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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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증권업계가 외환 거래팀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달러화를 비축하는 동시에 시차에 맞게 팀을 재편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주식시장의 결제일 단축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외환 결제 업무가 세계적으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각국 증권사들이 외환 결제팀을 재정비하고 있다. 미국 규제당국이 주식 결제일을 단축하기로 결정해서다. 결제일 단축에 따라 달러화를 미리 비축해놓는 증권사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사전 준비금을 확보해야 하는 시간이 단축될 예정이라서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월 미국 주식 결제일을 종전 T+2(거래성립일부터 2거래일)에서 T+1로 하루 단축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21년 게임스톱 등 '밈 주식(온라인 이슈 등의 입소문을 타고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는 주식)' 투자 열풍이 불어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당시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은 "이 같은 개정안은 시장 회복성을 개선하고 효율성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제일 단축안은 내년 5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각 증권사는 트레이드 배분과 확인 등 핵심 거래 단계를 1영업일이 끝나기 전에 완료해야 한다.

업무 과정이 단축될 것으로 보이자 일부 증권사는 미리 달러화를 비축하기 시작했다. 유럽 및 아시아 증권사에서 특히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사안이다. 미국 자산을 매수하는 고객들의 결제를 제때 처리하기 위한 조치다.

시티그룹의 글로벌 주식 부문을 이끄는 오칸 페킨은 "오늘날 대부분 증권사가 T+2 규정에 따라 해외 결제를 해오던 관행을 고치느라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며 "결제 속도가 한층 빨라지면서 하루 만에 필요한 외환을 조달해야 해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특히 취약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환 결제팀을 재편하는 증권사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유럽 및 아시아 시장과 미국 증시의 개·폐장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다. 이번 개정으로 인해 미국 증권사 입장에선 결제일이 하루 줄어들지만, 유럽의 경우 12시간가량의 결제 시간이 2시간으로 단축된다.

결제에 필요한 영업일이 하루 줄어들면서 북미 시장에 둔 지사를 확장하고 있는 증권사도 나타났다. 미국 증권예탁기관(DTCC)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 증권사 중 절반은 북미 지역에 외환 결제 인력을 충원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의 자산운용사 베일리 기퍼드는 북미 지역에 단독으로 외환 결제팀을 신설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BNP파리바의 글로벌 자산 관리팀장인 에마누엘레 리스는 "새로운 규정은 해외 고객들의 불편을 키울 것"이라며 "유럽 증권사들이 백오피스나 미들오피스를 북미로 이전하려는 이유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