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양털깎이 시작?…뜨거운 美노동시장의 뜨거운 맛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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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강자와 약자 /美증시 주간전망
뉴욕증시에서 콧노래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이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잡는 연착륙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경기가 식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은 골디락스도 이룰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이런 꿈을 꿀 수 있는 건 미국의 소비와 고용이 받쳐주고 있어서입니다. 코로나19 시기엔 의료 보건 체계의 허점을 보이며 체면을 구겼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강력한 경제 체력을 기반으로 세계 최대 강국의 면모를 재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이번 주엔 미국 경제가 강한 이유와 그 파장을 중심으로 주요 이슈와 일정을 정리하겠습니다.
우선 소비가 받쳐주는 건 쓸 돈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과 코로나19 시대 쌓아둔 저축이 종자돈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인들은 고금리에 영향을 크게 개의치 않는 상황이 됐습니다. 가계 부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변동금리가 아니라 30년 고정금리로 돼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채 다이어트를 해왔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과 기업 부채 비율이 20%포인트 이상 떨어졌습니다.
부채 영향력을 줄인 덕에 금리가 올라도 미국 가계는 계속 지갑을 열고 미국 기업의 투자는 위축되지 않고 있습니다.
고용시장이 강하다는 건 노동수요가 공급에 비해 많다는 얘기입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정책적 측면에서 보자면 노동공급 부족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작품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조기은퇴, 육아 부담으로 인한 여성 노동자들의 사직 증가는 불가항력에 가깝습니다. 여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은 기름을 부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식 반이민 정책을 거의 손대지 않았습니다. 전문직 쿼터를 조금씩 늘리긴 했지만 현재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블루 칼라 이민은 늘리지 않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 술 더 떠 노동수요를 확 늘렸습니다. 모든 정부가 추구해온 일자리 창출입니다. 방식은 '바이 아메리칸'과 '메이든 인 아메리카'입니다. 모든 걸 미국에서 미국산으로 하라는 명령입니다. 목표는 중국과 러시아에 휘둘리지 않는 제조업 공급망을 모두 미국에 구축하겠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우방국과 등을 졌던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달리 동맹국들이 득달같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미국 내 인력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습니다. 제조업이 생기면 주변 서비스업 일자리 수요도 증가하기 마련입니다.
결국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업의 노동 공급 부족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분이 큽니다. 제조업의 노동 수요 초과는 바이든 행정부 정책의 결과물 측면이 강합니다.
금리를 올리면 물가가 떨어지고 실업률은 오르는 게 기본입니다. 그러나 미국 실업률은 기준금리가 제로에서 5.5%로 오르는 동안 요지부동입니다. 그래서 미국 중앙은행(Fed)은 금리를 더 올릴 여력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달 4일(현지시간)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가 나옵니다. 신규 일자리 수는 19만개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20만9000개였던 전월에 비해 줄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직까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인 17만개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롬 파월 의장이 노동시장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다고 보는 10만개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실업률은 여전히 3.6% 벽을 유지한다는 게 시장 컨센서스입니다. 지난주 고용비용지수(ECI) 상승률이 소폭 둔화하긴 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시간당 임금 상승률도 4.4%라는 '마의 벽'을 깰 지 관심사입니다.
반면 다른 나라들은 뜨거운 미국 노동시장의 후폭풍 격인 고금리 긴축 정책 영향을 더 많이 받습니다. 낙수는 커녕 긴축의 뜨거운 맛만 보게된다는 얘기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승자는 제조업 강국이었습니다. 거품이 낀 금융자산보다 실물이 우대받으면서 제조업 기반이 강한 한국과 중국, 독일이 전성시대를 이어갔습니다. 당시 한국엔 위기를 먹고사는 나라, 위기에 강한 국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습니다.
