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지역 최대 철강업체인 US 스틸이 기업 매각을 추진한다. 100여년 역사를 자랑하며 미국 제조업의 상징으로 불렸지만, 신흥국가가 저가 공세를 펼친 탓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는 평가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US 스틸은 기업 자산을 매각하기 위해 재무 고문을 고용했다. 회사 전체 매각부터 핵심 자산의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서다. 또 US 스틸은 기존 주주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5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데이브 버릿 US스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며 "기업 자산을 매각하는 것도 이 전략 중 하나다"라고 밝혔다.

같은 날 클리블랜드 클리프스가 US 스틸에 인수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US 스틸 주식 한 주당 35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11일 종가인 22.72달러에 43%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값이다. 시가총액(50억달러)을 웃돈다. 다만 US 스틸은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의 제안을 거절했다.

시장에서 US 스틸의 기업가치는 약 100억달러로 평가하고 있다. 주식 가치에 순 부채 규모를 더한 값이다.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치솟았던 지난 3월에는 110억달러에 달했다. 철강 가격이 지난 3월 t당 1300달러에서 현재 750달러로 감소하며 기업가치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1901년 설립된 US 스틸은 미 제조업의 상징으로 불렸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국방부에 수억 t에 달하는 철강을 납품하며 급성장했다. 이후 뉴욕의 유엔 빌딩을 비롯해 시카고 윌리스 타워 등 랜드마크 건설에 참여하며 몸값을 키웠다.

그러나 중국 철강기업이 급부상하면서 US 스틸은 쇠락하기 시작했다. 저가 공세에 밀려난 것이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중국산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관세 효과로 일시적으로 철강 제품 매출이 늘었지만, 다시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관세가 단기간에 철회될 것이란 우려로 인해 시장에서 철강 재고를 과 매수한 탓이다. 초기에 철강 제품이 대량 매도된 뒤 수요가 줄어들면서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 5년간 US 스틸의 주가는 24% 가까이 내려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