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수장을 찾은 KT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투자를 늘린다. 인공지능(AI), 디지털전환(DX) 등의 신사업을 본궤도에 올려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오는 30일 김영섭 최고경영자(CEO) 내정자가 정식으로 선임되면 체질 개선을 위한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김영섭 내정자의 일성은 ‘투자’

김영진 KT 최고재무책임자(CFO·전무)는 7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김 내정자는 ICT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며 건실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며 “DX 역량에 기반한 혁신적인 성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2분기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에도 사업 다변화 전략으로 균형 잡힌 성장을 이어갔다”며 “하반기에는 김 내정자를 중심으로 더 안정적인 경영 체제 속에서 실적 개선을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내정자는 이날부터 KT 주요 임원들과 만나 주요 현안을 보고받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내정자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일정은 30일로 정해졌다. 이날 임시 주주총회에서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DX 경험이 많은 김 내정자가 주요 신사업을 지휘하고 통신 분야는 네트워크 전문가인 서 부문장이 챙기는 흐름이 예상된다”며 “통신과 비통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일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신임 사외이사로 구성한 이사회를 중심으로 지난 4일 김 내정자를 신임 CEO 최종 후보로 정했다. KT는 올 들어 두 차례 CEO 후보자가 사퇴하는 일을 겪었다. KT 이사회가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사장을 차례로 CEO 후보로 지명했지만 정부·여당이 ‘그들만의 리그’라고 지적하면서 중도 사퇴했다.
새 선장 맞는 KT, 신사업 인프라부터 깐다

‘디지코’ 사업 승승장구

KT는 이날 올해 2분기 6조5475억원의 매출과 576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7%, 영업이익은 25.5%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를 웃돌았다. 역대 2분기를 통틀어 영업이익은 2011년, 매출은 2010년 후 최대치다.

회사 측은 유·무선 사업과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이 고르게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유·무선 사업에선 상대적으로 요금제가 비싼 5세대(5G) 통신 가입자가 928만 명으로 늘었다. 휴대폰 가입자의 68%에 달한다. 1년 전(748만 명)과 비교하면 14%포인트 증가했다. 초고속인터넷 역시 프리미엄 요금제(기가인터넷) 비중이 커지며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7% 늘었다.

DX, AI, 로봇 등 B2B 플랫폼 영역도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디지코 B2B’로 불리는 B2B 플랫폼 사업의 2분기 매출은 5059억원을 기록했다. AI 콜센터를 비롯해 대형 프로젝트를 꾸준히 수주한 결과다. KT 측은 “올해 상반기 디지코 B2B 사업 수주 규모가 전년 동기보다 19% 늘어 1조9000억원에 달한다”며 “올해 말까지 3조원 수주를 예상한다”고 했다.

기업 인터넷 사업 등 B2B 통신사업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7.6% 증가했다. 이 밖에 비씨카드, 케이뱅크 등 주요 그룹사가 안정적인 실적을 냈다. 이날 KT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07% 오른 3만2000원까지 치솟았다. 깜짝 실적과 CEO 불확실성 해소라는 호재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