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행 좋은 이유는…" 황금연휴 맞은 일본인들 '돌변' [김일규의 재팬워치]
일본의 ‘황금연휴(골든위크·GW)’ 첫날인 27일 휴가를 떠나는 시민들의 출국 행렬이 절정을 이뤘다. 기록적인 엔저 탓에 미국이나 유럽 대신 아시아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이번 해외 여행 목적지는 한국을 꼽은 사람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하네다공항 국제선 터미널은 캐리어를 든 여행객으로 붐볐고, 각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에는 출국하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일본 골든위크는 5월 초를 전후해 쇼와의 날, 헌법기념일, 녹색의 날, 어린이날 등 공휴일이 몰려 있는 기간이다. 올해는 주말까지 붙어있어 3일만 휴가를 내면 이날부터 5월 6일까지 최장 10일간 쉴 수 있다.

지바현 후나바시시에 사는 남성 회사원(38)은 이날 오전 7시 아내, 딸과 함께 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여행비가 치솟아 유럽과 미국을 피해 2박 3일 일정으로 대만으로 간다”며 “가까운 곳이라도 해외에 갈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병법상 분류를 계절 독감과 같은 ‘5류’로 낮췄다. 가족과 함께 태국을 방문한다는 60대 여성 회사원은 “코로나 사태 전에 비해 여행비가 훨씬 올랐다”며 “아시아 지역도 평소보다 비싸지만 그나마 낫다”고 말했다.

일본 최대 여행사 JTB에 따르면 이번 해외 여행 목적지로 가장 많이 꼽은 곳은 한국(20.8%)이다. 이어 동남아시아(16.7%), 대만(13.5%) 순이다. 2019년에는 동남아시아가 1위였고, 유럽과 하와이가 그 뒤를 이었다. 산케이신문은 엔화가 기록적인 수준의 약세를 보이면서 올해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해외 여행지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지난 26일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발표 이후 엔화 가치는 더 떨어지면서 엔·달러 환율은 34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58엔을 넘어섰다. 26일(현지시간) 장중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58.4엔까지 치솟았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현재는 엔화 약세가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다”며 “당분간은 완화적인 금융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엔을 팔고 달러를 사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은행의 조기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더 무게가 실리면서 엔저를 가속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쿄 국제공항 터미널에 따르면 4월 26일부터 5월 6일까지 하네다공항에서 출국하는 사람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한 약 34만3100명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에 비해 1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나리타공항에서 출발하는 사람은 지난해보다 35% 증가한 약 43만8500명으로 예상된다. 2019년의 77% 수준까지 회복했다.

한국은 일본인 관광객을 맞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방문의해위원회(방문위)와 지난 2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2024 한국방문의 해’ 기념 환영주간 개막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장미란 문체부 제2차관, 이부진 방문위 위원장,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참석했다. 이번 환영주간은 일본 골든위크와 중국 노동절 등 연휴에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다음 달 10일까지 운영한다.

도쿄=김일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