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밀착, 그 이유가…눈길 끄는 NYT 분석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방문하는 등 북러가 밀착 행보를 보이는 것은 미국을 골탕 먹이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방러 일정은 러시아 정부가 어떻게 북한의 위협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부각한다며 이 같이 진단했다.

4년여 만에 러시아를 방문한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고 정상회담 전에 푸틴 대통령의 안내로 우주발사체 조립 시설과 발사 단지를 둘러봤다.

이어 김 위원장은 열차를 타고 15일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주의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도착해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16일에는 연해주 소도시 아르툠을 찾아 공군기지 등 군사시설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잇달아 군사시설을 방문하는 김 위원장의 일정은 푸틴 대통령이 서방에 골칫거리인 독재국가와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위협을 증폭시키려는 의도라고 NYT가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 초기 국가안보회의 러시아 선임국장을 지낸 안드레아 켄들-테일러 '새로운 미국 안보 센터'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밀착에 대해 "정말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며 "단지 러시아가 서방의 압박을 완화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계속하도록 돕는 것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더 중요한 결과는 미국이 직면한 다른 도전과제들을 러시아가 실제로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러 밀착, 그 이유가…눈길 끄는 NYT 분석
단순히 우크라이나전에 필요한 탄약 등 무기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위협적인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확대하려는 노림수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등 서방에서는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인공위성 및 로켓, 핵잠수함 관련 기술을 북한에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으로 핵무기 관련 유엔의 대북제재를 무력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의식하는 듯, 15일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어떤 합의도 위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북러의 무기거래 의혹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기간에 군사 관련을 포함한 어떤 협의에도 서명하지 않았으며 그럴 계획도 없다"며 부인했다.

NYT는 미국의 애를 태우려는 푸틴 대통령의 전략으로 북한뿐 아니라 이란 등 다른 독재국가와도 밀착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작년 7월 이란을 방문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만나 반서방·반미 연대를 과시했다. 이란은 핵 프로그램으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웠고 우크라이나전과 관련해 러시아에 드론(무인기)을 팔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푸틴 대통령은 올해 3월 모스크바에서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회담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네바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아프리카 독재자들을 만나기도 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NYT는 러시아가 북한, 이란 등과 더욱 가까워짐으로써 이들 국가에 무엇을 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짚었다. 켄들-테일러 선임연구원은 "러시아가 기술 같은 것들을 기꺼이 준다면 우리(미국)의 적들은 더욱 유능하고 대담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