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등의 여파로 명품 매출 증가세가 둔화하자 명품 판매 e커머스들도 ‘실속 마케팅’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시장 열기가 뜨거웠던 2020~2022년 톱스타를 앞세워 마케팅비를 쏟아부은 것과 달리 관련 비용은 대폭 줄였고, 저렴한 가격에 고가 명품을 경험해 보고 싶은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는 강화했다.

마케팅비 군살 빼기 나서

적자 쌓이는 명품 e커머스…스타 없이 '실속' 챙긴다
트렌비는 투입한 광고비가 얼마만큼 매출을 올렸는지를 뜻하는 광고비 대비 매출(ROAS·매출÷광고비)이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60% 증가했다고 25일 발표했다. 반면 고객을 플랫폼으로 유인하는 데 들인 마케팅 비용을 의미하는 고객 획득 비용(CPA·유입 고객 수÷마케팅비)은 70% 감소했다. 효율적 마케팅비 지출로 최대 성과를 올렸다는 게 트렌비의 설명이다.

트렌비가 마케팅 군살 빼기에 나선 건 더는 불어나는 적자를 놔둬선 안 되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트렌비 매출(별도 기준)은 225억원으로, 전년 동기(218억원) 대비 3.2% 늘었다. 하지만 영업손익은 233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 들어선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집계 결과 1~6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전년 동기(372만 명)의 절반인 189만 명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트렌비는 실속 ‘명품족’을 잡기 위해 지난 4월 소비자들이 보유한 명품 제품을 다른 상품과 교환할 수 있도록 한 ‘셔플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유 제품을 반납하고 추가 금액을 내면 더 비싼 명품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다. 트렌비의 지난달 재구매율은 72%로, 명품 플랫폼 업계 최고 수준이다.

홈쇼핑과 연계도

머스트잇과 발란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CJ온스타일이 200억원을 투자한 머스트잇은 홈페이지를 CJ온스타일과 연동했다. TV홈쇼핑의 주고객 층인 40대 중반~60대 중반의 여성이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를 중시하는 만큼 백화점보다 저렴하게 명품을 구입할 수 있는 e커머스로 많이 유입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지난해 12월 머스트잇이 CJ온스타일과 테스트 방송을 진행했을 때 약 2시간 동안 40억원에 달하는 주문금액이 몰리기도 했다. 이는 방송 직전일 동시간 주문금액보다 약 6배 많은 금액이다.

발란은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하이엔드급 명품 대신 중고가 제품 거래액이 늘어나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4~6월 발란의 헌터 레인부츠 등 중고가 제품의 거래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세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다만 일부 e커머스는 가성비를 강조하기 위해 조삼모사식 눈속임을 벌여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위반 행위로 경고받은 발란이 그런 사례다. 발란은 자사몰에서 고가의 운동화를 5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고 표시했다. 하지만 이 할인율은 특정 치수에만 적용한 수치였다. 이후 발란은 옵션마다 가격을 달리하는 ‘옵션 추가금’ 기능을 없앴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