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株 흔들 호재 '1기 신도시 재건축법' 총선 전 통과될까
재건축 규제 완화 대상, 수도권 신도시 한정하면 안돼
정부, 20년 넘은 100만㎡이상 택지로 확대법안 발의
통과땐 대우
·현대건설 등 수혜…인테리어·가전 줄호재
건설업종은 올들어 국내 증시 상승장의 숨은 주연이었다. KRX 건설업종 지수는 올들어 47.43% 상승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15.09% 상승)를 크게 웃돌았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상승의 원동력을 미국 인프라 투자 확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 해외 수주 기대감에서 찾는다.

하지만 증권가의 여의도 반대편에 있는 국회에선 ‘또 하나의 호재’가 기다리고 있다. 일산과 평촌, 산본, 분당 등 1기 신도시 거주민들의 염원인 1기 신도시 특별법(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다.

증권업계에선 총선을 앞두고 1기 신도시 특별법의 국회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건설주들이 대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올해 상승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국내 주택 사업 중심 건설사들이 상대적으로 해외 수주 비중이 높은 회사들보다 큰 규모의 실적 개선을 경험할 것이라는 평가다.

대선이 낳은 파격 특별법

1기 신도시 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2021년 대선부터다. 당시 일산·평촌·산본·분당 등 1기 신도시들의 노후화가 각 지역 내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면서 정치권에선 여야 할 것 없이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특별법 통과를 공약했다. 1기 신도시는 수도권 내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된 특성상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이 낮다. 현행 규제 아래에선 재건축 사업의 최대 난관인 안전진단을 통과할 단지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평가다.

이에 정치권에선 신도시 지역에 선거구를 둔 의원들을 중심으로 관련 법안들이 쏟아졌다. 일산을 지역으로 둔 홍정민·심상정 의원과 분당(김은혜·김병욱·안철수) 지역 의원들이 각기 유사 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 각 지역에서 “수도권 신도시가 아니더라도 노후 주거지역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유경준·송석준·박찬대·하태경·김도읍·황희·장철민 의원이 각각 법안을 내놨다.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 호재 예상 기업: 태영건설 아이에스동서 삼부토건 SGC이테크건설 범양건영 자이에스앤디 동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신세계건설 KCC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현대건설 금호건설 서희건설 삼성엔지니어링
  • 발의: 송언석 의원(의원실: 02-784-3011)
  • 어떤 법안이길래
    =100만㎡ 이상, 조성 후 20년 이상 경과한 지역을 대상으로 노후계획도시특별정비구역을 지정하고 이곳에서 진행되는 정비사업에 대해 용적률과 도시·건축규제 완화, 안전진단 면제 또는 완화, 리모델링 시 세대 수 증가, 지구단위계획 관련 특례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함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비사업으로 인한 이주대책을 수립하고, 이주대책사업시행자를 지정해 이주단지를 조성하고 순환용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음
  • 어떻게 영향 주나
    =대규모 정비 사업 기회 등장으로 국내 주택 관련 업체의 매출 증가 전망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지난 2월 등장한 정부안은 그간 여야 의원안에 담긴 내용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라고 이름 붙은 이 법안은 송언석 의원의 발의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됐다.

정부안의 특징은 대상을 1기 신도시가 아닌, 조성 20년이 넘은 전국 100만㎡ 이상 택지로 확대한 것에 있다. 기존 노후 주택 기준인 30년을 10년 앞당겼다. 이 기준에 따르면 분당과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1기 신도시 5곳을 포함해 서울 상계, 중계, 개포, 목동 등 전국 49곳이 해당한다. 법안은 인접 지구를 합쳐 하나의 택지지구로 간주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사실상 전국 주요 택지지구가 대상이다.

안전진단 문제도 지자체장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선했다. 법안은 각 지자체의 시장-군수에게 특별정비예정구역을 지정하고, 기존보다 완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적용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재건축 사업성을 개선하는 특례도 대거 부여됐다. 용적률은 500%까지 가능하게 했고, 리모델링의 경우는 세대수를 기존 15%에서 20%까지 늘릴 수 있다.

1기 신도시만 30만가구…확실한 ‘신사업 기회’ 온다

건설업계에선 특별법이 통과되면 각종 규제와 금리 인상, 부동산 시장 냉각으로 침체에 빠진 국내 주택 건설 시장의 중장기적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고금리로 인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시장은 크게 침체된 상태”라며 “이번 정부의 명확한 규제 완화 기조는 중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건설업종 내부에서도 사업구조에 따라 차별화된 수혜가 예상된다. 현재 건설주는 해양플랜트 나 인프라 프로젝트의 해외 수주가 활발한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국내 주택 사업 중심의 대우건설·GS건설보다 높은 주가상승폭을 보였다. 1기 신도시 중 특별법의 적용 대상만 30만 가구가 넘는 만큼 건설업계에선 광범위한 실적 개선 속에 국내 주택 사업 중심 기업들의 매출 증가폭이 돋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GettyImages
GettyImages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되면 수혜는 건설주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건축 시장 호황의 2차 수혜 대상인 건축자재와 건축 장비 기업은 물론, 주택 입주 물량이 증가하면 실적이 대폭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왔던 인테리어·가전 산업이 대표적인 ‘3차 수혜주’로 꼽힌다. 증권업계에선 신도시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되면 사업장별로 특화된 공모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설립해 정비사업 자금 조달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개정도 동시에 이뤄져야 본격적인 사업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재초환은 재건축 조합원이 1인당 예상되는 평균 이익의 일부를 정부가 관리처분인가 단계에서 개발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부동산 투기를 방지한다는 취지가 있지만 실현되지도 않은 이익의 최대 50%를 가져가 재건축 사업을 위축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양평고속도로 논란에 논의 일시 중단…연말·연초 처리 전망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5월과 6월에 각각 한 번의 소위원회를 열고 법안 검토에 들어갔다. 특별법 제정안과 재초환을 동시에 심사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한 국토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지금 같은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는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재건축 관련 규제를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며 “야당 내부 반대가 적진 않지만, 신도시 지역구 59석 중 50석이 민주당 소속인 만큼 반드시 특별법 제정을 21대 국회 중 완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강하다”고 전했다.

다만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문제가 국토위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며 1기 신도시 재건축 특별법 논의는 2선으로 물러난 상태다. 국토위 관계자는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문제가 최대 현안이고, 특별법은 심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제정안인 만큼 이번 정기국회 중 상임위 처리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지역에 따라 이해관계가 복잡하지만, 여야 모두 선거를 앞두고 무시할 수 없는 법안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총선 국면’이 되는 연말·연초에 처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