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앱 첫 화면에 짧은 영상인 ‘숏폼’을 배치한다. 짧은 동영상을 즐기는 사용자들이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 등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검색업체인 네이버가 종합 인터넷 콘텐츠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용자 취향에 맞는 ‘숏폼’ 자동 추천

첫 화면에 '숏폼' 배치…네이버앱 새 단장
네이버는 오는 16일부터 앱 개편과 관련한 AB테스트(두 가지 시안 시험·대조)를 시작한다고 9일 발표했다.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편의성, 안정성을 점검한 뒤 최종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모든 개편 작업을 연내에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개편 방향의 핵심은 숏폼과 초개인화 서비스 확대다. 앱을 켜자마자 원하는 서비스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탭을 △홈 △콘텐츠 △쇼핑 △클립 등 네 가지로 재구성했다.

이 중 클립탭과 홈탭에 개인화 추천 기술을 적용한 것이 두드러진 변화다. 클립은 네이버가 검색, 쇼핑, 블로그 등에 흩어져 있던 숏폼 서비스를 통합해 만든 새로운 숏폼 서비스 채널이다. 숏폼은 15초~1분 내외의 짧은 동영상을 일컫는다.

이곳에선 네이버 인공지능(AI) 추천 시스템을 통해 패션, 뷰티, 여행, 스포츠, 음식, 문화 등 취향에 맞는 숏폼을 즐길 수 있다. 이용자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라이브 무대 숏폼도 알아서 맨 위로 띄워주는 식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모집한 클립 크리에이터 활동이 이달부터 본격화한다”며 “차별화한 콘텐츠가 더욱 많아져 ‘볼거리가 많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오는 12월까지 5개월간 영상 조회수가 가장 높은 크리에이터에게 최대 3000만원을 주는 혜택을 내걸었다.

여러 편의 서비스를 이어준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예컨대 숏폼에 태그한 장소에 대한 리뷰를 ‘스마트플레이스’에서 바로 확인하고 예약할 수 있다. 숏폼에 나온 상품을 눌러 스마트스토어로 넘어가 구매하거나 블로그 리뷰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

홈탭에는 AI 기반의 개인별 콘텐츠 추천 서비스인 ‘홈피드’가 들어간다.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가 사용자의 관심사를 분석해 블로그, 네이버TV, 카페에 올라온 콘텐츠를 골라 추천해준다. 번거롭게 찾지 않고도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받아 볼 수 있다.

○유튜브·인스타그램 견제

검색 서비스가 주력이던 네이버가 숏폼을 대문에 배치하기로 한 것은 SNS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졌기 때문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무기는 짧은 동영상이다.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가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분야에 관계없이 고객들의 시간을 놓고 싸우는 경쟁자”라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면 네이버의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색시장 점유율이 줄고 있다는 점도 발 빠른 서비스 개편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지난 5월 네이버의 국내 PC 및 모바일 검색시장 점유율은 55.7%로 올해 1월(64.5%)보다 8.8%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구글은 26.5%에서 34.8%로 8.3%포인트 늘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