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지속과 경기 침체 등으로 수익형 부동산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수도권 지역에선 경매 감정가의 반값에 낙찰받는 ‘반값 상가’가 속출하고 있다. 임차인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임대인은 공실로 골머리를 앓는 이른바 ‘유령 상가’도 낙찰가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양 저조로 공사비조차 지급하지 못한 유치권 행사 상가도 경매 시장에 대거 풀리고 있다.

○경기도 상가 낙찰가율 50%대 불과

수도권 '반값 상가' 속출…매수심리 '꽁꽁'
13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 지역의 상가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55.3%로 집계됐다. 지난 7월(73.5%)보다 18.2%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서울(72.3%), 인천(64.6%) 등 다른 수도권 상가의 낙찰가율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상가는 아파트(낙찰가율 80.1%), 오피스텔(69.9%) 등 다른 부동산 지표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수익형 부동산 상품의 수익률이 하락한 데다 소비심리조차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수도권 상가는 지역과 종류를 가리지 않고 유찰이 거듭되고 있다. 유찰이 세 차례 이상 반복돼 최저입찰가가 반값 이하로 떨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5일 매각된 경기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1층 상가(136㎡)는 감정가(19억원)의 반값도 안 되는 8억64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세 차례 유찰로 최저입찰가가 6억원대로 떨어지자 10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화성의 한 오피스텔 1층 상가(45㎡)는 1일 감정가(6억9800만원)의 46%인 3억2000여만원에 낙찰됐다. 이 상가는 공실 상가가 아니라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20만원을 내는 임차인도 있었는데 세 차례 유찰이 이뤄진 뒤에야 응찰자 8명이 입찰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경매가 진행된 양주 삼숭동 한 상가(105㎡, 5층)도 유찰이 세 번이나 거듭된 뒤에야 매각됐다. 감정가는 4억2400만원이었는데 최저입찰가가 1억4500만원까지 떨어졌다. 최종 낙찰가는 1억9600만원으로 정해져 새주인이 찾았다.

○공사비 지급 못 해 경매 잇따라

상가 미분양 여파로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해 경매에 나온 상가도 잇따랐다. 평택 포승읍의 한 빌딩은 건물주가 이자 비용과 공사비를 미지급해 올해 들어 9개 상가가 한꺼번에 경매 시장에 나왔다. 이 중 7건은 매각이 마무리됐고 나머지 2건은 경매 중이다.

이 빌딩은 공실 상태에서 현관 유리문마다 ‘유치권 행사 중’이라고 붙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매각된 이 건물 2층 상가(46㎡)는 감정가가 1억9000여만원이었는데 3200여만원에 겨우 팔렸다. 매각된 상가 대부분은 낙찰가율이 9~18%였다.

화성 서신면의 한 근린상가(7553㎡)도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채권자가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 상가는 두 차례 유찰이 이뤄져 감정가(91억원)의 반값인 45억원까지 최저입찰가가 떨어졌지만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성남여객종합터미널’ 복합상가도 경매 시장에 무더기로 나왔다. 2000년대 경기 동부권 최대 터미널이었던 ‘성남여객종합터미널’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올 1월 40년 만에 문을 닫았다. 3월 1층 상가(5㎡)가 낙찰가율 76%에 매각된 후 올해 들어 14건의 경매가 이뤄졌다. 지난달엔 감정가 4600만원짜리 2층 상가(6㎡)가 2300여만원(낙찰가율 50.2%)에 낙찰됐다.

앞으로 금리가 낮아지고 유동성이 풀리지 않는 한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위축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상가 매수심리가 살아나려면 기본적으로 상권이 활기를 띠어야 하는데 소비심리가 좋지 않다”며 “지금으로선 상가를 저가에 낙찰받아도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만큼 자금 계획을 짜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