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책위원회·정무위원회·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는 지난달 공청회를 열고 ST 제도화를 위해 필수인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 초안을 밝혔다.  /선한결 기자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정무위원회·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는 지난달 공청회를 열고 ST 제도화를 위해 필수인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 초안을 밝혔다. /선한결 기자
국민의힘이 일반투자자가 토큰증권(ST)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시장을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금융투자업계 신사업 분야로 꼽히는 ST를 제도권으로 편입하기 위한 첫 단계다.

ST는 블록체인을 비롯한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해 토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이다. 상업용 빌딩, 예술품, 명품 잡화, 지식재산권(IP) 등 모든 자산을 토큰으로 만들어 거래할 수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말 ST 제도화를 위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분산원장을 전자증권의 새로운 기술로 도입·인정하고, 토큰증권 발행·유통은 자본시장법 규율 하로 놓는 게 주요 내용이다. 기존엔 허용치 않았던 토큰증권을 전자증권의 일종으로 취급해 기존 법 체계로 들인다는 얘기다. 공모·유통 규제와 공시 의무 등은 기존 증권제도를 바탕으로 운영한다.
국힘 '토큰증권 개정안' 발의…증권가 "못 기다려, 샌드박스부터"
개정안이 시행되면 일반투자자도 ST 투자를 할 수 있는 장외시장이 열린다. 기업과 투자자 등엔 새로운 투자상품이 생기는 셈이다. 기업은 ST를 활용해 각종 프로젝트나 지식재산권(IP) 등 자산을 증권으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연예기획사가 종목이 아니라 특정 아이돌 그룹의 신규 앨범 프로젝트 단위로 투자를 끌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방식으로 투자자도 원하는 프로젝트에만 골라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증권업계에선 개정안 시행까지 처리 기간을 관건으로 보고 있다. ST는 세계적으로도 새롭게 개화하는 시장이라 제때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는 게 중요해서다.

당정은 내년 말부터 새 개정안을 시행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국회 안팎에선 ST 관련 법 개정안이 제때 처리될 지 불투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당정은 내년 말부터 새 개정안을 시행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연내 법안 처리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기를 맞출 수 있을지는 상당히 불투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아직 입법 심사와 상임위원회 심사, 전체회의, 법사위, 본회의 등 여러 절차가 남아서다. 대부분 법안은 국회 본회의에 오르기까지 상당 시일이 걸린다. 내년까지가 임기인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원법 2만2000여건 중 1만5000여건이 계류된 상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것도 변수다. 한 국회 관계자는 "총선 직전 반기엔 아무래도 주목을 끌어 '표심'을 움직일 수 있는 안건을 우선 처리하게 된다"며 "ST는 이같은 점에선 상대적으로 후순위가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소야대 형국에 여당이 발의를 한 법안"이라며 "여야간 간사 협의를 거쳐야 연내 처리 안건이 될 텐데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했다. 기존엔 여야 의원간 개정안 자체를 놓고 별다른 의견 대립이 보이지 않았으나 이는 단순히 여야간 공식 논의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분위기에 증권업체들은 개정안 처리를 기다리는 대신 일단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사업을 벌이려는 분위기다. 대신증권은 이달 중 부동산 ST 플랫폼을 낼 예정이다. 하나증권은 올 하반기 중 1000원 단위로 금속 원자재 조각 투자를 할 수 있는 ST 플랫폼을 내놓는 게 목표다. IBK증권은 내년 상반기 중 ST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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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은 ST가 새로운 혁신 사업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이 열리면 이론적으로는 모든 형태의 자산을 ST로 만들어 거래할 수 있게 되서다.

ST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정안이 실제로는 언제 시행될 지 모르는데다 아직은 내용도 큰 줄기만 잡혀있는 모양새라 시행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사업을 해보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며 "신시장을 먼저 선점하는 한편 실제 사업 노하우를 쌓아 규제 당국 등이 시행령을 만들 때 필요한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