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대형병원도 없는데…전국서 집값 가장 많이 오른 이 곳
과천, 7월 아파트값 1.91% 뛰어 전국 1위
푸르지오써밋
더블 역세권 돋보여
과천자이 전용 84㎡, 19.4억에 매매
위버필드 대형은 5개월 새 7억 올라
강남 접근성 우수
·쾌적한 주거환경

최근 집값 상승세는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가 이끌었다. 하지만 반등장이 펼쳐진 이후 강남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아파트 가격이 올라 주목받고 있는 지역이 있다. 바로 ‘준강남’이라 불리는 경기 과천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과천 아파트 매매가격은 1.91% 뛰었다. 하남(1.82%), 화성(1.64%), 광명(1.32%) 등을 제치고 전국 상승률 1위에 올랐다. 서울 송파(0.87%)와 강남(0.47%), 서초(0.28%)를 크게 웃돈다. 우수한 강남 접근성, 쾌적한 주거환경, 개발 호재 등이 과천 아파트값 상승의 비결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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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부림동에 푸르지오써밋

서울지하철 4호선 과천역과 정부과천청사역을 끼고 있는 중앙동과 부림동, 별양동, 원문동을 중심으로 과천의 아파트촌이 들어서 있다. 12개 단지가 하나의 생활권을 이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앙동 과천푸르지오써밋(과천주공 1단지)의 입지가 특히 돋보인다는 평가다.

과천역과 정부과천청사역 모두와 맞닿아 있는 더블 역세권이다. 과천정부청사, 과천시청, 과천경찰서 등 관공서와 가깝다. 1571가구로 규모도 크다. 2020년 입주를 시작한 신축 아파트다. 과천의 시세를 견인하는 ‘대장 아파트’를 꼽을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단지다.

길(중앙로) 건너 맞은편 부림동엔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과천주공 7-1단지)이 있다. 역시 2020년에 입주했으며 1317가구 규모다. 정부과천청사역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단지 바로 앞에 과천역 3번 출구에 있다. 관문초가 바로 붙어 있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다.
과천푸르지오써밋 전경
과천푸르지오써밋 전경
푸르지오써밋은 대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다. 따라서 두 단지 모두 고급스러운 조경과 커뮤니티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과천푸르지오써밋엔 스카이라운지와 수영장 등이 있다.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 안엔 생태연못과 정원 등이 조성돼 있다. 서울 이외 지역에서 푸르지오써밋이 들어선 건 과천이 유일(준공 완료 기준)하다.

과천자이, 전용면적 84㎡ 20억 육박

올 들어 과천에서 가장 비싼 몸값(전용면적 84㎡ 기준)을 기록한 단지는 별양동 과천자이(과천주공 6단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과천자이 전용 84㎡는 지난 6월 19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1월엔 같은 평형이 15억75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20억원 클럽’ 재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8월 19억1000만원(전용 84㎡)에 매매된 과천푸르지오써밋이 뒤를 잇는다.

과천자이는 2021년 11월에 입주한 2099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초역세권인 두 푸르지오써밋 아파트에 비하면 지하철역까지 조금 멀긴 하지만, 그래도 정문에서 도보로 10분이면 지하철역까지 갈 수 있다. 과천자이는 국내 아파트 커뮤니티시설 최초로 LED(발광다이오드) 다목적 체육관을 도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과천자이 전경.
과천자이 전경.
별양동 남쪽 원문동에 있는 과천위버필드(과천주공 2단지)도 지역을 대표하는 아파트다. SK에코플랜트와 롯데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했다. 전용 111㎡ 가격이 지난 3월 20억원에서 지난 8월 27억원으로 7억원 뛰었다. 올해 들어 전용 84㎡ 최고 거래가격은 18억7000만원이다.

이 일대엔 래미안 브랜드를 달고 있는 단지도 세 곳 있다. 원문동과 별양동에 걸쳐 있는 과천래미안슈르(과천주공 3단지)는 총 3143가구로 규모가 가장 크다. 중앙동 과천푸르지오써밋 뒤편에 래미안에코팰리스(과천주공 11단지)도 있다. 각각 2008년, 2007년에 입주해 다른 아파트보단 연식이 있는 편이다. 별양동에 543가구 규모 래미안센트럴스위트(과천주공 7-2단지)도 있다.

“공장·유흥시설 하나도 없어”

과천 집값이 비싼 첫 번째 이유로는 뛰어난 서울 접근성이 꼽힌다. 과천은 서울과 같은 지역번호(02)를 쓸 정도로 서울과 가깝다. 특히 성남 분당과 함께 강남권 접근성이 매우 우수한 지역으로 꼽힌다. 대중교통도 편리하다. 과천역에서 4호선을 타고 5정거장을 가면 2·4호선 환승역인 사당역이 있다. 각각 7호선, 9호선을 갈아탈 수 있는 이수역, 동작역도 가깝다.

앞으로 서울 접근성은 더 좋아질 전망이다. 양재와 삼성, 왕십리, 청량리 등 서울 주요 지역을 지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이 정부과천청사역에 들어설 예정이다. 2028년 개통이 목표다. 정부과천청사역에서 강남구 개포동을 거쳐 위례신도시로 이어지는 위례과천선도 추진 중이다. 서울시가 최근 행정예고를 하면서 이수~과천 복합터널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상습 정체가 일정부분 해소될지 주목된다.
과천 양재천 전경.
과천 양재천 전경.
쾌적한 주거환경도 돋보인다. 중앙동의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과천에는 공장이나 유흥시설이 하나도 없다”며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지만, 주거환경이 아주 좋아 나이 들어 퇴직한 사람들이 과천으로 내려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과천은 청계산과 관악산이 둘러싸고 있다. 가운데엔 양재천이 흐른다. 녹지가 매우 풍부한 편이다. 실제 임장을 다녀보면 확실히 공기가 맑은 느낌이 든다.

다만 생활 인프라는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대공원, 렛츠런파크 등 대규모 여가시설은 있다. 하지만 백화점이나 대형병원이 없다.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변변한 영화관도 없다. 안양이나 서울로 나가야 한다. 젊은 세대가 살기엔 다소 심심한 느낌도 들 수 있다. 대형마트로는 이마트 과천점 정도가 있다.

지정타·주암지구도 개발

한편으로 이해가 되는 대목도 있다. 과천은 ‘미니 도시’다.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경기도 구리시 다음으로 면적이 좁고, 인구는 8만여명에 불과하다. 그래도 조금씩 각종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여가·쇼핑 등 상권 인프라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는 있다. 당장 기존 과천 중심지에서만 과천주공 4·5·8·9·10단지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다.
철거가 진행 중인 과천주공 4단지.
철거가 진행 중인 과천주공 4단지.
물론 최근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조합과 건설사간 갈등 등의 이유로 속도가 빠르진 않은 편이다. 현재 철거가 진행 중인 4단지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시공사인 GS건설과 공사비를 둘러싼 이견이 있다. DL이앤씨는 지난 6월 10단지 재건축 수주전에서 발을 빼기도 했다.

과천 외곽으로도 개발이 확장되고 있다. 갈현동·문원동의 과천 지식정보타운(지정타)이 대표적이다. 펄어비스와 JW그룹, 넷마블, 코오롱글로벌 등 대기업이 속속 입주하고 있다. 일대에 과천푸르지오라비엔오, 과천르센토데시앙, 과천푸르지오벨라르테 등 아파트들도 들어서고 있다.

과천의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지식정보타운 인근은 아직 대중교통이 불편하지만 3년쯤 후에 과천지식정보타운역이 신설될 전망”이라며 “주암동과 과천동 일대에도 약 7000여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