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사진가] 사진 고유의 미학 개척…美작가 이모전 커닝햄
목련 꽃술이 고운 모습을 드러냈다. 역광을 받은 꽃술의 자태는 부드럽고 관능적이기까지 하다. 피사체의 일부만 과감하게 잘라내 촬영한 이 사진은 20세기 미국의 대표 여성 사진가 이모전 커닝햄(1883~1976)이 1925년 촬영한 ‘목련꽃(Magnolia Blossom)’이다. 당시 사진은 회화를 모방하거나 현실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에 머물러 있었다. 커닝햄은 새로운 시선으로 사진 고유의 미학을 개척한 예술가였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는 독일까지 가 사진을 공부한 뒤 귀국해 ‘목련’ 등 독창적 식물 연작을 발표했다. 이어 1920년대 후반, 그는 소위 ‘F-64 그룹’에 참여했다. 카메라에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조리개값으로 피사체를 극도로 정밀하게 찍으려는 시도였다. 커닝햄은 정물뿐 아니라 프리다 칼로, 거트루드 스타인 등 시대의 아이콘과 같은 인물의 개성을 섬세하게 담은 인물 사진을 남겼다. 그의 거리 사진도 특별했다. 카메라를 숨기고 도시의 사람과 풍경을 촬영해 자연스럽고 감수성이 넘쳤다. 커닝햄의 다채로운 작품 활동은 사망 직전까지 무려 72년 동안 이어졌다. 그의 대표작이 경기 성남시 아트스페이스J에서 9월 5일 개막하는 ‘선구자들(Pioneers)’ 전에 초대돼 10월 26일까지 선보인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