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진 기자
레이, 모닝
우리가 길에서 자주 보는 자동차들이죠
기아차의 대표적인 경차 라인업인데
사실 이 친구들은 기아에서 만든 게 아니에요
동희오토라는 회사에서 위탁생산을 한 겁니다
"삼성에서 지은 아파트인데…삼성과 상관없다고?" [흥청망청]
기아는 왜 동희에게 맡겼을까요?
직접 만드는 것보다 돈이 덜 드니까
그럼 동희는 왜 직접 안 팔고 기아 간판을 걸까요?
그렇게 하는 게 더 잘 팔리니까
사람들이 동희보다 기아를 더 많이 아니까
물론 진지하게 들어가면 복잡한 사정들이 많지만
이런 위탁생산 구조를 우리는 산업계에서 적지 않게 봅니다
"삼성에서 지은 아파트인데…삼성과 상관없다고?" [흥청망청]
그럼 부동산은 어떨까요?
지금 창밖을 한 번 보자고요
래미안, 자이, 힐스테이트
건설사들 아파트 브랜드가 쫙 깔려 있는데
저 단지들이 전부 삼성물산의, GS건설의
아니면 현대건설의 사업일까요?
"삼성에서 지은 아파트인데…삼성과 상관없다고?" [흥청망청]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아파트 건설사업은 이런 식이죠
놀부가 어디 좋은 데 땅을 갖고 있어요
여기에 집을 지어놓으면 잘 팔릴 것 같아
그래서 놀부건설이 아파트를 한 채 짓습니다
큰아들쯤 되는 친구가 운영하겠죠ㅎㅎ
그럼 이렇게 지은 더놀부센트럴은
땅주인과 집 지은 사람이 일치하는 사업이 됩니다
"삼성에서 지은 아파트인데…삼성과 상관없다고?" [흥청망청]
그런데 집코노미마을엔 이미 사람들이 빽빽하게 살고 있어요
이 동네는 남는 땅이고 뭐고 없습니다
만약 땅을 이만큼 사려고 한다?
그럼 거기 살고있는 흥부만 한 10명이에요
얘들에게 일일이 땅을 다 사야 되는데
그 중에 한 명이라도 나 못 팔아, 드러누우면
사업이 박살나고 쫄딱 망하는 거니까
놀부가 흥부로 다운그레이드가 됩니다
"삼성에서 지은 아파트인데…삼성과 상관없다고?" [흥청망청]
그래서 도심의 마을을 재개발하거나 아파트를 재건축할 땐
보통 이런 사업구조로 갑니다
땅주인은 흥부들이라고 했잖아요
얘들도 살다보면 우리동네가 좀 좋아졌으면 어떨까 생각할 거 아니에요
결국 자기들끼리 재개발조합 혹은 재건축조합을 만듭니다
근데 땅은 있어도 집을 지을 줄은 모르잖아요
이때 놀부가 등장합니다
내가 지어줄까? 돈만 줘 ^^

이번엔 놀부건설이 흥부들에게 일감을 받아서 집을 지어줍니다
그러니까 하도급업체로서 아파트를 짓는 겁니다
땅주인이 흥부였으니까 새로 지은 집의 주인도 흥부가 되는 거고
놀부는 공사 끝났으니까 돈 받으면 깔끔하게 딱 손 털고 나가요

이 구분이 바로 시행과 시공이에요
시행자는 이 사업을 하는 사람, 사업의 주인은 누굽니까, 흥부죠
시공자는 지어주는 사람, 놀부입니다
"삼성에서 지은 아파트인데…삼성과 상관없다고?" [흥청망청]
그럼 처음에 봤던 건 뭔가요
놀부 땅에 놀부가 집을 지었으니까
시행도 놀부, 시공도 놀부가 되는 겁니다
이런 걸 보통 건설사의 자체사업이라고 하고
"삼성에서 지은 아파트인데…삼성과 상관없다고?" [흥청망청]
흥부 땅에 집을 지어주는 건 도급사업이라고 해요
우리는 놀부가 지었으니까
당연히 놀부의 사업일 거라고 많이 착각하는데
사실 건설사들이 아파트 지을 땐 이런 도급사업이 더 많습니다
"삼성에서 지은 아파트인데…삼성과 상관없다고?" [흥청망청]
그런데 놀부가 지어주기만 한 아파트 이름을
왜 더놀부센트럴로 지었을까요?
아까 놀부가 자기 땅에 자체 사업으로 지은 아파트가
더놀부센트럴이었잖아요
이번엔 흥부에게 일감을 받아서 도급사업으로 지었단 말이에요
근데 이름을 더놀부센트럴로 붙였어요
..얘들은 왜 이러는 걸까요
"삼성에서 지은 아파트인데…삼성과 상관없다고?" [흥청망청]
만약 흥부재개발조합이 지은 아파트에
더흥부센트럴이란 이름을 붙이고 팔아보자고요
흥부를 누가 안다고.. 그쵸?
..왠지 철근도 몇 개 빼먹었을 것 같고

