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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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엔진 시장 1위 구글에 대해 미 법무부가 제기한 반독점 연방 소송이 다음주 시작된다. 구글은 앞서 안드로이드 앱 수수료 문제, 개인정보 침해, 광고시장 독점 등 소송에선, 연방거래위원회(FTC)와 개별 주정부 등과 합의해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석유재벌 존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을 산산조각내고, 마이크로소프트를 반으로 쪼갤 위기에 몰아넣었던 미 법무부의 반독점법 소송을 쉽게 벗어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컬럼비아 연방지방법원 아미트 P.메타 판사는 오는 12일 법무부가 2020년 10월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의 본안절차를 시작한다. 로라 필립스-소여 조지아대 법학과 교수는 NYT에 "이번 사건은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시장 지배력을 발휘하는 새로운 플랫폼 기업에 대한 선례를 만드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업계와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소송이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끼워팔기 관행으로 벌어진 반독점법 위반 소송 못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미 법무부는 당시 MS가 컴퓨터 제조사와 담합해 넷스케이프 등 경쟁 소프트웨어 기업을 시장에서 밀어낸 냈다며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기업을 분할하라는 판결을 내리기까지 했다. 다만 항소법원에서 MS가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빌 게이츠가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나는 등의 조치를 통해 기업 분할은 피했다.

구글 역시 법무부로부터 “스마트폰 제조사에 구글 앱을 기본 검색 엔진으로 탑재하도록 계약해, 다른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았다”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미 법무부는 검색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구글이 사업을 매각하고 사업 운영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구글은 "애플 등과의 거래 관계는 독점적이지 않으며 사용자들이 설정을 변경해 대체 검색 엔진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3년에 걸쳐 150명 이상의 증인을 신청하고, 500만 페이지 넘는 소송 문서를 작성하는 준비절차를 거쳤다.

미국의 반독점법은 1911년 존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을 34개 기업으로 분할했고, 1984년엔 유선 전화 사업을 독점하던 AT&T를 8개 지역 기업으로 쪼개는 등 독점기업에게 가혹한 처분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반독점법은 지금까지 '가격을 올려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경우' 기업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려왔다. 이 때문에 인터넷 검색 등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구글과 같은 기업의 행위가 사용자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가 소송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레베카 알렌스워스 밴더빌트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NYT에 "구글의 재판은 설탕, 철강, 철도 독점 기업을 해체하기 위해 1890년에 만들어진 반독점법이 오늘날 경제에서 여전히 작동할 수 있는지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유럽연합(EU) 등 해외에서 진행 중인 구글의 다른 반독점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U는 구글의 광고시장 독점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 지 2년여 만인 지난 6월 심사보고서를 냈고 구글은 이를 검토 중이다. 구글이 독점행위가 인정되면 거액의 벌금과 함께 구글의 유럽 내 광고 사업부를 매각하게 될 전망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