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광 기자

북한이 얼마 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진을 공개했는데, 장갑차를 몰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북한이 새로 개발한 전투 장갑차라고 합니다.
K-2전차 마진 이 정도였어?…현대로템의 놀라운 이익 증가 [안재광의 대기만성's]
이 장갑차, 특징이 있어요. 바퀴를 한번 보시죠. 우리가 흔히 보는 장갑차는 궤도형 장갑차인데요, 이 장갑차는 바퀴를 자동차 처럼 타이어로 쓰고 있네요. 이렇게 타이어 달린 장갑차를 차륜형 장갑차라고 하죠. 궤도형에 비해 속도가 훨씬 빠르고, 승차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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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차가 군인들을 신속하게 전투 현장에 보내주는 역할을 하는데, 승차감 안 좋은 장갑차에 오랜 시간 타고 타고 달리다 보면, 내려서 잘 싸우기 힘들겠죠. 요즘은 그래서 이런 차륜형 장갑차가 대세입니다. 도로도 잘 되어 있고요. 차륜형 장갑차는 한국도 굉장히 잘 만들어요. 사실, 세계 최고 수준의 장갑차가 있습니다. 현대로템의 K-808 백호. 2017년부터 한국 군에서 쓰고 있어요.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속도를 낼 수 있고, 에어컨도 빵빵하게 나오고, 바퀴가 터져도 한 시간 이상 달릴 수 있어요. 심지어 얕은 강도 건너가는 수륙양용 기능까지 갖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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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이 현대자동차 계열사잖아요. 현대차가 요즘 BMW, 벤츠 버금가게 정말 잘 만드는데, 장갑차도 이 연장선이라고 보면 잘 만드는 게 납득이 가네요. 현대로템은 사실 장갑차보다 더 유명한 게 K-2 흑표 전차죠. 우리가 흔히 탱크라고 부르는 게 전차입니다. K-2 전차는 한국 군이 2014년부터 실전 배치했는데, 성능이 좋고 가격은 저렴해서 폴란드가 한꺼번에 1000대나 사가기로 했습니다. 이번 주제는 K방산의 대표 주자 현대로템입니다.

현대로템은 원래 열차 만드는 회삽니다. 우리가 많이 타는 KTX-산천이 현대로템에서 개발한 겁니다. 로템(Rotem)이란 회사 이름도 'Railroad Technology Systems'에서 따왔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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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열차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죠.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애초에 기차 회사가 한국에 여러 곳이 있었는데요. 외환 위기 지나고 정부가 각각 따로 사업을 했던 현대정공, 여긴 나중에 현대모비스가 됐죠.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의 기차 사업부를 하나로 합쳐 버립니다. 이 때가 1999년이었어요. 지금은 현대차가 1대 주주이지만, 합쳐질 때만 해도 현대, 대우, 한진이 각각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어요. 이름도 로템이 아니라 KOROS 였습니다. 그러다 2007년에 비로소 지금의 현대로템으로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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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구성을 보면 지금도 열차가 주력이네요. 작년 매출 기준 열차 사업부, 레일솔루션이라고 하는데요. 여기가 매출의 56%를 책임졌고, 전차나 장갑차를 만드는 디펜스솔루션이 33%, 그리고 나머지 10%가 공장에 들어가는 프레스 기계 같은거 생산하는 에코플렌트 부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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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사실상 열차 사업을 독점하고 있으니까 엄청 알짜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요. 사실은 그렇지 않았어요. 현대로템의 실적을 보면, 매출이 지속적으로 느는 게 아니라 늘었다 줄었다해요. 열차 주문이 많을 땐 실적도 좋은데, 적을 땐 실적도 확 떨어집니다. 영업이익도 1000억원 넘겼다가 대규모 적자를 내기도 하고. 일관성이 없죠. 증시에선 이렇게 들쑥날숙 실적 내는 회사 주식, 인기가 없어요. 실적이 왜 이러냐. 일감 많이 확보하려고 손해가 나는데도 저가로 주문을 받아온 게 독이 됐습니다. 특히 2018년, 2019년에는 이런 저가 수주가 실적에 많이 잡혔고, 이 탓에 적자가 눈덩이 처럼 커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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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역설적으로 현대로템의 실적이 박살이 났던 2018년, 주가는 사상 최고가까지 뛰었어요. 그 해 6월 찍은 4만5500원은 아직도 안 깨지고 있습니다. 현대로템이 당시 남북 경협 테마주로 각광을 받았거든요. 기억 하실겁니다. 그 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졌고, 이후에 평양까지 가서 포옹도 했죠. 물론 지금은 남조선을 쓸어 버리겠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장갑차를 몰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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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현대로템은 그 시기에 저가 수주한 물량 때문에 엄청 고생했고, 회사는 이후에 비상경영 체제로 들어갑니다. 현대차 그룹에 미운오리 새끼 같은 취급을 받았어요. 이게 당시 증권사들이 발간한 현대로템 분석 보고서인데요. 