.

앤서니 펀 감독의 '원 모어 찬스'는 홍콩 배우 저우룬파의 신작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영화에서 저우룬파는 마카오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장발의 남성을 연기한다.

저우룬파는 이번 영화제에 참석해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을 예정이다.

야외서 보는 고레에다 감독 '괴물'…부산영화제의 주목할 작품들
◇ 평소 보기 힘든 인도네시아 영화들
아시아 영화의 허브로 불리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잠재력을 가진 아시아 영화를 발굴해 세계로 진출시키는 통로 역할을 해왔다.

이번 영화제에선 '인도네시아 영화의 르네상스'라는 제목의 특별 기획 프로그램으로 아시아 영화계에서 떠오르는 인도네시아의 주목할 만한 작품 12편을 소개한다.

이 가운데 요셉 앙기 노엔 감독의 신작 '가스퍼의 24시간'은 정부가 연루된 대량 학살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관이 어린 시절 친구의 실종 사건에 대한 단서를 찾아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다.

남동철 직무대행은 특별 기획 프로그램 초청작들에 대해 "인도네시아 영화의 현재를 대표하는 감독들의 작품들"이라고 소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