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부커상 받은 캐나다 출신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서울국제도서전 초청으로 첫 방한…"독서는 가장 손쉽게 현명해지는 길"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정치지도자들, 문학작품 읽어주세요"
"대통령이든 총리든 국가지도자가 책, 특히 소설 같은 문학작품을 읽지 않는다면 그들이 꾸는 꿈이 나의 최악의 악몽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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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이 이야기'로 2002년 영국 최고 문학상인 부커상을 받은 캐나다의 대표 작가 얀 마텔(60)은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지도자들이 꾸준히 좋은 소설 등 문학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작가다.

그가 2007년 4월부터 약 4년간 당시 캐나다 총리였던 스티븐 하퍼에게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 국가 지도자에게 어떤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를 설파한 편지 101통은 책으로 출간돼 캐나다는 물론 국내에서도 반향을 일으켰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의 초청작가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그는 13일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정치 지도자들이 문학작품을 읽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제가 지나가는 삶들을 붙잡고 책을 이거 읽어라, 저거 읽어라 할 입장은 아닙니다.

자유 사회니까요.

하지만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얘기가 다르죠. 민주주의 사회에서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는 책 읽는 행위가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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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그러면서 "내가 사는 캐나다를 비롯해 서구에서는 지배계층인 중년의 백인 남자들이 소설 등 문학작품을 20대 중반 이후로는 더 이상 읽지 않는다"면서 "문학(픽션)을 읽지 않는다면 그 사람들은 비전과 꿈을 대체 어디에서 얻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런 사람들이 항상 현명한 스승들에 둘러싸여 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가장 손쉽게 현명해질 수 있는 길은 바로 책을 읽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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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와 정보를 전달하는 논픽션도 중요하지만 리더들에게 결핍되기 쉬운 상상력과 공감능력, 꿈과 비전을 얻을 수 있는 문학작품을 국가 지도자들 필히 읽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야기가 없으면 우리의 상상력이 죽고, 상상력이 없으면 삶의 진정한 공감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저서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에서도 강조한다.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정치지도자들, 문학작품 읽어주세요"
마텔의 대표작은 인도 소년 '파이 파텔'과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227일간의 태평양 표류기를 담은 소설 '파이 이야기'다.

이 작품은 2002년에 작가에게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을 안겨준 이후 세계 50개국에서 출간돼 누적 판매 1천200만부를 기록한 공전의 히트작이다.

이안 감독에 의해 영화화돼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에 한국을 처음 찾은 마텔은 오는 14~18일 도서전 개막 연설과 각종 강연, 대담, 북토크, 사인회 등에 참석할 예정이다.

10대 초반인 아들과 아들의 친구 한 명과 함께 방한한 그는 공식 일정보다 일주일 앞서 입국해 강원도 속초와 설악산 등을 돌아보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오기 전에는 막연히 섬 같은 나라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산과 숲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어요.

활발하고 생기 있는 나라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비무장지대(DMZ)도 가봤는데 한국인들이 전쟁의 비극을 어떻게 안고서 살아가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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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출간될 차기작 소식도 전했다.

장편 '선 오브 노바디'(Son of Nobody·가제)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트로이 전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실험성 강한 작품으로, 고대 파피루스를 연구하는 한 젊은 학자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발굴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2024년 영미권에서 먼저 출간될 예정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읽다가 영감을 얻어 쓰게 됐다는 작가는 "일리아드에서 발언하는 사람들은 왕이나 귀족들이지만 내 소설은 평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다룬다"면서 "실험적인 형식으로 써봤다"고 했다.

마텔의 작품들을 국내에 소개해온 출판사 작가정신은 작가의 첫 방한을 기념해 특별 합본판도 내놨다.

마텔의 데뷔작인 소설집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과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를 한 권으로 묶은 것으로 마텔의 친필 메시지도 수록했다.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정치지도자들, 문학작품 읽어주세요"
/연합뉴스