더놀부센트럴과 비교하면 이렇게 무게감이 다릅니다
결국 흥부조합 입장에선 놀부네 간판을 달고
그 브랜드파워를 이용하는 게 훨씬 나아요
분양할 때도, 나중에 입주해서 살 때도
왠지 더 좋은 아파트 같아 보이잖아요
"삼성에서 지은 아파트인데…삼성과 상관없다고?" [흥청망청]
맨처음으로 돌아가서 비교해볼게요
레이와 모닝은 주문한 사람의 상표를 부착하고
누가 만들었는지는 가린 자동차였죠
"삼성에서 지은 아파트인데…삼성과 상관없다고?" [흥청망청]
아파트는 정반대입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놀부가 만들었다는 걸 보여주고
어떤 사람의 사업인지, 흥부들이 티끌 모은 사업이라는 건 가리는 형태인 거죠

왜냐면 한국에서 아파트를 짓고 브랜드를 다는 건설사면
보통은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못해도 중견기업 정도는 되거든요
아무래도 흥부 같은 듣보 시행자보단
놀부건설 같은 유명한 시공자를 전면에 내세우는 게 낫다고 보는 거죠

시공자, 그러니까 건설사 입장에서도 나쁠 건 없어요
심지어 돈을 벌면서 자기들을 홍보하는 겁니다
흥부네 집을 지어주고 놀부네 간판을 걸어놨더니
그걸 본 토끼가, 오 괜찮은데?
자기들 집도 지어달라고 합니다
강남 같은 동네에서 재건축할 때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좋은 아파트 지어주겠다고 나서는 게
다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삼성에서 지은 아파트인데…삼성과 상관없다고?" [흥청망청]
시행과 시공을 구분하기가 모호해졌지만
분양할 때 입주자모집공고는 맨뒤쪽에 다 적어두게 돼 있어요
보통 도심에서 아파트가 나오면
이렇게 조합이 시행자입니다

물론 어디 매각부지라고 해서 땅이 매물로 나온 걸
시행만을 하는 회사가 사서 개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이렇게 재개발, 재건축조합이 시행자가 됩니다
흥부들이 한다는 거죠ㅎㅎ
"삼성에서 지은 아파트인데…삼성과 상관없다고?" [흥청망청]
근데 신도시 같은 교외로 나가면 달라요
신도시는 공공이 토지를 수용한 다음 개발하는 사업입니다
그러니까 원래는 흥부들의 밭이었지만
사또가 얘들을 내보내면서 보상을 한 다음에
다시 그 중의 일부를 놀부에게 팔아요
"삼성에서 지은 아파트인데…삼성과 상관없다고?" [흥청망청]
땅을 산 놀부가 여기에 집을 지으면 어떻게 되죠?
건설사가 땅주인이자 집 짓는 사람인 거죠
그래서 신도시에 지어지는 아파트는
건설사 자체사업인 경우가 많습니다
"삼성에서 지은 아파트인데…삼성과 상관없다고?" [흥청망청]
근데 조금 전에 사또가 일부만 놀부에게 판다고 했잖아요
그럼 일부는 남았을 거 아니에요
이 땅에 짓는 아파트는 누가 지어줄까요
그것도 놀부가 지어요 사실ㅎㅎ
"삼성에서 지은 아파트인데…삼성과 상관없다고?" [흥청망청]
이런 식으로 공공이 시행할 때도
시공은 민간에서 합니다
"삼성에서 지은 아파트인데…삼성과 상관없다고?" [흥청망청]
근데 사또가 자기 브랜드를 건다면?
아파트 이름은 사또밥이 되겠죠
우리가 알고 있는 LH 안단테가 이런 경우입니다
시공자가 가려지고 시행자인 공공의 브랜드를 쓰는 경우
"삼성에서 지은 아파트인데…삼성과 상관없다고?" [흥청망청]
만약 사또가 놀부의 브랜드 파워를 좀 가져온다면?
더사또놀부센트럴이 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앤푸르지오, 자연앤자이가 그렇죠
시공자인 대우, GS의 브랜드도 들어가고
시행자인 경기주택도시공사의 자연앤도 함께 쓰는 경우입니다
"삼성에서 지은 아파트인데…삼성과 상관없다고?" [흥청망청]
정리하자면 놀부는 돈 벌 곳이 굉장히 많죠ㅎㅎ
더놀부센트럴이란 아파트를 짓는 건 똑같지만
사업의 유형은 굉장히 여러 가지라는 겁니다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촬영 이재형·조희재·정준영 PD
편집 이예주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