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A사는 올해 전기차 부품 라인을 증설하려다 계획을 접었다. 마산자유무역지역(일반공업지역)에 적용되는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물면적 비율) 70%가 이미 꽉 찼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일반공업지역은 일괄적으로 건폐율이 70%로 제한된다. 80%가 적용되는 산업단지보다 허용치가 낮다.

산단보다 낮은 공업지역 건폐율…"지방에선 공장 증설 꿈도 못 꿔"
마산자유무역지역은 산업단지처럼 건폐율 80%를 적용하면 약 10만㎡의 공장부지를 더 확보할 수 있다. 이곳에 입주한 압축기업체 범한산업의 정영식 대표는 “밀려드는 주문 때문에 공장을 더 짓고 싶은데도 투자를 못 하고 있다”며 “일괄적인 건폐율 규제는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하는 등 정부가 균형발전을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킬러규제’가 여전히 많고, 이런 규제는 특히 수도권보다 투자 유치에 불리한 지방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충북의 배터리 대기업 B사는 확보해 놓은 부지에 공장을 짓기로 한 일정이 늦어져 미국 수출에 애를 먹고 있다. 부지 매입 후 인근에 대학이 들어오면서 통상 9개월가량이 걸리는 교육환경영향평가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학교 시설로부터 직선거리로 200m 안에 공장을 지으려면 관할 교육감의 교육환경영향평가 승인을 받아야 한다. B사는 이 부지에 공장을 두 개 이상 지을 계획인데 이 경우 공장을 지을 때마다 교육감 승인을 받아야 한다.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의료기기에 적용해 데이터를 추출·분석할 수 있는 C사는 본사의 지방 이전도 고려 중이지만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행 법규상 기업은 병원과 협약을 맺어야만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데, 병원 수가 적은 지방에서는 이를 지키기가 쉽지 않아서다.

지방 기업들은 외국인 고용 규제도 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내국인 고용 보호를 위해 마련한 쿼터제와 직접 고용금지 조항이 외국인 인력 의존도가 높아진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남에 있는 플랜트 기자재업체 D사는 해외에서 밀려드는 주문에 베트남 자회사 직원들을 국내로 데려오고 싶지만 불가능하다. 현행법상 기업은 고용노동부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사업장에 임의 배정받는 방식으로만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규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회발전특구 제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제도에 포함된 규제특례 조항은 기업의 지방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 해소를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하면 지방시대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당 규제의 예외를 인정하는 제도다. 곳곳에 있는 규제를 포괄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평가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