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가 지난해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최종라운드 연장전에서 우승을 확정하는 버디 퍼트를 넣고 있다.  /한경DB
박민지가 지난해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최종라운드 연장전에서 우승을 확정하는 버디 퍼트를 넣고 있다. /한경DB
‘명승부 산실’로 불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2023이 오는 23일부터 사흘간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에서 막을 올린다. 지난해 이 대회를 비롯해 6승을 쓸어 담으며 최강자로 우뚝 선 ‘디펜딩 챔피언’ 박민지(25)와 ‘슈퍼 루키’ 방신실(19), ‘큐티플’ 박현경(23), 올 시즌 개막전 우승에 이어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이예원(20) 등 흥행 보증 수표가 총출동한다.

○박민지, 방신실 등 스타 선수들 총출동

박민지·방신실·박현경…KLPGA 최강자들 '행운의 언덕'에 모인다
올해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박민지의 타이틀 방어 여부다. 해마다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는 이 대회에서 챔피언 자리를 지킨 선수는 지금까지 딱 한 명, 오지현(27)뿐이었다. 오지현은 2016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뒤 2017년 대회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박민지는 올해 한 차례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주 열린 셀트리온 퀸즈마스터즈에서 2연패를 넘어 3연패(2021~2023)를 달성했다. KLPGA투어에서 단일 대회 3연패를 기록한 선수는 고(故) 구옥희(1981~1983년), 박세리(1997년), 강수연(2002년), 김해림(2018년) 등 다섯 명뿐이다. 특히 박민지는 기상 악화로 대회 운영이 지연되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연장 승부에서 이글을 잡아내 먼저 버디를 낚은 이예원을 따돌리는 ‘강철 멘털’을 보여줬다. 당시 평균 시청률은 0.417%로 올해 KLPGA투어 대회 중 가장 높았고, 우승 순간 시청률은 1.493%까지 치솟았다.

요즘 여자프로골프의 ‘대세’로 꼽히는 방신실이 어떤 성적을 낼지도 관심사다. 방신실은 최대 300야드에 이르는 초장타를 앞세워 지난달 E1 채리티오픈을 거머쥐었다. 프로대회 출전 다섯 번 만에 그린재킷을 입었다. 장타뿐만 아니라 그린 적중률(79.62%)과 평균타수(70.1타)도 1위에 오르는 등 약점 없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조건부 시드’였던 그는 이 우승으로 올해 남은 대회에 모두 출전할 수 있게 되면서 주요 타이틀 경쟁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2021년 4월 KLPGA 챔피언십 우승 후 무관인 박현경이 2년여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릴지도 지켜봐야 한다. 박현경은 올 들어 준우승을 세 번이나 기록하는 등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우승과는 연이 닿지 않았다. 우승 없이도 상금순위 3위(4억82만원)에 오를 정도로 컨디션은 괜찮다. 박민지와 셀트리온 퀸즈마스터즈에서 연장 승부를 펼친 이예원도 평균타수 6위(70.8타)가 말해주듯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쳐 우승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올해도 명승부 펼쳐질까

박민지·방신실·박현경…KLPGA 최강자들 '행운의 언덕'에 모인다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이 ‘명승부 산실’로 불리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여덟 번의 대회 중 여섯 번이 역전 우승으로 끝나서다. 2019년 조정민(29)이 우승했을 땐 무려 7타가 뒤집히는 승부가 펼쳐졌다. 7타 차 역전 우승은 역대 최다 타수 차 역전 우승(8타 차)에 딱 1타 모자란 기록이다.

2020년 대회에선 김지영(27)이 연장 2차전에서 이글로 경기를 끝내 화제를 모았다. 공교롭게도 그 대회 연장에서 무릎을 꿇었던 게 박민지다. 박민지는 그 홀에서 버디를 잡고도 우승컵을 양보해야 했다. 당시 대회 평균 시청률은 0.685%(수도권 유료 가구·AGB닐슨 기준)로 역대 KLPGA투어 대회를 통틀어 시청률 5위를 기록했다.

2021년에는 무명이던 임진희(25)가 깜짝 우승을 신고해 KLPGA의 ‘신데렐라’가 됐다. 임진희는 이후 2승을 더 추가하며 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로 발돋움했다. 작년 대회에선 연장전에 울었던 박민지가 설욕전을 펼치는 명승부가 연출됐다. 박민지는 2타 차 열세를 따라잡은 뒤 최종라운드에서 박지영(27)과 연장승부에 들어갔고, 연장전에서 3m 버디 퍼트를 넣으며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강남에서 35분, 올해도 구름관중 예상

KLPGA투어는 올해도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에 ‘구름 갤러리’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9년 후 3년 만에 갤러리를 필드로 들인 지난해 대회에는 약 2만 명의 갤러리가 대회장을 찾아 명승부를 직관했다. 코로나19가 잦아든 만큼 올해 갤러리가 역대 최다였던 2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름 갤러리가 몰리는 이유 중 하나는 포천힐스CC의 뛰어난 접근성이다. 포천힐스CC는 구리~포천 고속도로를 타면 서울 어디에서나 한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게 강점이다. 포천IC에서 3분 거리여서 서울 강남 또는 잠실에서 35분이면 닿는다. 경기 고양 일산 등지에서도 40분이면 갈 수 있다. 포천힐스CC 관계자는 “골프장에서 귀가할 때도 서울 방향으로 차가 많이 밀리지 않는 편”이라고 전했다.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주최 측은 갤러리들을 위해 올해도 푸짐한 경품과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현장을 찾는 갤러리들에게 시상식이 끝난 뒤 추첨으로 테일러메이드 드라이버와 아이언 세트, 퍼터 등을 선물할 계획이다. 대회 기간에는 ‘본방 사수 이벤트’를 연다. 대회 공식 인스타그램에 접속해 팔로우와 좋아요를 누르고, 대회 생방송 시청 장면을 촬영한 뒤 해시태그와 함께 업로드하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받을 수 있다. 경품으로 파우치와 골프공, 화장품 등이 걸려 있다.

지난해처럼 올해도 프로암(프로·아마추어) 대회인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2023 테일러메이드 드림 챌린지’가 열린다. 이 대회는 국내 14세 이상 아마추어 골퍼 세 명과 KLPGA투어 소속 프로 한 명이 조를 이뤄 대결하는 방식이다. 이 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아마추어 선수에겐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출전 기회를 준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