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요즘 어떤 작가 주목하시나요?"
미술계 인사나 컬렉터분들과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필립스옥션 입사 전부터 나의 대답은 “필립스옥션의 뉴나우 경매 1번부터 5번까지를 눈여겨보세요”였다. 이들 중 한 명은 얼마 지나지 않아 미술계에서 인정받으며 미술관 전시 기회를 얻고, 메가갤러리에 소속돼 작품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지난해에는 필립스를 통해 경매에 처음으로 소개된 작가가 무려 148명이었다.

최근 글로벌 미술계에서는 여성, 흑인, 비주류 작가에 관심이 높다. 그간 소외된 계층의 재조명이자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포용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겠다.

여성 작가의 약진은 2022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도 화제가 됐다. 세실리아 알레마니가 이탈리아 여성 최초로 비엔날레 총감독에 임명됐다. ‘꿈의 우유’라는 주제로 열렸는데 127년 비엔날레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예술가의 참여율이 전체 참여 작가의 90%에 달했다. 그중 미국의 유색인종 여성 작가인 시몬 리는 아르세날레 본 전시장 입구에 5m에 달하는 흑인 소녀의 토르소 조각 ‘벽돌집’을 설치해 눈길을 사로잡았고,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었다.

올해 상반기 미국 뉴욕 미술관들의 주요 전시를 보면 여성 작가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사라 제, 뉴뮤지엄에서는 왕게치 무투와 한국 작가 이미래, 휘트니미술관에서는 존 퀵투시 스미스, 모마에서는 조지아 오키프의 전시가 열렸다. 특히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열린 세실리 브라운의 회고전은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경매시장에서도 여성 작가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3월 런던 필립스 경매에서는 스코틀랜드 예술가 캐롤라인 워커의 작품이 추정가의 6배가 넘는 110만달러에 팔려 이 작가 작품 중 신기록을 세웠다. 1990년생인 플로라 유크노비치의 경매 최고가 기록은 이미 300만달러를 넘었다. 최근 하우저앤드워스 갤러리와도 전속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니 추후 행보가 더 궁금해진다.

필립스옥션은 오는 9월 초 서울에서 특별전을 열 예정이다. 구사마 야요이, 알렉산더 칼더, 헤르난 바스 등 블루칩 작가들뿐 아니라 글로벌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중에서도 로렌 퀸, 울라라 이마이, 브라질 출신 마르셀라 플로리도 등 여성 작가의 작품이 여럿 포함됐다. 특히 한국 작가 이유라의 파스텔톤 화폭이 눈에 띄는 작품 중 하나로 벌써부터 언급되고 있다. 이 특별전을 통해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독창성 있는 작업을 통해 시대와 소통하는 작가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