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범준 기자
사진=김범준 기자
퇴직 공무원 중 공무원연금을 가장 많이 수령하는 상위 1만 명은 월평균 425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10일 정우택 국회부의장에게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연금 수령액 상위 1만 명은 매달 최소 394만원을 받았다. 월 400만원 이상 수령자는 8573명이었다. 월 700만원 이상을 받은 사람도 4명 있었다.

공무원연금 수령 최고액은 월 738만원으로 작년 말 국민연금 최고액(249만원)의 세 배 수준이었다. 월 600만원 이상은 8명이었으며, 10위는 월 599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명의 최종 직책은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립대 총장, 국무총리 등으로 추정된다. 이들 고액 수급자는 대부분 재직 기간이 40년에 이르는 데다 2009년과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이전 계산식이 일부 적용돼 수령 금액이 높다는 게 공무원연금공단의 설명이다.

그러나 전체로 따져도 공무원연금의 월평균 수령액은 268만원(2022년 기준)으로 국민연금(58만원)보다 4.6배나 많다. 공무원연금의 보험료율은 18%로 국민연금(9%)보다 두 배 높다.

공무원연금은 재정적자로 2001년 이후 20년 넘게 국고를 투입해 지급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공무원연금 재정적자가 6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2050년에는 15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더 시급한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은 그대로 놔둔 채 국민 고통 분담이 불가피한 국민연금 개혁만 추진한다고 하면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文정부 5년간 공무원 13만명 폭증…연금 적자폭 키워
연금특위, 직역연금도 개혁 추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5월 2기 활동을 시작하면서 직역연금 개혁도 구조개혁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연금은 최근 2015년 개혁이 있었지만, 이후 가입자와 수급자가 급증하면서 재정이 더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2018년 51만 명에서 지난해 63만 명으로 연평균 5.6%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입자도 116만 명에서 128만 명으로 불어났다. 2090년에는 수급자가 132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제도부양비(가입자 100명이 부양하는 수급자 수)는 올해 49.2명에서 2070년 100명을 넘어서고, 2093년 144.5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문재인 정부 때 공무원 12만9000명을 급격히 늘린 결과 장기 적자폭이 커졌고, 그 피해와 부담은 국가와 미래 세대의 몫이 돼 버렸다”며 “여야가 사회적 합의와 용기 있는 개혁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연금특위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 방향으로 △보험료율 인상 △지급개시연령 상향 △연금 지급률 인하 △연금액 한시적 동결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위 소속 한 민간자문위원은 “2015년 연금액 동결이 5년간 이뤄졌지만 그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 수준이라 효과가 미미했다”며 “급여액을 다시 한시적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공무원 노조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공무원노동조합연맹 등 공무원 노조는 국회에서 직역연금 개혁 얘기가 나오자 “즉각 중단하라”며 특위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들은 “2015년 개혁 당시 약속했던 연금지급개시 연령 연장에 따른 소득 공백 보완 방안부터 마련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설지연/노경목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