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낸 래시가드 기업 배럴이 올해 들어 두 분기 연속 흑자를 올리며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인한 여행객 증가에 지난해 더네이쳐홀딩스에 팔린 뒤 이어진 경영 효율화 성과가 더해져 가능한 성적이라는 게 패션업계의 시각이다.

분위기 바꾸는 데 성공한 배럴

배럴은 올해 2분기 2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1, 2분기 연속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7일 발표했다. 2분기 매출은 1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2% 증가했다. 배럴은 래시가드 시장 국내 1위로 팬데믹 전까지 무서운 성장세를 보인 토종 기업이다.
구원투수 박영준 '적자 늪' 배럴 확 바꿨다
2010년 엑스엑스엘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해 2014년 배럴을 내놨다. 배우 고준희를 모델로 기용해 ‘고준희 래시가드’로 유명해졌다. 2019년 역대 최대인 매출 599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코로나 충격’으로 수상 레저 및 해외 관광 수요가 뚝 끊겨 2020년부터 실적이 급격히 악화했다.

구원투수 박영준 '적자 늪' 배럴 확 바꿨다
그랬던 배럴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게 박영준 대표(사진)가 이끄는 더네이쳐홀딩스다. 이 회사가 지난해 7월 배럴을 인수한 데는 엔데믹이 오면 수상레저 활동이 다시 활발해질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마크곤잘레스’ 등 해외 라이선스 위주였던 사업에 자체 브랜드 사업을 추가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더네이쳐홀딩스 대표 브랜드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성수기가 겨울인 만큼 여름이 성수기인 배럴을 인수하면 브랜드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봤다.

더네이쳐홀딩스의 마케팅 노하우를 여름에는 배럴, 겨울에는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집중하면 1년 내내 안정된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구상이다. 박 대표는 배럴 인수 즉시 이 회사 대표를 겸임해 강력한 회생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꾸준한 체질 개선 효과

올해 들어 배럴의 흑자 행진이 이어진 것은 꾸준한 체질 개선 작업 덕분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우선 제조원가가 낮아졌다. 더네이쳐홀딩스가 인수하기 전까지 배럴 단독으로는 대규모 발주가 쉽지 않아 제조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더네이쳐홀딩스가 인수한 뒤 배럴이 이 회사 생산망을 활용하면서 단가가 낮아졌다. 요가복·라이프스타일웨어 등을 전담했던 애슬레저 사업본부를 없애고 이를 워터스포츠 사업본부에 통합해 조직을 슬림화했다. 전체 직원 수는 100명 수준에서 70명 내외로 줄였다.

해외 사업도 재정비 중이다. 배럴은 2018년 중국에 자회사를 설립해 현지에 진출했다. 더네이쳐홀딩스가 인수한 뒤엔 티몰 등 온라인 유통망만 유지하고 오프라인 매장은 철수했다.

올해까지 사업을 내실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확장에 나설 것이라는 게 배럴 측 설명이다. 지금은 재고를 소진하는 정도인 애슬레저 라인도 내년에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지난 4월 베이징에 1호점을 낸 만큼 배럴도 중국 오프라인 시장에 재진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름철 고온이 이어지면서 해양레저 인구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점 역시 배럴에 호재로 거론된다. 2019년 약 40만 명이던 국내 서핑 인구는 2022년 약 100만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