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착기 동원해 시신 무더기 매장…리비아 대홍수 비극 현장
대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리비아 동부 항구도시 데르나.

이곳에서만 5천명이 넘는 주민이 밀어닥친 물살에 목숨을 잃으면서 현지 당국과 주민들은 넘쳐나는 시신을 처리하려 사투를 벌이고 있다.

관은커녕 시신 보관용 가방마저 부족해 시신을 담요에 싸서 매장하는 등 참혹한 광경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BBC 방송은 데르나 현지 공동묘지에선 굴착기로 땅을 파 담요나 시신 가방에 담긴 희생자들을 묻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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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 모하메드 카마티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구조대원들이 여전히 희생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리비아의 모든 젊은이, 학위가 있거나 의료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와서 우리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간호사가 부족하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집트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지원이 도착하기 시작했지만, 두 개 정부로 분열된 리비아의 정치 상황이 구조 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리비아에서는 2011년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민주화 바람을 몰고 온 '아랍의 봄'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동부를 장악한 리비아 국민군(LNA)과 유엔이 인정하는 서부의 통합정부가 대립하며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 독일, 이란, 이탈리아, 카타르, 튀르키예 등이 리비아에 지원을 제공했거나 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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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지난 10일 열대성 폭풍 다니엘이 리비아를 강타하면서 데르나에서 약 12km 떨어진 댐이 무너졌고, 쏟아져 나온 물이 계곡을 휩쓸고 내려가 데르나에서 가까운 두 번째 댐마저 터뜨리면서 참사가 벌어졌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0일 촬영된 영상에는 홍수로 불어난 물이 데르나를 가로질러 흐르고, 차들이 물살에 맥없이 떠내려가는 모습이 찍혔다.

낮이 되자 뒤집힌 차량과 진흙으로 뒤덮인 거리 등 곳곳에 대홍수가 할퀴고 간 상처로 가득했다.

리비아 동부 지역 정부 관계자는 BBC에 "쓰나미가 덮친 것과 같은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리비아 동부 지역 오스만 압둘잘릴 보건장관은 AP 통신에 "파괴 규모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건 데르나와 정부의 역량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지 당국은 약 10만명이 거주하는 데르나에서만 이번 홍수로 5천3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실종자도 최소 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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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