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과 홍준표 대구시장/사진=연합뉴스
유승민 전 의원과 홍준표 대구시장/사진=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9일 유승민 전 의원을 향해 "탄핵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등 뒤에 칼을 꽂은 것은 배신자로 불리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이 전날 자신을 향해 제기된 배신론을 언급하며 '그렇게 따지면 홍 시장도 배신했다'는 식으로 해명한 것에 대한 반론이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배신이란 단어는 개인적 신뢰 관계를 전제로 한 용어"라며 "유 전 의원이 배신자 프레임에 갇힌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이고, 각종 단애 선거에서 친박 대표로서 나섰기 때문"이라고 썼다.

이어 "그런데 나는 박 전 대통령과 당만 같이 했을 뿐이지 아무런 개인적 신뢰 관계도 없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궤멸시킨 한국 보수 집단의 재건을 위해 당을 맡았다가 지방 선거를 앞두고 탄핵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모든 책임을 내가 지고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춘향인 줄 알았는데 향단이였다는 비유도 어떻게 현직 대통령이 그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한국 보수 집단을 궤멸 시킬 수가 있었는지에 대한 무능을 질책한 말이었다"고 했다.

홍 시장은 "나는 유 전 의원처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누구를 배신한 일이 단 한 번도 없다"며 "형 동생 하던 MB도 재임 중 5년 동안 나를 견제하고 내쳤어도 나는 MB가 곤경에 처했을 때마다 끝까지 의리를 지킨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그동안 숱하게 배신만 당했다"며 "나는 그들을 믿은 죄밖에 없으니 내 잘못은 아니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유 전 의원은 자신에게 씌워진 배신자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를 더 이상 끌고 들어가지 말라"며 "나는 누구 밑에서 굽신대며 생존해 온 계파 정치인 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유 전 의원은 전날 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에 출연해 일각에서 자신을 배신자라 부르는 것에 대해 "지금이 조선왕조도 아니고 민주공화국에서 국민들한테만 충성하면 되는 거지 누구한테 충성을 하느냐"며 "그렇게 따지면 윤석열 대통령이야말로 박근혜 대통령 때 대들었다가 좌천당한 뒤 박근혜 대통령을 수사해 징역 22년 형을 줬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그런 식으로 따지면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이고 그 부근에 윤핵관, 권성동, 장제원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전부 그때 배신한 사람들 득실득하다"며 "홍준표 시장은 자기가 필요하면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들한테 아부하다가 필요 없으면 갑자기 '춘향인 줄 알았더니 향단'이라고 하고 박근혜 대통령 탈당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