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외' 증시랠리 놓친 헤지펀드들, 이젠 롱, 롱, 롱…
올해 상반기 ‘예상치 못한’ 증시 랠리를 놓친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앞다퉈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다. 금리 상승기가 정점에 다다랐다는 기대감과 더불어 시장 변동성이 비교적 완화했다는 판단에서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이체방크 데이터를 활용해 최근 몇 주 새 추세추종형(CTA‧Commodity trading adviser) 헤지펀드들이 주식 익스포저(노출도)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이들은 현재 미국의 S&P500지수, 유럽의 유로스톡스50지수, 영국의 FTSE100지수, 일본의 닛케이225지수 등 주요국 증시 벤치마크 선물에 대해 순매수(롱) 포지션을 구축한 상태다.

CTA란 알고리즘과 통계 모델을 기반으로 미리 짜인 프로그램에 따라 원자재 등 파생 상품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을 뜻한다. CTA 헤지펀드들은 지난해 주식‧채권 투자 자산을 대량으로 매각해 20여 년 만에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파라그 사트 도이체방크 전략가는 “작년에는 주식과 채권이 내리막 추세였고, CTA 펀드들이 수익을 내기 좋은 환경이었다”며 “올해 들어서는 특히 채권 부문에서 많은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맨그룹, 링스자산운용, 핌코 등이 운용 중인 상위 20개 CTA 펀드의 실적을 추종하는 소시에테제네랄의 CTA 지수는 주식 시장 침체했던 지난해 20%가량 올랐다. 올해 들어 1월부터는 증시가 강한 반등세를 나타냈지만, 현재까지 2.2% 하락하는 데 그쳤다.
'예상외' 증시랠리 놓친 헤지펀드들, 이젠 롱, 롱, 롱…
증시 하락에 베팅했던 헤지펀드들이 일제히 ‘숏커버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숏커버링이란 주가가 내릴 것을 예상해 공매도에 나섰던 헤지펀드들이 빌린 주식을 되사 숏(매도) 포지션을 청산하는 것을 말한다. 리서치회사 퀀트인사이트의 휴 로버츠 분석 책임자는 “5~6월 미국 주식 랠리는 대부분 숏커버링의 결과”라며 “7월부터는 완전히 새로운 투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CTA 헤지펀드들은 주식뿐 아니라 금, 구리, 석유 등 원자재에 대한 투자도 서서히 늘려왔다. S&P500지수 내 우량주들의 미래 변동성을 측정하는 ‘변동성 지수(Vix)’가 2020년 초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데 따른 반응이다. 사트 전략가는 “CTA 헤지펀드들은 변동성과 시장 흐름을 모두 중요하게 본다”며 “변동성 완화에 따라 주식 포지션을 확대했고, 증시 상승에 따라 숏에서 롱으로의 전환이 동시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변동성이 급격하게 커질 경우 헤지펀드들이 급격한 투매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로버츠 책임자는 “금리 수준이 정점에 이르렀고, 조만간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변동성이 확대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특히 (휴가 등으로 인해) 인력이 부족해지는 여름에는 유동성 위기가 종종 초래되곤 한다”고 짚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