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시간 낭비에 천문학적 투자 대신 기술 리더에게 배워야"
"인플레감축법 수혜 韓·日 기업, 美에도 성공 신호"
미국이 지난해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한국과 일본 등 외국 기업이 크게 수혜를 입고 있지만 이는 미국에도 동시에 '성공의 신호'(a sign of success)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톱 기업들인 한국의 LG나 일본의 파나소닉 등이 미국 시장의 IRA 기회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WSJ은 이들 기업이 이런 큰 기회 때문에 자국 대신 미국에 공장을 짓기로 했고 향후 배터리 산업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될 노동자와 후방산업 업체를 훈련하는 위험까지 감수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기후변화 대응 등을 명분으로 IRA를 도입했다.

IRA는 녹색에너지 분야에 3천700억 달러(약 473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IRA가 공개된 후 외국 기업은 앞다퉈 미국에 공장을 짓기 시작했고 한국, 일본 등 외국 기업 관련 IRA 프로젝트 규모가 전체 미국 정부 지출의 60%가 넘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현재 글로벌 배터리 기업 중 북미에 가장 많은 공장을 짓거나 운영 중인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으로 미국에서 가동 중이거나 건설하는 배터리 공장은 8곳이나 된다.

SK온과 삼성SDI도 북미 시장 시설 투자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WSJ은 파나소닉의 경우 네바다주와 캔자스주의 배터리 공장과 관련해 연간 20억달러(약 2조5천600억원) 규모의 세금 공제 혜택을 얻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와 관련해 WSJ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나 풍력 터빈 제조업체 베스타스 등을 예로 들며 앞서 비슷한 전략으로 큰 효과를 거둔 중국의 상황을 소개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은 2019년 경제 생산량의 1.48% 이상을 특정 산업과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에 쏟아부었다.

여기에 시장가보다 낮은 토지 매매 등 중국 특유의 정책까지 포함하면 이 비중은 1.7% 이상으로 커진다.

다만, 중국의 이 같은 산업 정책은 과도한 부채와 막대한 낭비 등 부정적인 면도 유발했다고 WSJ은 설명했다.

중국과 달리 미국이 동원해온 산업 정책 지원 자금은 크게 적은 편이다.

CSIS는 이 자금의 규모가 2019년 기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0.39%에 그쳤다고 추산했다.

이에 대해 WSJ은 "미국이 경쟁하기 위해서는 제한된 자금을 더욱 현명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중국이 초기 전기차 분야나 현재 반도체 분야에서 시도하는 것처럼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기보다는 현재의 기술 리더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국과 일본 등 외국 기업이 IRA를 적극 활용하는 게 '좋은 뉴스'라는 것이다.

이 신문은 "미국이 세계 경제의 최고 위치를 유지하려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전기차와 배터리 같은 핵심 산업에서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며 "하지만 이를 적절하게 해내려면 미국의 동맹국이자 중국 주변에 있는 동아시아 기술 강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