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먹기도 어려운데 큰 도움…더 많이 생겼으면"
봉사자 얼굴에도 '웃음꽃'…"도움 주러 왔다가 힐링"
1시간만에 동난 밥솥 7개…연휴 첫날 무료급식소 '북적'
"밥을 일곱 솥 했는데 다 나갔어요.

평소에는 300분 정도 오시는데 오늘은 500분 정도 온 것 같아."
추석 연휴 첫날인 28일 오후 1시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원각사 무료급식소. 배식을 시작한 지 1시간여만에 준비한 모든 음식이 동이 났다.

7년째 급식소 총책임자를 맡고 있다는 자광명(69) 보살은 빈 그릇을 바삐 옮기며 "다른 날보다 사람이 많아 준비한 밑반찬이 일찍 떨어졌다.

전에 해뒀던 음식까지 내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날 점심 메뉴는 짜장밥, 김치, 호박볶음, 콩나물 김칫국이었다.

자광명 보살은 "내일은 추석이니까 갈비와 뭇국을 준비할 것"이라며 "나가실 때 선물로 드리려고 양말 한 켤레와 송편 몇 알도 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1시간만에 동난 밥솥 7개…연휴 첫날 무료급식소 '북적'
급식소를 자주 찾는다는 정모(75)씨는 "평소에는 탑골공원 입구 정도까지 줄을 서 있는데 오늘은 (종로2가) 파출소 앞까지 사람이 있었다.

연휴라 다른 무료 급식소들이 문을 닫아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밥을 먹기 위해 1시간 기다렸다는 그는 "다른 사람 구경도 하고 친구도 사귀면서 시간을 보냈다"며 "오늘 몇 년 만에 온 사람도 있어 반갑게 인사도 나눴다"고 했다.

평소보다 사람이 몰린 탓에 먼 곳에서 왔지만 식사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린 이들도 있었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서 왔다는 연모(77)씨는 "집에서 여기까지 1시간이 걸린다.

12시30분에 도착했는데 다 끝나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급식소를 찾은 이들은 무료로 먹는 한 끼 식사가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정씨는 "우리 나이대에는 끼니를 제때 못 먹으면 체력도 나빠지고 안 좋다"며 "(급식소까지 오는 길에) 운동도 하고 사람도 사귀고 밥도 먹고 좋다"며 급식소 측에 감사를 전했다.

오전 11시부터 기다렸다는 이모(67)씨는 "밥 한 끼 먹기가 어려운데 이런 무료 급식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하나하나가 큰 도움"이라고 말했다.

1시간만에 동난 밥솥 7개…연휴 첫날 무료급식소 '북적'
긴 연휴를 봉사와 함께 시작한 자원봉사자들도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원각사 무료급식소 봉사만 다섯 번째라는 이준환(45)씨는 "연휴라 손이 모자랄 것 같아서 왔다"며 "조금이나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기쁨이 크다.

오히려 제가 더 힐링 받고 간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처음 봉사활동을 했다는 성모(29)씨는 "평소에 엄마가 (명절에) 제사를 지내는 대신 같이 봉사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오늘 제가 먼저 해보고 오겠다며 친구와 함께 왔다"고 말했다.

성씨는 "처음이라 걱정도 많았지만 어르신들이 친절하게 인사도 받아주시고 밥도 맛있게 먹어주셔서 생각보다 더 보람찼다.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어 다음 달에도 봉사 신청을 했다"고 했다.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 응우옌 느뀐 자오(19)씨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좀 아프면서도 따뜻해진다"며 "명절이라 고향에 있는 가족 생각도 나지만 봉사하니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