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취임 1년 맞은 윤희근 경찰청장
10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윤희근 경찰청장은 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남은 임기 1년간 흉악범죄를 막아 국민의 일상을 회복하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검찰이 추진하는 수사준칙 개정에 대해선 '미세조정'이라고 평가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의 큰 틀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난 1년을 자평한다면.
▲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각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며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악성사기 근절과 마약류 범죄 척결 등 국민체감 약속을 어느 정도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또 내부적으로도 공안직 수준 기본급과 복수직급제 등 경찰의 숙원과제를 해결하면서 선진국 수준의 경찰 위상을 인정받았다고 본다.

-- 남은 1년 임기에 가장 중점을 두는 사안은.
▲ 국민의 평안한 일상을 지켜드리고 돌려드리는 데 주력하겠다.

최근 흉기난동과 같은 흉악범죄로부터 국민의 일상을 지키고 불법 집회·시위로부터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겠다.

국민이 편한 '안심 공동체'를 만들겠다.

-- 흉악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총기사용도 피하지 않겠다는 구상인가.

▲ 흉악범죄에 대해서는 총기도 당연히 사용해야 한다.

범죄로부터 물 샐 틈 없는 공동체 안전망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범죄 전력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한발 앞선 특별예방을 통해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

-- 현장 경찰이 흉악범죄에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있다면.
▲ 경찰관의 정당한 직무집행이 보장돼야 한다는 데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

경찰관의 직무수행행위에 대한 형벌 감면규정을 보완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또 경찰관 개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서도 국가가 대신 소송 주체가 되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검토 중이다.

경찰법률보험 등 각종 소송지원 제도를 강화해 변호사 선임을 지원하고 경찰관 개인이 금전적 부담을 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 1년전 취임 때 강조했던 사기범죄 근절을 강조했다.

▲ '경제적 살인'인 악성사기는 살인·강도보다 개인이나 가정에 더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범죄다.

그런데도 실제 법원이 선고하는 형량은 그런 인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기범들은 징역 1, 2년을 살다가 나와 숨겨둔 돈으로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반면 피해자는 지옥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

수식기관부터 법원, 일반 국민까지 사기범죄의 해악에 대한 인식 자체가 확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 마약범죄와 건설현장 불법행위에 대한 대책은.
▲ 마약은 우리 일상을 파괴하고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악의 축이다.

사회안전망을 갉아 먹는 치명적 독소다.

건설현장 불법행위도 오랜 기간 굳어져 근절되지 못하고 있는 고질적인 사회 문제다.

건설현장의 노사법치를 확립하고 다시는 이러한 불법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국민께 약속드린다.

--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강경 대응을 두고 비판 목소리도 있는데.
▲ 집회·시위의 자유는 '민폐의 자유'가 아니다.

집회·시위의 자유도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누릴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보장된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집회·시위의 자유가 강조되다 보니 다른 권리 침해는 어느 정도 묵인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은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자신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것을 수용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집회·시위의 자유도 좋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정당한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본다.

34년째 경찰 일을 하고 있지만 대한민국만큼 집회·시위의 자유의 이름으로 불법을 용인하고 묵인하는 문화는 세계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렵다.

-- 시위대와의 마찰도 감수하겠다는 건가.

▲ 집회·시위의 자유와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누릴 권리가 조화되도록 문화와 법질서를 바꿔나가는 역할을 경찰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처럼 폭력을 동반한 집회·시위는 이제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불법 집회·시위가 이뤄질 때 경찰로서는 당연히 차단하고 못 하게 하다 보면 충돌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게 우려된다고 해서 경찰이 방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경찰국 신설과 총경회의 등으로 경찰 내부 갈등이 심화했다.

▲ 경찰을 둘러싼 여러 사회적 논의 속에서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있는데, 경찰 조직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사명감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경찰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현장과 진심을 담아 지속해 소통하고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나가겠다.

-- 경찰 내 젠더갈등도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 젠더갈등 문제는 단순히 성별 갈등으로만 바로 볼 문제가 아니다.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과 해결책 마련이 중요하다.

조직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소통창구를 개설해 주요 성평등 이슈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특히 신임경찰관 채용 시 인적성검사와 면접시험에서 성인지감수성을 심층적으로 진단·검증하고 있다.

성평등 조직 문화 조성을 위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주력하겠다.

-- 잇따른 참사에서 일선 경찰관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내부 불만이 많다.

이른바 '경찰만능주의'에 대한 입장은.
▲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통해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경찰만이 모든 문제를 전문적으로 판단하고 이를 예방하거나 감당해선 국민 안전이 확보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다.

경찰 만능주의를 극복하면서 유관기관과 더욱 협업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경찰은 본연의 역량을 빠르게 강화해나가는 한편 관계기관에도 적극적인 역할과 협력체계 구축을 요청해 나갈 방침이다.

-- 지난달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수사준칙 개정안을 두고 경찰 내부의 반발이 큰것 같다.

▲ 국가수사본부 차원에서 법무부와 계속 협의하던 사안이기 때문에 수사준칙 개정안이 발표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번 수사준칙 개정으로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든지 검찰의 경찰수사 지휘 폐지라든지 수사권조정의 큰 물줄기는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수사권조정으로 경찰 업무가 가중된 측면이 있었는데 그런 현장의 실정을 반영한 미세 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수사 구조 개혁의 큰 흐름과 방향을 흔드는 조치는 아니라고 본다.

-- 그렇다면 수사준칙 개정보다는 경찰 인력 확보가 우선돼야 하지 않나.

▲ 경찰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

다만 정부라는 큰 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정책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 경찰의 수사 종결권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 보는 관점에 따라 생각이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저는 그렇게까지는 보지 않는다.

-- 대공수사권 이관을 두고 우려의 시선이 많은데.
▲ 경찰은 자체적으로 안보수사 인프라를 확충하고 수사 전문성 강화를 통해 경찰 중심의 대공수사 체계를 면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국정원과 공동으로 대공수사 협력 방안을 마련해 국정원의 인프라와 노하우가 사장되지 않고 최대한 활용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수사 공백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경찰은 1945년 창설 이래 지금까지 안보수사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국민이 염려하는 안보수사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감을 갖고 준비하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