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과 팔라듐, 공급은 부족한데 가격은 내리는 미스테리 [원자재 포커스]
백금과 팔라듐 공급 부족한데도 가격 떨어져

지난해 최고가의 반토막 이하

플래티넘(백금)과 팔라듐 가격이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수요가 꾸준한 가운데 공급이 정체되면서 올해 수요대비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업들이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재고를 줄이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팔라듐 선물은 한 달 전에 비해 7% 내린 트로이 온스당 1217달러에 거래됐다. 작년 3월 고점인 2981달러에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백금 가격 역시 트로이 온스당 900.5달러로 5일 만에 약 5%가 하락했다. 백금과 팔라듐 가격은 지난 5월 이후 꾸준한 내림세를 기록했다. 중국의 코로나19 리오프닝 수혜를 기대했으나 오히려 침체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팔라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팔라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플래티넘은 보석에서 유리 제조까지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 차량의 유해한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장착하는 촉매 제조에도 사용된다. 팔라듐은 과거 백금의 반값이라 백금의 대체제로 사용됐다. 그러나 수요가 늘면서 2017~2018년께부터는 가격이 역전됐다. 지금은 오히려 플래티넘이 팔라듐의 대체제로 검토되고 있지만, 최대 사용처인 자동차 부품 특성상 쉽게 재료를 바꿀 수 없어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백금투자협회(WPIC)는 분기별 보고서에서 올해 백금 수요는 27% 증가한 820만 트로이 온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생산이 증가하고, 차량 한 대당 들어가는 금속 자재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었다. 백금의 주요 생산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고질적인 전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공급량은 작년과 비슷한 720만 온스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WPIC는 올해 시장에서 부족한 공급량 예상치를 3개월 전 98만3000온스에서 더 많은 100만온스로 전망했다. WPIC는 보고서를 통해 "2023년 말까지 지상 재고는 연간 수요의 5개월분에 불과할 것"이라며 "대부분의 재고를 중국이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팔라듐도 마찬가지로 공급이 70만 온스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내림세다. 장기적으로는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돼 곳곳에 재고를 줄이고 있는 탓이다. 지난 몇 년 사이 수 차례 가격 급등 사태를 경험한 기업들은 충분한 백금 재고를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반면 자동차의 전체적인 수요는 예상외로 줄고 있다. 배기가스가 없는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고 백금과 팔라듐이 많이 사용되는 디젤 차량은 줄어들고 있다. 디젤 엔진은 트럭이나 승합차 버스 등에 일부 사용되며 승용차에선 사실상 퇴출당하는 분위기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