반면 코로나19 위기는 이중성을 띠었습니다. 팬데믹 기간엔 정보통신(IT)을 중심으로 제조업이 반짝했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대면 서비스 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중 갈등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무역장벽이 높아지면서 수출 중심인 제조업은 힘을 잃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의 부산물과도 같은 고금리를 이겨내려면 부채로부터 자유로울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에서 미국이 최고점을 받고 있습니다. 반면 독일은 새로운 '유럽의 병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중국도 좀체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바닥을 찍었다지만 '위기를 먹고 사는 나라' 대열에 낄 가능성은 낮습니다. 대신 그 지위는 브라질 인도네시아 같은 자원부국이나 이탈리아 프랑스처럼 서비스업이 강한 나라가 가져가고 있습니다.
다음날인 1일엔 한국의 7월 수출입 자료가 공개됩니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가 계속될 전망입니다. 2일엔 한국 소비자물가가 나옵니다. 3일엔 선진국 중 최악의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영국이 기준금리를 결정합니다. 베이비스텝을 밟아 기준금리를 연 5.25%로 올릴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고용이 강하면 강할수록 다른 나라들의 비명은 커집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조업 왕국들이 대부분입니다. 긴축을 견디기 힘들어 고문과도 같은 시간입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지금의 긴축이 견딜만합니다. 목욕탕 내 열탕 온도를 견디지 못하는 아이들이 미국 외 국가들이라면 뜨거운 물에 들어가도 "시원하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는 어른이 미국인 상황입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 미국 내에 글로벌 제조업 클러스터가 확고하게 자리잡으면 미국발 낙수효과가 세계로 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초기단계여서 미국 시장의 낙수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그 때까지 미국에 초기투자를 하면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면서 버티는 게 상책일 것으로 보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이런 꿈을 꿀 수 있는 건 미국의 소비와 고용이 받쳐주고 있어서입니다. 코로나19 시기엔 의료 보건 체계의 허점을 보이며 체면을 구겼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강력한 경제 체력을 기반으로 세계 최대 강국의 면모를 재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이번 주엔 미국 경제가 강한 이유와 그 파장을 중심으로 주요 이슈와 일정을 정리하겠습니다.
혹독한 부채 줄이기
고금리를 이겨낼 만큼 미국 경제 체력이 좋은 건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소비와 노동시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소비는 줄지 않고 노동시장은 식지 않는 걸까요.우선 소비가 받쳐주는 건 쓸 돈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과 코로나19 시대 쌓아둔 저축이 종자돈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미국인들은 고금리에 영향을 크게 개의치 않는 상황이 됐습니다. 가계 부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변동금리가 아니라 30년 고정금리로 돼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채 다이어트를 해왔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과 기업 부채 비율이 20%포인트 이상 떨어졌습니다.
부채 영향력을 줄인 덕에 금리가 올라도 미국 가계는 계속 지갑을 열고 미국 기업의 투자는 위축되지 않고 있습니다.
뜨거운 고용은 바이든·트럼프의 합작품
고용시장이 강하다는 건 노동수요가 공급에 비해 많다는 얘기입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정책적 측면에서 보자면 노동공급 부족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작품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조기은퇴, 육아 부담으로 인한 여성 노동자들의 사직 증가는 불가항력에 가깝습니다. 여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은 기름을 부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식 반이민 정책을 거의 손대지 않았습니다. 전문직 쿼터를 조금씩 늘리긴 했지만 현재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블루 칼라 이민은 늘리지 않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 술 더 떠 노동수요를 확 늘렸습니다. 모든 정부가 추구해온 일자리 창출입니다. 방식은 '바이 아메리칸'과 '메이든 인 아메리카'입니다. 모든 걸 미국에서 미국산으로 하라는 명령입니다. 목표는 중국과 러시아에 휘둘리지 않는 제조업 공급망을 모두 미국에 구축하겠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우방국과 등을 졌던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달리 동맹국들이 득달같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미국 내 인력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습니다. 제조업이 생기면 주변 서비스업 일자리 수요도 증가하기 마련입니다.
결국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업의 노동 공급 부족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분이 큽니다. 제조업의 노동 수요 초과는 바이든 행정부 정책의 결과물 측면이 강합니다.