굉장히 부정적이죠. '연이은 어닝쇼크로 투자 메리트 상실', '반복된 부진은 일회성이 아니다' 등등. 애널리스트들이 자기가 분석하는 기업에 대해선 여간해선 이렇게 안 씁니다. 안 좋아도, 나중에 좋아질 것이다, 이런 식으로 돌려서 쓰거든요. 그런데도 이런 식으로 대놓고 안 좋게 썼다는 것은, 이 회사 주식 진짜 사지 마세요, 이렇게 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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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이 반전의 기회를 맞은 건 2022년, 작년 입니다. 남북 경협 테마 같은 실체가 없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테마가 생겼는데요. 바로, K-2 전차 '대박' 수출건이었어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바로 옆나라인 폴란드는 엄청난 위기감을 느꼈죠. 곧바로 대규모 무기 도입에 나섭니다. 그리고 그 핵심 무기를 바로 한국에서 수입하기로 한겁니다. 작년 7월 체결한 무기 도입 기본협정식 사진인데요. 왼쪽부터 차례로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 그리고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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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 전차의 경우 우선적으로 1차 분량, 180대 계약을 그 해 8월에 곧바로 체결했죠. 이 때 현대로템이 공시한 내용인데요. 금액이 무려 4조5000억원. 한 대당 250억원씩 받고 공급하기로 한겁니다. 이걸 보고 주식시장에선 한바탕 난리가 났어요. 한국 군에 납품할 땐 대당 85억원쯤 했는데 두 배, 아니 세 배 넘게 받은 것이거든요. 아, 물론 250억원에는 전차 가격 뿐만 아니라 부품이나 훈련 같은 패키지 옵션이 포함된 겁니다. 실제 전차 납품가는 2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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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한국 군에 공급했던 것보다 훨씬 비싸다. 그리고 그만큼 마진도 많이 남는다. 현대로템이 과거에 저가 수주해서 적자를 많이 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번 폴란드 건은 굉장히 유리한 조건으로 공급하게 된겁니다. 이게 실적에 고스란히 드러나는게, 180대 계약 중에 작년에 열 대가 출고됐을 뿐인데, 실적이 확 좋아졌어요. 매출은 10% 느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이 84%나 폭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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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18대를 납품할 예정인데요, 그럼 이익은 작년 대비 또 크게 늘어서 2400억원쯤. 내년엔 56대, 내후년엔 96대 납품할 예정인데, 그럼 이익은 계속 증가하겠죠. 더구나 이건 시작에 불과해요. 1000대 중에 고작 180대만 잡은 겁니다. 나머지 820대, 이거 순차적으로 계속 나올 것이거든요. 물론, 820대 다 나올지, 덜 나올지, 더 나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죠. 최소한 2차분 180대는 추가로 계약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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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폴란드 바보네. 한국 기업 좋은 일 다 시켜주고' 이렇게 생각하실수 있죠. 폴란드가 바보, 당연히 아닙니다. 사는 조건을 이것 저것 달았는데, 핵심은 우리 수출입은행이 대출도 해주고 빚 보증도 서는 겁니다. 1차 계약 분이 K-2 전차 포함 총 17조원인데, 이 가운데 12조원이 금융 지원이라고 하죠. 한마디로 폴란드는 내 돈 30%, 한국 금융회사 돈 70%로 이 많은 무기를 다 살 수 있는 겁니다. 나중에 폴란드가 돈 못 갚겠다고 나오면 한국 입장에선 골치아파 지는 것이죠. 뭐, 방식은 어찌 되었든 현대로템 입장에선 전차 잔뜩 수출하고, 돈 받는 것에는 변함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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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 가격도 200억원이든, 250억원이든 비싼 게 아닙니다. 얼마 전에 노르웨이가 K-2 전차 살까 말까 하다가 결국에는 안 사고 독일제 레오파르트를 구입하기로 했는데요. 노르웨이가 여기에 쓴 돈이 약 2조5000억원. 한 대당 450억원이나 했거든요. 이 계약에 부품, 훈련 같은 패키지가 다 포함이 되어 있다 해도 K-2 전차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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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반론도 당연히 나올수 있어요. K-2 전차가 독일산 레오파르트 전차와 성능 면에서 비교가 안된다. 쏘나타와 BMW 비슷한 크기라고 같은 값 받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냐. 물론, 그렇습니다. 그런데, K-2 전차가 세계 1등 까진 아니어도 세계적으로 봐도 성능 면에서 전혀 밀리지가 않아요. 독일의 레오파르트와 최고 속도, 별 차이 없고 순항거리 비슷합니다. 55구경 120밀리 활강포를 탑재한 것도 같아요. 글로벌 톱 10 전차 안에 K-2전차가 들 자격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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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노르웨이도 인정한 부분이에요. 성능 평가 해봤더니 K-2와 레오파르트가 별 차이 없더라. 그런데도 가격은 레오파르트가 훨씬 비싸서 K-2 도입을 원래 추진했었다. 