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내수 회복을 위해 대대적인 부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제로 코로나’ 해제 이후에도 예상보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던 중국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5% 달성마저 빨간불이 켜지자 기조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인민銀, 기준금리도 인하하나

경기부양 시동 건 中…"12개 정책 총동원"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가 부동산과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한 새로운 부양책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으며 최소 12개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국무원은 이르면 16일 부양 패키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달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주택 구매 제한 완화 등 정책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긴축 사이클 막바지에 들어섰지만, 중국은 거꾸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과열된 경기를 진정시켜 온 미국과 달리 중국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유동성 확대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 결정을 앞두고 7일 만기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1.9%로 0.1%포인트 인하했다. 인민은행이 역레포 금리를 내린 건 지난해 8월 후 처음이다. 역레포 금리란 인민은행이 금융회사가 보유한 국채를 담보로 잡고 유동성을 공급할 때 적용하는 금리다. 이 중 7일 만기 역레포 금리는 중국 금융시장에서 사실상 정책금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이 역레포 금리를 인하한 만큼 오는 20일 기준금리(대출우대금리)를 0.1%포인트가량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8월 이후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중국이 올해 3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분기마다 정책금리를 0.1%포인트씩 인하하고, 은행이 고객 예금 중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비율인 지급준비율도 3분기와 내년 1분기 각각 0.25%포인트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시장 살리기에 초점

이번 부양 패키지에는 통화 정책뿐 아니라 부동산 활성화 정책도 포함된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로 추정된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 경제 성장률 반등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중국은 국유은행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비용을 낮추고 주택 공급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 도시의 주택 구매 제한을 부분적으로 폐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이 밖에 첨단 제조업체에 대한 세금 감면 정책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됐다.

루팅 노무라홀딩스 중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의 ‘더블딥’(일시 회복 후 재침체)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당국이 올해 남은 기간 더 많은 부양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이같이 움직이는 건 경기 둔화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경각심이 커졌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5% 성장률 목표에 자신감을 보이면서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에 신중했다. 그러나 경기 회복 신호는 2분기 들어 급격히 둔화하기 시작했다.

장바구니 물가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5월 전년 동월 대비 0.2%까지 떨어졌고, 도매 물가인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5월 -4.6%를 기록하며 8개월 연속 하락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