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소식에 인근 캠핑장 70여명 긴급 대피…고령·성주군 재난안전문자
"평소 쓰다듬어도 될 정도 온순"…2008년 대구환경청에 신고하고 들여와
사자 탈출에 캠핑객들 '화들짝'…"정식 통관 거쳐 들여온 사자"
경북 고령군 한 목장에서 키우던 암사자 한 마리가 우리에서 탈출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지 1시간여 만에 관계 당국에 사살됐다.

이 사자는 전날 목장 관리인이 사료를 준 후 시정하지 않은 뒤편 문을 통해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목장 관계자들은 사자의 탈출을 14일 아침에 파악했다.

우리 주변을 촬영한 CCTV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사자 이름은 '사순이'였다.

이 목장에서 작은 새끼 때부터 20년가량을 살았다고 한다.

목장 경영을 이어 받은지 1년 됐다는 주인은 암사자가 "평소 사람이 손을 대고 쓰다듬어도 될 정도로 유순했다"고 전했다.

사자 탈출에 캠핑객들 '화들짝'…"정식 통관 거쳐 들여온 사자"
◇ 잠기지 않은 문, 탈출한 암사자, 사살로 생마감
경북소방본부와 고령경찰서 등에 따르면 14일 오전 7시 24분께 덕곡면 옥계리 한 사설 목장에서 기르던 암사자 1마리가 우리에서 탈출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인 목장 주인은 "사자가 탈출했다.

농장 관리인이 어제 저녁에 사료를 줬는데, 아침에 와보니 사자를 키우는 우리에 문이 열려 있다"고 했다.

그는 긴급한 상황을 동시에 마을 이장에게도 알렸다.

마을 이장은 고령군청 담당자에게 급히 상황을 전했다.

덕분에 고령군은 오전 7시 46분께 '암사자가 탈출했다'는 재난안전문자를 신속히 전파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경찰 127명, 소방관 26명, 군청 관계자 6명, 환경청 관계자들과 고령군 소속 엽사들이 출동했다.

탈출한 암사자는 오전 8시 34분께 우리에서 20∼30m 떨어진 수풀에서 고령군 엽우회 소속 엽사 2명에게 사살되며 상황이 종료됐다.

사자가 오전 8시 13분께 경남 합천군 가야면 북두산 방면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지며 관계 당국은 한때 북두산 입산 금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엽사들이 수색에 나선 지 20∼30분 만이었다.

별다른 저항도 없었다.

암사자의 폐사체는 고령군 환경과로 인계됐다.

사자 탈출에 캠핑객들 '화들짝'…"정식 통관 거쳐 들여온 사자"
◇ 인계 받은 지 1년…목장주 "다른 데 주고 싶어도 못줬다"
목장주는 "사자를 키우고 싶어서 키운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환경청에 사자 처리를 요청하며, 동물원에 기부나 대여하길 요청했으나 맹수 특성상 서열 다툼이 나면 동물원의 다른 사자가 죽는 등 우려로 다들 거부했다고 한다"며 "직전 주인도 처분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22일 목장을 인계받았다는 그는 "소를 방목하며 키우려고 왔는데, 와보니 사자 2마리도 있었다"며 "인수하기 전에 수사자는 죽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전 주인은 작은 새끼 때부터 암수 사자 두 마리를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사자 탈출에 캠핑객들 '화들짝'…"정식 통관 거쳐 들여온 사자"
◇ '깜짝' 놀란 가슴…캠핑객들, 면사무소·카페로 긴급 대피
목장으로 부터 700m 떨어진 캠핑장을 찾았던 최재훈(40·부산)씨는 "캠핑장 사장님이 문자를 확인하고 면사무소로 대피를 시켰다"며 "가보니 50∼60명이 이미 와있더라"고 했다.

캠핑장 손님 30대 김아름 씨는 "이른 아침이고 해서 자다가 깨서 간 사람도 있었다"며 "부랴부랴 준비를 해서 마을회관이랑 주민센터 쪽으로 갔다.

캠핑장 쪽에서 신속하게 잘 대응을 해주셨다"고 전했다.

또다른 캠핑객 김기영(50)씨는 "재난안전문자를 받고 처음에 잠결에 깼을 때는 불이 난 줄 알았는데 잠 다 깨고 정신차리니까 캠핑장 사장님이 확성기로 사자 탈출했다고 얘기했다"며 "솔직히 무섭다기보다는 현실같지 않아서 무덤덤했는데, 막상 사자가 사살됐다길래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두 자녀와 캠핑장을 찾은 이현정(43)씨는 "7시 좀 넘어서 자다가 사장이 깨워서 차타고 면사무소 옆 카페로 대피를 했다"며 "아무 것도 못챙기고 급박하게 나왔다.

생각보다 사자가 빨리 잡혔다.

사자가 탈출했다 길래 현실인지 꿈인지 했다"고 말했다.

캠핑장 업주 A씨는 "20년이나 뒀는지는 모르겠는데 사자를 키운다는 건 알고 있었다"며 "6개월마다 관계자가 나와서 검사를 하고 있다고 전 농장주가 얘기를 해서 안심하고 있던 상태인데 지금 바뀐 주인은 모르는 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서는 마을 방송이 들리지는 않는데, 이장님께서 전화를 주셔서 70명 정도를 대피 시켰다"라며 "우리는 텐트 밖에 없어서 차로 5분 거리인 면사무소로 대피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 사자도 '애완견처럼'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시설만 갖추면
마을 이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자를 키운다는 소문은 들은 적이 있는데 확실하게는 몰랐다"고 말했다.

해당 사자 우리는 지난해 9월 마지막 시설 점검을 받았다고 대구지방환경청 자연환경과는 밝혔다.

암사자는 2008년 경북 봉화군에서 사육을 하겠다고 대구지방환경청에 정식으로 신고된 개체로 파악됐다.

당시 소유주의 주소지는 강원도 삼척 사람이다.

언제 어디서 수입이 됐는지, 이전 기록 등에 관해서는 추가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대구지방환경청은 전했다.

사자는 멸종 위기 2급 동물로 야생동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식 통관 절차를 거쳐 사육 할 수 있다.

사자 탈출에 캠핑객들 '화들짝'…"정식 통관 거쳐 들여온 사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