다만, 독일하고는 나토 동맹국이고, 천연가스도 엄청 많이 사줘서 이것저것 다 고려했다, 이런 취지의 발언을 노르웨이 국회의장이 한국에 와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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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가 엄청 진지하게 K-2 전차 도입을 검토했다는 것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도 분명히 영향을 많이 줄겁니다. 한마디로 K-2 전차 성능은 폴란드, 노르웨이가 입증했다. 가격도 싸고, 심지어 빨리 만들어서 준다네. 루마니아 국방 장관이 작년 말에 한국을 방문해서 경남 창원의 현대로템 공장을 둘러보고 갔는데요, 한국산 전차에 대한 관심이 엄청납니다. 루마니아는 폴란드 처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최근 군비를 계속 늘리고 있죠. 얼마 전에 미국산 에이브럼스 전차를 샀는데, 이게 끝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신형 전차를 산다고 해요. 여기서 만약에 발주가 나온다면, 최소한 수 십대, 많으면 수 백대가 나올 수 있습니다. 폴란드에 이은 대규모 수출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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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 얘기를 많이 했는데, 열차도 현대로템에 중요한 사업이죠. 2023년 6월 말 기준 수주 잔고, 그러니까 일감을 받아놓고 아직 납품을 안 한 게 16조원이 넘는데요. 이 가운데 열차 부문이 10조원 가까이 합니다. 일감의 60%가 넘어요. 열차가 잘 해줘야 현대로템이 더 탄력을 받아 달릴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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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사업 요즘 괜찮습니다. 나쁘지 않아요. 올 3월과 4월에 코레일과 SR이 발주한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EMU-320, KTX-이음이라고도 불리는데요, 1조7900억원 어치나 수주했어요. 이게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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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KTX-산천은 동력 집중식이에요. 앞뒤로 동력차가 붙어 있고 이 동력차가 사람들이 탄 객차를 끌고 가는 식이에요. 반면에 KTX-이음은 사람들이 탄 객차에 하나하나 동력 장치가 달려 있어요. 엔진이 다 달려 있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렇게 하면 좋은 게 각 객차들이 힘을 내기 때문에 섰다가 가속 할 때 훨씬 가속이 잘 돼요. KTX-산천은 한 번 가속하면 빨리 가는데, 가속 붙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한국처럼 역 간격이 짧고 자주 서면 이런 동력 분산식이 유리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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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이 아직 고속철은 수출 경험이 없는데, 이렇게 동력 분산식과 동력 집중식 기술이 다 있으면 이거 사려는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 지잖아요. 한마디로 상품 구색이 다양해진다, 그래서 더 잘 팔릴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우디 네옴시티나 폴란드의 신공항 고속철도에 현대로템이 열차를 공급하게 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어요. 실제로 수출을 한다면 K-2 전차 수출에 버금가는 쾌거가 될 겁니다. 특히 폴란드는 K-2 전차로 이미 협력을 하고 있고, 2019년부터 바르샤바에 현대로템이 트램까지 공급하고 있어서 기대감이 있죠.

아, 한가지 더. 현대로템에 에코플랜트 사업부가 있다고 했잖아요. 이 사업부 안에는 현대차 그룹의 수소 충전소가 있습니다. 현대차가 수소차 분야에선꽤 앞서가고 있죠. 물론 전기차와 수소차의 주도권 싸움에서 대체로 전기차가 이기긴 했지만, 수소차가 아예 안 쓰일 것 같으냐 하면, 그건 또 아니거든요. 일반 승용차는 주로 전기차로 가지만, 큰 힘이 필요한 버스나 트럭, 트레일러 같은 상용차 분야에선 수소차 시장이 생기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수소차를 잘 만들뿐 아니라 연료인 수소까지 생산하고, 충전소 구축도 함께 하는데요. 현대로템이 이 수소 충전소 사업을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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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더 나아가 수소를 직접 생산하는 역할도 맡고 있어요. 충북 충주에 2021년 수소 추출기를 설치했는데, 음식물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고 저장했다가, 판매합니다. 이게 아직은 시범 사업 형태이지만, 앞으로 시장이 커지면 열차나 전차 못지 않은 엄청난 사업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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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은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한 달 새 가장 많이 산 주식 톱10에 이름을 올렸어요. 그런데, 주가가 최근 들어 꽤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폴란드 2차 수출 계약이 생각보다 늦춰지고 있고, 사람들이 기대하는 추가 수주 소식도 안나와서 그런데요. 부디 이번에는 개인 투자자들 배신하지 않고 K-방산, K-열차 대박 수출로 현대차 처럼 글로벌 회사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현대로템, 주가 신기록 세울 그날까지 눈여겨 보겠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