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서 지은 아파트인데…삼성과 상관없다고?" [흥청망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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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가 모르는 아파트 사업의 구조
▶전형진 기자
레이, 모닝
우리가 길에서 자주 보는 자동차들이죠
기아차의 대표적인 경차 라인업인데
사실 이 친구들은 기아에서 만든 게 아니에요
동희오토라는 회사에서 위탁생산을 한 겁니다 기아는 왜 동희에게 맡겼을까요?
직접 만드는 것보다 돈이 덜 드니까
그럼 동희는 왜 직접 안 팔고 기아 간판을 걸까요?
그렇게 하는 게 더 잘 팔리니까
사람들이 동희보다 기아를 더 많이 아니까
물론 진지하게 들어가면 복잡한 사정들이 많지만
이런 위탁생산 구조를 우리는 산업계에서 적지 않게 봅니다 그럼 부동산은 어떨까요?
지금 창밖을 한 번 보자고요
래미안, 자이, 힐스테이트
건설사들 아파트 브랜드가 쫙 깔려 있는데
저 단지들이 전부 삼성물산의, GS건설의
아니면 현대건설의 사업일까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아파트 건설사업은 이런 식이죠
놀부가 어디 좋은 데 땅을 갖고 있어요
여기에 집을 지어놓으면 잘 팔릴 것 같아
그래서 놀부건설이 아파트를 한 채 짓습니다
큰아들쯤 되는 친구가 운영하겠죠ㅎㅎ
그럼 이렇게 지은 더놀부센트럴은
땅주인과 집 지은 사람이 일치하는 사업이 됩니다 그런데 집코노미마을엔 이미 사람들이 빽빽하게 살고 있어요
이 동네는 남는 땅이고 뭐고 없습니다
만약 땅을 이만큼 사려고 한다?
그럼 거기 살고있는 흥부만 한 10명이에요
얘들에게 일일이 땅을 다 사야 되는데
그 중에 한 명이라도 나 못 팔아, 드러누우면
사업이 박살나고 쫄딱 망하는 거니까
놀부가 흥부로 다운그레이드가 됩니다 그래서 도심의 마을을 재개발하거나 아파트를 재건축할 땐
보통 이런 사업구조로 갑니다
땅주인은 흥부들이라고 했잖아요
얘들도 살다보면 우리동네가 좀 좋아졌으면 어떨까 생각할 거 아니에요
결국 자기들끼리 재개발조합 혹은 재건축조합을 만듭니다
근데 땅은 있어도 집을 지을 줄은 모르잖아요
이때 놀부가 등장합니다
내가 지어줄까? 돈만 줘 ^^
이번엔 놀부건설이 흥부들에게 일감을 받아서 집을 지어줍니다
그러니까 하도급업체로서 아파트를 짓는 겁니다
땅주인이 흥부였으니까 새로 지은 집의 주인도 흥부가 되는 거고
놀부는 공사 끝났으니까 돈 받으면 깔끔하게 딱 손 털고 나가요
이 구분이 바로 시행과 시공이에요
시행자는 이 사업을 하는 사람, 사업의 주인은 누굽니까, 흥부죠
시공자는 지어주는 사람, 놀부입니다 그럼 처음에 봤던 건 뭔가요
놀부 땅에 놀부가 집을 지었으니까
시행도 놀부, 시공도 놀부가 되는 겁니다
이런 걸 보통 건설사의 자체사업이라고 하고 흥부 땅에 집을 지어주는 건 도급사업이라고 해요
우리는 놀부가 지었으니까
당연히 놀부의 사업일 거라고 많이 착각하는데
사실 건설사들이 아파트 지을 땐 이런 도급사업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 놀부가 지어주기만 한 아파트 이름을
왜 더놀부센트럴로 지었을까요?
