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튼여의도 조감도
브라이튼여의도 조감도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오피스텔 매매가격도 조금씩 낙폭을 줄이고 있다. 수도권 주요 지역 오피스텔의 경우 프리미엄(웃돈)이 붙은 사례도 나오고 있다. 과거 집값 상승기 때 아파트 대체재로 주목받으며 가격이 덩달아 오른 장면이 조만간 재연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 거래량이 미미한 데다 아파트에 비해 대출이나 세금 등 측면에서 불리한 점이 있어 당분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오피스텔 월세 8개월 만에 반등

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국 오피스텔 가격은 전분기 대비 0.85% 하락했다. 올해 1분기(-1.19%)와 비교하면 낙폭이 둔화했다. 서울(-0.81→-0.55%)과 수도권(-1.15→-0.78%), 지방(-1.36→-1.15%)이 모두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오피스텔 월세, 8개월 만에 반등…매매시장 온기 도나
규제 완화와 대출금리 하락 등으로 인해 아파트를 중심으로 펼쳐진 시장 회복세가 오피스텔 쪽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측은 “여전히 높은 금리 수준 등으로 하락세는 이어지는 가운데 전반적인 시장 회복 기대감을 보이며 하락 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전국 오피스텔 수익률도 지난 1월 4.86%에서 지난달 4.95%로 조금씩 오르고 있다.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 전세 수요가 오피스텔 월세 수요로 이동하며 월세 수익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국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6월에 전월 대비 0.04% 상승하며 작년 10월 이후 8개월 만에 반등했다.

브라이튼여의도, 6억원 프리미엄

연초부터 ‘마이너스 프리미엄’ 물건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부 입지 경쟁력을 갖춘 단지엔 수억원의 웃돈이 붙기도 한다. 서울 영등포구 브라이튼여의도 전용 59㎡ 분양권은 분양가(7억5570만원)보다 6억원 비싼 13억5570만원에 매물이 올라와 있다. 경기 과천시 힐스테이트과천청사역 전용 84㎡와 강남구 더포엠역삼 전용 26㎡도 각각 4억원, 2억9400만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최근 청약에서 선방한 단지도 나오고 있다. 서울 용산구 ‘용산 호반써밋 에이디션’은 이달 49실 모집에 5225명이 몰려 106.6 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대문구 ‘DMC 가재울 아이파크 오피스텔’도 지난달 69실 모집에 279건의 청약이 접수돼 4.0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올해 공급 예정인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연내 서울에서 7곳의 오피스텔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서대문구 서대문영천반도유보라(총 116실)와 중구 세운푸르지오더보타닉(366실), 동대문구 르텐바이트리마제(182실) 등 도심권에 집중돼 있다.
세운푸르지오더보타닉 조감도
세운푸르지오더보타닉 조감도

아파트 규제 완화로 장점 사라져

하지만 오피스텔 시장이 완연히 회복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비해 구조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오피스텔은 세법상 주택으로 분류된다. 오피스텔을 취득하면 유주택자가 된다.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이 되고, 아파트 청약에서 불리해진다. 하지만 대출받을 땐 비주택으로 간주해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없다.

무엇보다 과거 오피스텔이 인기를 끌었던 건 청약 가점이 낮아 아파트에 당첨되기 어렵다고 느낀 젊은 세대가 대안으로 오피스텔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되고, 100% 추첨제가 적용된다. 하지만 정부가 연초 아파트 관련 청약 규제 등을 풀자 이 같은 비교우위마저 사라졌다는 평가다.

기존엔 전용 85㎡ 이하 민영주택은 가점 100%로 공급됐지만 지난 4월부턴 가점 40%, 추첨 60%로 바뀌었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 규제지역 중소형 평형에도 추첨제가 도입됐다. 이 같은 아파트 규제 완화로 오피스텔 거래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상반기 오피스텔 거래량은 3960건으로, 전년 동기(9191건) 대비 57% 급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오피스텔은 커뮤니티 시설이나 전용률 측면에서 아파트에 비해 한계가 분명하다”며 “최악의 상황은 지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회복세가 빠르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