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 가운데 하나는 단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다.

이를 지켜보는 경험 있는 캠핑족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상당수 캠핑족은 주최 측이 한여름 폭염 속에서의 캠핑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이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여름 뙤약볕에 무방비로 노출된 텐트들을 보면서 20년 전 이라크 종군 기자 시절 맞닥뜨렸던 이라크 사막의 주둔지 막사가 떠올랐다.

기자는 2003년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로 파병된 국군 1진과 함께 현지에 도착했다.

섭씨 40도가 넘는 기온과 불어닥치는 모래바람 속에 간신히 막사를 설치했지만, 막사 내부 온도는 50도를 훌쩍 넘겼다.

그런데 그 열악했던 이라크 사막에 세워졌던 군용 막사도 이번 잼버리대회에 설치된 것들보다는 나았다는 생각이다.

두께도 두꺼웠고 2겹으로 돼 있어 자외선 차단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

[길따라 멋따라] 잼버리가 안타까운 캠핑족들 "타프 하나도 없이 어떻게…"
그러나 잼버리 현장의 텐트들은 햇볕이 거의 100% 가까이 투과된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타프(그늘막) 하나 준비되지 않은 캠핑장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여름 폭염 속에서의 캠핑은 무엇보다 작렬하는 햇볕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여름철에는 만약 짙은 나무 그늘이 없다면 반드시 인공적으로라도 그늘을 만들어줘야 한다.

[길따라 멋따라] 잼버리가 안타까운 캠핑족들 "타프 하나도 없이 어떻게…"
국내 캠핑족들 대부분은 요즘 한여름 폭염 캠핑 시 타프를 설치한다.

타프를 텐트 플라이 정도라 생각하면 착각이다.

보통 텐트의 경우 사용하는 천은 75D(데니어·실의 굵기) 정도의 제품이 일반적이다.

그늘을 만들기 위해 쓰이는 타프의 재료는 이보다 굵어야 한다.

한여름 최소한의 그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210D 이상, 가능하면 150/300D 정도는 돼야 한다.

타프는 값비싼 외국산 브랜드보다 국산 중소기업들이 개발한 블랙 코팅 타프가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타프라도 설치해 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잼버리에 배정된 1천170억 원의 예산 가운데 74%가 운영비로 쓰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기반 시설 조성비와 야영장 조성비는 눈곱만큼 썼다는 이야기다.

아웃도어 활동에 대한 인식 부족 사례는 또 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잼버리 대회장에 재래식 화장실이 설치됐다고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전북지역 공무원 노동조합 관계자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지문에 "지역 공무원에게 화장실 청소를 시켰는데 최신 수세식이 아닌 일면 푸세식 화장실이었다"는 내용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알고 보면 이 화장실은 '포세식'(泡洗式) 화장실로, '푸세식'으로 불리는 재래식 화장실과는 차이가 있다.

포세식은 물 대신 거품으로 세척하는 방식의 화장실로, 수세식 화장실과 재래식 화장실이 갖고 있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됐다.

용변을 보면 거품이 내려와 씻어내리는 방식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길따라 멋따라] 잼버리가 안타까운 캠핑족들 "타프 하나도 없이 어떻게…"
수세식 화장실을 설치할 수 없는 곳에도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이동식 화장실에 주로 쓰이고, 대회장에도 이 포세식 화장실이 보급됐다.

한 캠핑족은 "포세식을 푸세식으로 표기한 것 보고는 이 사회가 아웃도어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경험 있는 캠핑족들은 여름 캠핑을 떠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국제대회를 치러야 한다면, 적어도 전문가들에게 자문했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와중에 태풍까지 올라오고 있다.

[길따라 멋따라] 잼버리가 안타까운 캠핑족들 "타프 하나도 없이 어떻게…"
조직위도 강한 폭우를 동반한 태풍이 상륙할 경우 영지 내 숙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결국 전원 철수를 결정했다.

준비 부족으로 한국을 널리 알릴 기회를 날려버린 것을 각 지방자치단체가 다소나마 만회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