아까 놀부가 자기 땅에 자체 사업으로 지은 아파트가
더놀부센트럴이었잖아요
이번엔 흥부에게 일감을 받아서 도급사업으로 지었단 말이에요
근데 이름을 더놀부센트럴로 붙였어요
..얘들은 왜 이러는 걸까요 만약 흥부재개발조합이 지은 아파트에
더흥부센트럴이란 이름을 붙이고 팔아보자고요
흥부를 누가 안다고.. 그쵸?
..왠지 철근도 몇 개 빼먹었을 것 같고
더놀부센트럴과 비교하면 이렇게 무게감이 다릅니다
결국 흥부조합 입장에선 놀부네 간판을 달고
그 브랜드파워를 이용하는 게 훨씬 나아요
분양할 때도, 나중에 입주해서 살 때도
왠지 더 좋은 아파트 같아 보이잖아요 맨처음으로 돌아가서 비교해볼게요
레이와 모닝은 주문한 사람의 상표를 부착하고
누가 만들었는지는 가린 자동차였죠 아파트는 정반대입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놀부가 만들었다는 걸 보여주고
어떤 사람의 사업인지, 흥부들이 티끌 모은 사업이라는 건 가리는 형태인 거죠
왜냐면 한국에서 아파트를 짓고 브랜드를 다는 건설사면
보통은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못해도 중견기업 정도는 되거든요
아무래도 흥부 같은 듣보 시행자보단
놀부건설 같은 유명한 시공자를 전면에 내세우는 게 낫다고 보는 거죠
시공자, 그러니까 건설사 입장에서도 나쁠 건 없어요
심지어 돈을 벌면서 자기들을 홍보하는 겁니다
흥부네 집을 지어주고 놀부네 간판을 걸어놨더니
그걸 본 토끼가, 오 괜찮은데?
자기들 집도 지어달라고 합니다
강남 같은 동네에서 재건축할 때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좋은 아파트 지어주겠다고 나서는 게
다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시행과 시공을 구분하기가 모호해졌지만
분양할 때 입주자모집공고는 맨뒤쪽에 다 적어두게 돼 있어요
보통 도심에서 아파트가 나오면
이렇게 조합이 시행자입니다
물론 어디 매각부지라고 해서 땅이 매물로 나온 걸
시행만을 하는 회사가 사서 개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이렇게 재개발, 재건축조합이 시행자가 됩니다
흥부들이 한다는 거죠ㅎㅎ 근데 신도시 같은 교외로 나가면 달라요
신도시는 공공이 토지를 수용한 다음 개발하는 사업입니다
그러니까 원래는 흥부들의 밭이었지만
사또가 얘들을 내보내면서 보상을 한 다음에
다시 그 중의 일부를 놀부에게 팔아요 땅을 산 놀부가 여기에 집을 지으면 어떻게 되죠?
건설사가 땅주인이자 집 짓는 사람인 거죠
그래서 신도시에 지어지는 아파트는
건설사 자체사업인 경우가 많습니다 근데 조금 전에 사또가 일부만 놀부에게 판다고 했잖아요
그럼 일부는 남았을 거 아니에요
이 땅에 짓는 아파트는 누가 지어줄까요
그것도 놀부가 지어요 사실ㅎㅎ 이런 식으로 공공이 시행할 때도
시공은 민간에서 합니다 근데 사또가 자기 브랜드를 건다면?
아파트 이름은 사또밥이 되겠죠
우리가 알고 있는 LH 안단테가 이런 경우입니다
시공자가 가려지고 시행자인 공공의 브랜드를 쓰는 경우 만약 사또가 놀부의 브랜드 파워를 좀 가져온다면?
더사또놀부센트럴이 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앤푸르지오, 자연앤자이가 그렇죠
시공자인 대우, GS의 브랜드도 들어가고
시행자인 경기주택도시공사의 자연앤도 함께 쓰는 경우입니다 정리하자면 놀부는 돈 벌 곳이 굉장히 많죠ㅎㅎ
더놀부센트럴이란 아파트를 짓는 건 똑같지만
사업의 유형은 굉장히 여러 가지라는 겁니다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촬영 이재형·조희재·정준영 PD
편집 이예주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