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1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1
전국 '물 폭탄'으로 수해 피해가 확산하면서 정치권이 숨을 죽인 한 주가 지났다. 장마는 소강상태에 들어갔지만, '수해 정국'의 여진은 이어지는 모습이다. 수해 피해 상황에서 논란을 일으킨 의원들에 대한 징계 조치가 취해지면서다.

이번 수해 상황에서 논란이 된 대표적인 정치인은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홍 의원은 지난 15일 수해 우려 속 골프 라운딩으로, 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며 호우 참사가 빚어진 '궁평2지하차도'를 끌어온 막말로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홍 시장과 김 의원은 자신들의 언행이 되자 결국 고개를 숙였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비판하며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가서 한 행동과 말은 우리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궁평지하차도로 밀어 넣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본다"고 발언했다. 지난 15일 미호강 제방이 무너지며 강물이 유입돼 시내버스 등 차량 15대가 잠긴 궁평2지하차도를 윤 대통령 비판에 끌어들인 것이다. 이에 '충격 막말'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이튿날 그는 "부적절한 언급을 한 것은 제 불찰이다"고 사과했다.

홍 시장의 사과에는 시간이 좀 더 걸렸다. 그는 전국 곳곳 수해 피해 우려가 있던 지난 15일 오전, 신천 물놀이장 개장식에 참석한 뒤 골프장으로 이동했다. 그러다 비가 거세지자 한 시간 만에 철수했다. 당시 대구에는 큰 비 피해가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지만, 비판은 계속됐다. 홍 시장은 17일 처음 문제가 제기된 후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느냐"며 큰소리를 치다가, 지지자들까지 그의 행동을 지적하고 나서자 사흘 만인 19일 결국 사과했다.

달랐던 것은 양당의 대처였다. 국민의힘은 곧장 홍 시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진상 조사'를 지시했고, 중앙윤리위원회는 직권으로 홍 시장 징계건을 상정했다. 이후 지난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홍 시장에 대한 징계를 개시하기로 의결했다. 국민의힘 징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등 4단계인데, 당내에서는 중징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김재원 최고위원과 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발언 논란이 일자 각각 당원권 정지 1년과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반면, 김 의원은 '궁평 지하차도' 막말 이후 공식적으로 당내에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김 의원에 대한 징계 등 조치에 대해 논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 민주당이 김 의원의 막말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이 '막말'로 구설에 오른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 만큼, 지도부가 그의 막말을 사실상 용인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홍 시장과 김 의원의 소속 정당이 달라 일대일로 비교할 수는 없는 사안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 같은 안일한 조치는, 앞서 민주당 지도부로부터 경고를 받은 이상민 의원과도 대조된다는 지적이다. 앞서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유쾌한 결별'을 언급해 분당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는 이유로 지도부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았다.

그러나 김 의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아무런 징계 움직임이 없다. 비공식적으로 '자제 요청'을 하는 수준이다. 한 당 관계자는 "김의겸 의원의 '궁평지하차도' 막말이 이상민 의원의 '유쾌한 결별'보다 덜 엄중하다는 것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지도부의 '심기'가 징계의 기준이 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도 당의 대응에 대해 지난 2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민주당이 도덕성을 잃어가는 여러 원인 중 하나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한동훈 장관의 인사청문회 때 (김남국 의원의) '이모' 발언이라든가, 김의겸 의원의 청담동 술집 발언이라든가, 장경태 의원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포르노그라피 발언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계속 누적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잘못됐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당 지도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며 "결국 그런 것이 쌓이고 쌓여서 '도덕 불감증의 정당'으로 낙인이 찍히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