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국가대표 리그오브레전드팀 김정균 감독(오른쪽) (제공=한국e스포츠협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국가대표 리그오브레전드팀 김정균 감독(오른쪽) (제공=한국e스포츠협회)
대한민국 e스포츠 국가대표 리그오브레전드 팀이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오늘부터 이틀간 평가전을 펼친다. 11일 펼쳐지는 1차전은 베트남과 내일 치러질 2차전은 대만과 대결을 펼친다. ‘원팀’으로서 첫 합을 선보이는 만큼 팬들의 관심은 과연 미드라이너 첫 선발은 누구인가에 쏠려 있다.

리그오브레전드 국가대표팀은 총 6명으로 이중 미드 라인만이 페이커(이상혁)와 쵸비(정지훈)로 2명이다. 따라서 두 선수 사이의 주전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양 선수 모두 오랜 기간 좋은 폼을 보여준 선수인 만큼 김정균 감독의 고민도 깊다.

페이커는 2013년 데뷔해 벌써 데뷔 10년 차를 넘어선 베테랑이다. 우승 기록만 해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3회,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2회,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10회에 달한다. 명실상부한 롤계의 아이콘이다. 지난 2022년에도 롤드컵 결승에 올랐으며, 올해도 국내 대회 결승에 모두 진출했을 정도로 준수한 폼을 유지하고 있다.

쵸비 역시 2018년에 데뷔한 이래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핀에서 데뷔한 그는 2부 리그에서부터 뛰어난 피지컬로 주목받았다. 이후 1부 리그에 승격 직후인 2019년에 결승전에 오르는 등 파괴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우승컵과는 인연이 없었으나 2022년 여름 젠지 e스포츠에서 첫 LCK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이후 2023 스프링, 서머까지 내리 3번 연속 우승하며 ‘쓰리핏’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현시점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미드라이너로 꼽힌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국가대표 리그오브레전드팀 선수단(제공=한국e스포츠협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국가대표 리그오브레전드팀 선수단(제공=한국e스포츠협회)
김정균 감독은 본인 스스로 인정할 정도로 ‘식스맨’ 전략을 좋아하고 잘 쓰는 감독이다. 코치와 감독으로 롤드컵 우승 3회, MSI 우승 2회 LCK 우승 10회를 해낸 명장인 그는 중요한 순간에 식스맨 기용으로 반전을 쓴 기억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LCK 스프링 준결승이다. 당시 CJ 엔투스와의 플레이오프 대결에서 세트스코어 2 대 0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폼이 안 좋았던 벵기(배성웅)를 교체 투입해 역스윕에 성공했다. 이는 소위 ‘톰톰벵벵벵’이라는 밈으로 남을 정도로 파격적이자 성공적인 식스맨 기용 사례로 남아있다. 이후에도 2016년 롤드컵 4강에서 2 대 1로 뒤지던 상황에서 벵기를 교체 투입해 승리하고, 2017년에도 롤드컵 4강에서 피넛(한왕호)을 교체 투입해 승리하는 등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주목받는 건 김정균 감독이 2015년 SK텔레콤 T1(현 T1) 코치로 활약할 당시 미드 라이너인 페이커와 이지훈을 식스맨으로 활용해 좋은 성적을 거둔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김 감독은 당시 두 선수의 교체 기용을 통해 경쟁심을 끌어올려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당시 페이커는 결승전 인터뷰에서 “우승도 좋지만 출전하지 못해 아쉽다”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경쟁심을 불태웠다. 결국 해당 시즌 LCK 스프링과 서머, 그리고 롤드컵까지 3번의 우승컵을 거머쥐는 성적을 냈다.

과거 이지훈과 페이커를 활용하며 ‘식스맨’ 전략의 극치를 보여줬던 김정균 감독인 만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페이커와 쵸비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기대감이 쏠리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8월 29일에 진행된 e스포츠 국가대표 출정식에서 “연습 데이터와 컨디션을 보고 선발을 결정할 것”이라고 기준을 밝힌 바 있다. 이번 평가전에서 첫 선발로 나오는 선수가 앞으로도 주전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물론 말 그대로 평가전인 만큼 두 선수 모두에게 출전 기회를 부여할 가능성도 있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