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계 수급조절위 결정…덤프트럭은 14년만에 증차 허용
레미콘 트럭 80%가 노조 소속…경기부진 전망이 '카르텔 혁파' 기조 꺾었나
'14년 동결' 레미콘 트럭수 2년더 묶는다…"건설경기 부진 반영"(종합)
정부가 14년째 묶어둔 레미콘 믹서트럭 수를 2년 더 동결하기로 했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담합 카르텔은 깬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히면서 이번에는 신규 진입이 허용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건설경기가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동결'로 결론 난 것이다.

이렇게 되면 16년간 레미콘 믹서트럭의 신규 진입이 금지되는 것으로, 최종 결정은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 심사를 거쳐 올 연말 나온다.

◇ 레미콘 트럭은 '동결'…덤프트럭 14년만·콘크리트펌프 8년만에 '증차'
국토교통부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를 열고 2024∼2025년 2년간 적용할 건설기계 수급계획을 심의·의결했다.

건설기계 수급 조절은 건설기계의 공급 과잉과 덤핑 경쟁을 막아 영세한 차주들의 생계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2009년 도입된 제도다.

정부가 2년마다 수급조절위를 개최해 신규 등록을 제한할 건설기계를 정한다.

레미콘 믹서트럭과 덤프트럭은 2009년 이후 14년째 증차가 금지된 상태다.

국토부는 레미콘 믹서트럭 수를 2년 더 동결하기로 결정한 요인으로 '건설경기 전망 부진'을 꼽았다.

토요 휴무제의 영향으로 조업 일수가 감소했지만, 통계모형을 통해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건설경기 전망이 안 좋아 2024∼2025년은 공급이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레미콘 공장에서 시멘트, 골재, 물 등을 섞어 만든 레미콘을 운송하는 수단인 레미콘 믹서트럭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총 2만6천430대가 등록돼 있다.

소형 타워크레인(2020년 7월 이전 도입된 기종 대상)의 경우 2021년 수급 조절 이후 사고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수급 조절을 유지하기로 했다.

반면 덤프트럭은 매년 3%씩, 콘크리트펌프는 매년 5%씩 각각 사업용 신규 등록을 허용하기로 했다.

덤프트럭 수급 조절 완화는 14년 만이고, 콘크리트펌프는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덤프트럭은 건설투자 전망이 부진해 수요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겠지만, 공급 대수가 빠르게 줄어 향후 2년간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1대당 평균 운반 용량은 증가했지만, 2018년 이후 등록 대수가 급감해 총운반 능력은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콘크리트펌프 역시 공급 대수가 빠르게 줄어 수급 조절 완화 대상이 됐다.

국토부는 건설투자 급증이나 재난으로 건설기계 수요가 급증하게 되면 수급조절위원회 재심의를 거쳐 수급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

수급 조절 기간은 내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다.

'14년 동결' 레미콘 트럭수 2년더 묶는다…"건설경기 부진 반영"(종합)
◇ 레미콘트럭 80%가 노조 소속…레미콘 업체들은 증차 강력요구
이번 건설기계 수급 조절에서 레미콘 믹서트럭 증차 여부가 특히 주목받은 것은 영업용 레미콘 믹서트럭 차량 중 노동조합 소속이 8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레미콘 믹서트럭은 건설 현장의 핵심인 데다, 대체 운송수단을 마련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노조가 파업이나 운송 거부를 벌이면 건설현장이 '올스톱' 된다.

레미콘 업체들은 레미콘 믹서트럭 신규 진입이 제한되면서 노조의 위력이 커졌고, 레미콘 운송비가 지나치게 인상됐다며 증차를 강하게 요구해왔다.

전국 단위 증차가 안 된다면 수도권만이라도 신규 진입을 일부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도 내놓았다.

이에 반해 레미콘 운송노조 측은 좋지 않은 건설경기로 인해 근무 일수가 일반 건설노동자들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차량값·유류비·보험료 상승 등 지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동결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레미콘 믹서트럭 수가 2만6천여대로 묶인 상태이긴 하지만, 등록 대수 자체는 2009년 2만3천36대에서 2015년 2만3천785대, 2021년 2만6천111대 등으로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14년 동결' 레미콘 트럭수 2년더 묶는다…"건설경기 부진 반영"(종합)
◇ 단가인상 목표로 사측이 운송거부 유도 사례도
국토부는 레미콘 믹서트럭이 늘어날 경우 신규 차량도 노조 소속이 될 가능성이 커 운반비 상승과 운송 거부를 막는 데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레미콘 단가 인상을 목표로 제조사가 노조와 한편이 돼 운송 거부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원 장관은 레미콘 믹서트럭 수급 조절을 두고 "기득권을 유지해주기 위한 접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객관적인 데이터를 갖고 팩트체크를 한 뒤 어느 정도의 결정이 있어야 기존 카르텔을 깨면서 극단적인 갈등 상황을 피할 수 있을지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수급계획에는 국토연구원이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자문을 거쳐 만든 수급상황 전망 분석모형과 국가승인통계가 활용됐다.

수급 전망 분석 방법과 분석에 활용하는 변수가 계속해서 바뀌고, 공신력이 낮은 통계를 활용해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이해관계자 간 갈등도 깊어졌다.

노측이 사측보다 비교적 많았던 수급조절위원회 위원 구성을 감사원 지적을 받은 뒤 사측과 노측, 학계 공익위원 비율이 1:1:1이 되도록 조정하기도 했다.

김상문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향후 건설기계 수급 전망 분석도 이번에 만든 분석모형을 기초로 할 것"이라며 "관행적으로 수급 조절을 유지한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