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선발 비리' 겨냥하는 검찰…떨고 있는 축구계
검찰이 프로축구 선수 선발 비리를 수사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축구계가 긴장하고 있다.

22일 축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K리그2(2부 리그) 안산 그리너스 임종헌 감독의 사무실과 주거지를 검찰이 압수수색했다.

임 감독은 태국 네이비FC를 이끌던 2018∼2019년 에이전트 A씨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고 선수 2명을 선발해준 혐의(배임수재)를 받는다.

임 감독은 선수 부모들이 태국 구단이나 현지 에이전트 측에 사례비 조로 돈을 보냈는데, 이게 자신에게 흘러 들어왔다면서 검찰이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지만,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민구단의 사령탑이 범죄 의혹을 받는 만큼 안산 구단에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가뜩이나 안산은 성적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4연패를 포함해 7경기(2무 5패)째 무승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안산은 K리그2 13개 구단 중 12위에 머물러 있다.

임 감독은 앞으로 3경기 결과에 따라 구단으로부터 재신임 여부를 확인받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언론 보도를 통해 수사선상에 오른 사실이 공개되면서 자진 사퇴 형식으로 안산과 결별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더 큰 문제는 수사의 범위가 안산 한 구단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검찰은 A씨가 임 감독 외에도 프로구단과 대학팀에 선수 선발을 대가로 금품을 전달한 정황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소재의 한 대학 축구부를 이끌던 전직 감독이 지방을 연고로 둔 B구단에 선수를 입단시켰는데 선수의 부모가 이 감독에게 사례금으로 1천만원을 건넸고, 이 과정에 A씨가 관여했다는 것이다.

'선수 선발 비리' 겨냥하는 검찰…떨고 있는 축구계
검찰 관계자는 "수사 확대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축구계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사실상 학부모 회비로만 운영되는 학교 축구부에서 지도자가 학부모로부터 '불법 찬조금'을 받는 불법적 관행은 조금씩 근절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프로 유소년팀 확대 등의 변화에 맞춰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수입을 보다 투명하게 관리하는 일부 지도자들의 노력 등이 더해진 결과다.

하지만 선수의 고교·대학 입학 과정에서 사례금을 가장한 '뇌물'이 오가는 악습은 여전히 비일비재하다는 게 축구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최근에는 프로팀에 입단하는 과정에서 검은돈이 오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한다.

선수가 프로팀 지도자에게 뇌물을 주고, 지도자는 해당 선수를 실전에서 활용할 계획 없이 영입해 후보 선수로 둔다는 것이다.

사실상 '프로 선수 출신' 타이틀을 돈 주고 사는 셈이다.

이런 흐름 속에 K리그 1·2부 구단의 2군 팀이 4부 리그에 참가하도록 해 후보 선수들에게 실전 경험을 제공하는 'B팀 제도'가 악용되기도 한다.

B구단 역시 B팀을 운영하고 있다.

한 K리그 구단 관계자는 "선수를 프로팀에 입단시키는 과정에서 '인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대학, 프로팀 감독에게 돈이 건네지는 경우가 있는데, 최근 B팀 운영으로 선수를 선발할 여력이 큰 구단에서 의심 사례가 많이 발견된다"면서 "해당 구단에 선수를 많이 공급한 에이전트들이 불안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