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투자 해외부동산, 절반은 '오피스'
국내 증권사가 투자한 전체 해외 부동산 중 절반은 오피스 건물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별로는 높은 공실률로 임대지표가 지속적으로 악화해온 미국과 유럽 부동산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최근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면서 투자 손실에 대한 우려가 불거진 가운데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에 업계와 당국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 미국·사무실에 집중 투자…'투자 정석'이 부메랑으로

24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주요 증권사 26개 사가 투자한 해외 부동산의 규모는 총 15조5천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를 부동산 용도별로 분리하면 오피스 비중이 50%(약 7조7천500억원)로 가장 컸다. 이어 숙박시설(17%·2조6천350억원), 주거용(12%·1조8천600억원), 물류(7%·1조850억원) 등의 순이었다.

나라별로 따져보면 미국(7조2천850억원)이 47%로 가장 많았고 유럽(26%·4조300억원), 아시아(12%·1조8천600억원), 영국(8%·1조2천40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과 유럽(영국 포함) 지역만 통틀어 81%로 집계됐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사 9곳의 전체 자기자본 56조7천억원 가운데 해외부동산 관련 펀드·부동산담보대출·우발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4%로 집계됐다.

반면 중소형사 17개 사의 전체 자기자본(18조4천억원) 대비 해외부동산 비중은 11%로 대형사보다 낮았다.

앞서 국내 증권사들은 2010년대 후반부터 낮은 금리와 우호적인 환율 여건에 힘입어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 뛰어들었다.

그중에서도 오피스 건물은 당시만 해도 수익률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부동산 투자 대상으로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한세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전만 해도 오피스 건물은 부동산 경기 사이클에 따라 자산 가격이 크게 타격받지 않고, 가격 회복도 빠르며, 임대료가 꾸준히 상승했기 때문에 중심상업지구(CBD)의 오피스 건물은 부동산 투자의 정석으로 여겨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7∼2022년 사이 한국 투자기관들이 사들인 유럽 부동산은 90건이 넘고 각 건물당 매입액도 2억유로(한화 약 2천900억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북미지역과 유럽에 재택근무가 확산해 오피스 수요가 줄어들었고, 설상가상 지난해 미국을 필두로 한 글로벌 긴축기조로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상환 부담도 커지며 경고등이 켜졌다.

홍지환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미국 지역 중 맨해튼,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DC 등은 임차인에 대한 인센티브가 늘어나 실질적인 임대료 수준이 추가로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회삿돈 투입·보험금 청구'…업계·당국, 펀드 손실 막기 안간힘

실제로 국내에서 최근 리스크가 부각된 해외 대체투자 건은 주로 오피스다.

가령 미래에셋증권[006800]이 2천800억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해 중순위 대출에 나섰던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는 보증인 파산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문제가 생겨 선순위 대출자들이 싼값에 매각하면서 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

이에 최근 펀드를 판매했던 시몬느자산운용과 미래에셋 계열 멀티에셋자산운용은 펀드 자산의 약 90%를 회계상 손실로 상각 처리한 상태다.

이지스자산운용도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를 통해 투자한 독일 트리아논 오피스 건물의 주요 임차인 데카방크가 임대차계약 연장 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추가 손실을 막고자 건물 매각을 검토 중이다.

현재 일부 대주와 리파이낸싱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건물의 담보인정비율(LTV)을 낮추기 위한 자본금 추가 납입을 요구받고 있다. 일단 운용사가 회사 자금 150억원부터 투입하기로 했으나 이달 말까지 요구 금액을 못 채우면, 사실상 다음 달부터는 매각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이 다른 자산에 비해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한 연구원은 "다른 자산은 수급 상황에 따라 공급이 과잉된 지역에서 부족한 곳으로 상품을 옮길 수 있지만 부동산은 그렇지 않아 지역별 편차가 크다"면서 "최근 미국 오피스 공실률도 20% 수준이라지만 핵심 지역의 신축 건물은 공실이 거의 없는가 하면 비인기 지역의 건물은 절반 이상이 비어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외 다른 형태의 해외 대체자산 투자도 안정권은 아니다.

일례로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미국 텍사스 유전 투자 펀드인 '한국투자패러랠유전해외자원개발특별자산투자회사1호'는 수백억 원의 손실이 발생, 올해 2월 만기를 연장하고 수익자 손실 보전을 위한 보험금을 무역보험공사에 청구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계약 조건상 무보로부터 투자 원금의 85∼90% 수준을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일각에서는 민간의 펀드 손실을 세금으로 메우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당국도 커지는 해외 대체자산 투자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황선오 부원장보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서 해외 대체투자 건에 대한 상시 자체 점검, 담보·보증·보험 등 투자자 권리 구제 장치 점검 등을 업계에 촉구했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