중요한 고용 숫자는 10만과 17만
뜨거운 노동시장은 미국 경제엔 좋습니다. 기준금리를 아무리 올려도 경제가 끄떡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성장률보다 일자리를 더 중시하는 미국 같은 선진국에선 현재 상황은 꽃놀이패를 쥔 것과 같은 형국입니다.금리를 올리면 물가가 떨어지고 실업률은 오르는 게 기본입니다. 그러나 미국 실업률은 기준금리가 제로에서 5.5%로 오르는 동안 요지부동입니다. 그래서 미국 중앙은행(Fed)은 금리를 더 올릴 여력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달 4일(현지시간)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가 나옵니다. 신규 일자리 수는 19만개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20만9000개였던 전월에 비해 줄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직까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인 17만개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롬 파월 의장이 노동시장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다고 보는 10만개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실업률은 여전히 3.6% 벽을 유지한다는 게 시장 컨센서스입니다. 지난주 고용비용지수(ECI) 상승률이 소폭 둔화하긴 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시간당 임금 상승률도 4.4%라는 '마의 벽'을 깰 지 관심사입니다.
낙수효과 없는 미국의 뜨거운 고용
미국 고용지표는 어찌보면 미국보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더 중요합니다. 미국 노동시장이 뜨거우면 그 낙수효과는 미국에 돌아갑니다. 일자리가 늘고 실질 임금이 높아집니다.반면 다른 나라들은 뜨거운 미국 노동시장의 후폭풍 격인 고금리 긴축 정책 영향을 더 많이 받습니다. 낙수는 커녕 긴축의 뜨거운 맛만 보게된다는 얘기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승자는 제조업 강국이었습니다. 거품이 낀 금융자산보다 실물이 우대받으면서 제조업 기반이 강한 한국과 중국, 독일이 전성시대를 이어갔습니다. 당시 한국엔 위기를 먹고사는 나라, 위기에 강한 국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습니다.
반면 코로나19 위기는 이중성을 띠었습니다. 팬데믹 기간엔 정보통신(IT)을 중심으로 제조업이 반짝했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대면 서비스 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중 갈등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무역장벽이 높아지면서 수출 중심인 제조업은 힘을 잃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의 부산물과도 같은 고금리를 이겨내려면 부채로부터 자유로울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에서 미국이 최고점을 받고 있습니다. 반면 독일은 새로운 '유럽의 병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중국도 좀체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바닥을 찍었다지만 '위기를 먹고 사는 나라' 대열에 낄 가능성은 낮습니다. 대신 그 지위는 브라질 인도네시아 같은 자원부국이나 이탈리아 프랑스처럼 서비스업이 강한 나라가 가져가고 있습니다.
제조업 강국의 비명
이런 상황에서 제조업 르네상스를 꿈꾸는 국가들의 주요 지표가 나옵니다. 31일 중국의 제조업 및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발표됩니다. 같은날 유로존의 7월 소비자물가와 2분기 성장률 속보치가 나옵니다. 인플레이션과 성장률의 둔화폭 크기에 따라 침체 시기와 깊이를 가늠할 수 있게 됩니다.다음날인 1일엔 한국의 7월 수출입 자료가 공개됩니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가 계속될 전망입니다. 2일엔 한국 소비자물가가 나옵니다. 3일엔 선진국 중 최악의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영국이 기준금리를 결정합니다. 베이비스텝을 밟아 기준금리를 연 5.25%로 올릴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고용이 강하면 강할수록 다른 나라들의 비명은 커집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조업 왕국들이 대부분입니다. 긴축을 견디기 힘들어 고문과도 같은 시간입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지금의 긴축이 견딜만합니다. 목욕탕 내 열탕 온도를 견디지 못하는 아이들이 미국 외 국가들이라면 뜨거운 물에 들어가도 "시원하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는 어른이 미국인 상황입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 미국 내에 글로벌 제조업 클러스터가 확고하게 자리잡으면 미국발 낙수효과가 세계로 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초기단계여서 미국 시장의 낙수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그 때까지 미국에 초기투자를 하면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면서 버티는 게 상책일 것으로 보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